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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큐져니 Dec 01. 2017

그들이 말하지 않는 환경 보호 법

[감성다큐에세이] 01 <Cowspiracy>

관심 01 #환경 #지속가능사회 #채식


"나도 채식주의자야," (이전화 - 000_Prelude 02: 자발적 관심
 



"내가 얼마 전 가장 재미있게 본 다큐멘터리가 있는데 추천해 줄게."

그래, 이 모든 여정이 그의 이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그는 알까. 


어느 날 문득, 기억 속 잊혀진 지 오래인 한 동양 여자애가 찾아와서는 

"안녕, 그 때 너가 했던 그 한 마디로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들 말하는 그것 말이야." 라고 한다면 과연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혼자 생각해보곤 피식 웃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 이런 어마어마한 파장을 가져다주고 있는 건 아닐까. 웃어 넘기려던 상상이 이내 오싹해져 입 끝이 제자리로 돌아간다.


2016년 3월, 코펜하겐으로 교환학생을 떠난 나는 '덴마크와 지속가능한 사회' 라는 제목의 교양 수업을 듣게 된다. 강의는 대부분 '환경' 혹은 '일과 여가의 균형'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루는 '지속가능한 환경' 파트 중 일부로써 '채식'에 관한 특강이 진행되었는데, 나와 내 친구들은 처음으로 채식이 환경 보호에 있어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cowspiracy.com


"나 정말 처음 알았어."


학교 식당에서 샌드위치를 먹던 내가 말했다. 함께 수업을 듣던 미국에서 온 친구도, 호주에서 온 친구도 이에 대해 배운적이 없다고 했다. 


정확히 무엇을 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환경을 아낀다는 마음으로 살아온 나였다. 

양치할 때 항상 물을 잠그고, 쓰지 않는 전기는 모두 끄고 나가고, 분리수거도 열심히 하고, 대중교통도 열심히 타고 다녔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입시 때까지 늘 환경과 관련하면 나오는 내용들이었다. 사회 교과서 맨 끝 부분에 나오는, 매번 한 쪽 분량의 한 번에 휙 하고지나가 버리는 그런 부분. 내가 배워온 환경은 딱 그만큼의 것이었다. 


하치만 신기하게도 나는 단 한번도 이 '환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로 제시되어진 것들에 의심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 간간히 들리는, 여름철에 파카를 입어야 할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대는 기업들이나 폐수를 하천에 몰래 내다버리는 공장들의 소식에 분노했을 뿐. 그래, 저렇게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세상에 가득한데 우리가 어떻게 기후변화를 막을 수가 있겠어?


이토록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자라온 나인데! 이때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을 방금 듣게 된 것이다. "채식"이라니. 머리를 굴려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내 얕은 지식들을 뒤적여본다. 그래 맞아, 소의 방귀는 메탄 가스를 방출한댔어. 하지만, "메탄가스를 방출하는 소의 방귀가 문제입니다."라고 전달 되어지는 이 정보가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 "방귀래 방귀! 하하하 나는 방귀가 이렇게 무서운건줄 몰랐잖아!" 방귀와 함께 메탄 가스는 유희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cowspiracy.com


영국식 억양과 덴마크어 억양이 섞인 덴마크 교수님들의 영어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던 나는 학기 초 강의의 내용을 완벽히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에 여전히 환경보호를 위한 채식의 구체적인 근거들 까지는 습득하지 못하였고, 때문에 누군가에게 내가 친구들과 채식을 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었다


, 라고 함께 카페에서 근무하고 있던 그에게 이야기하고 있던 참이었다. (이전화)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영화, <Cowspiracy>. 무려 다큐멘터리였다. 

이전까지 다큐멘터리에 대한 나의 인상은 죽음에 대한 그것과 비슷했다. 어둡고, 무섭고, 숨이 턱턱 막히는 그런 것.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다큐멘터리"라는 단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되려 반짝 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다큐멘터리를 클릭하며


한국에서는 다큐멘터리를 볼 생각을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다. 예능, 드라마, 극영화들을 볼 시간도 없는 상황에서 다큐멘터리는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왔다. 빨리 위로받고 빨리 감정을 무마시켜 빨리 일상 속으로 복귀하는 것이 매일매일 시청하는 영상들의 주된 목표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영상 매체를 통한 감정의 카타르시스가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죽을 듯이 힘들다가도 어느 새 영상을 보며 깔깔깔 웃고 있는 내가, 펑펑 눈물을 흘리다 이내 눈물을 닦고 내일의 준비를 하는 내가, 이것을 십 년 가까이 반복하고 있는 내가 혐오스러웠다.


@cowspiracy.com

 

이런 상황 속에서 덴마크 교환 생활이 내게 준 개인적 시간들은 나의 일상을 새로운 차원으로 열어주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도 여전히 존재하는 개인적 시간들은 나에게 내 관심사를 탐구하고 오랜 시간 한 가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어떤 직접적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놀랍게도 다큐멘터리에 대한 나의 반감을 급격히 줄여주는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이젠 내가 하다하다 다큐멘터리를 다 보는구나" 그가 추천해준 다큐멘터리 <Cowspiracy>를 클릭하며 생각했다. 내 개인적 시간에 자발적 관심이 더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다큐멘터리로의 여행에 첫 발걸음을 딛게 되었다. 


(다음화, 02 <Chef's Table> S2E3 "Dominique Crenn") 



* [다큐져니] 관심 하나 

(#환경 #지속가능사회 #채식) 추천작

<Cowspiracy(2014)>, Kip Andersen, Keegan Kuhn


영화는 환경 보호를 위해 힘쓰던 화자가 지금껏 어떠한 환경 보호 단체에서도 명시하지 않았던 사실, '육류 소비'가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들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육류 소비로 인한 환경 파괴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어떠한 환경 단체들도 다루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의문점을 가진 화자는 영화를 촬영해 갈수록 이 배후에 엄청난 이해 관계가 얽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촬영을 계속 진행하려면 '목숨'까지 걸어야 할 것이라 이야기 하는 사람들. 우리는 왜, 환경 파괴의 가장 큰 주범에 대한 내용을 어느 곳에서도 얻지 못했던 것일까? 



* 영화는 Netflix 구독 혹은 Cowspiracy.com 웹사이트에서의 구매를 통해 시청 가능합니다

http://www.cowspiracy.com/ 에서는 영화 속 사용된 구체적 통계 수치와 더불어 비건을 도전하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정보들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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