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진실_너무 아픈 고통일지라도

프리다 칼로 Frida Kahlo <The Broken Column>

by 예가체프
(좌)<목걸이를 한 자화상>, 1933, (우) <가시나무 목걸이와 벌새가 그려진 자화상>, 1940. fridakahlo.org

'자신의 자화상을 어떻게 이렇게 그릴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을 보고 처음든 생각이었습니다.

전통적인 여성미의 기준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당황하고 말았거든요.

일자로 연결된 눈썹,

굳게 다문 입술 아래 드러난 거뭇한 콧수염.

솔직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과장된 강렬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떠한 억지 미화도 허락하지 않은 얼굴을 보며,

잠시 예의 없는 생각에 빠졌습니다.



마음 속으로,

그녀의 눈썹을 얇고 가지런히 정리하고

콧수염을 지워봤습니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여인인데...

그러다 타인의 얼굴을 마음대로 바꾸는 내 모습에,

흠칫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프리다의 실제 사진을 보고 나니,

그녀의 깊고 처연한 눈빛이

미안했던 제 마음을 천천히 녹여주는 것 같더군요.

프리다 칼로의 실제 사진 모습

그녀의 자화상을 접한 후,

프리다 칼로의 삶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녀의 인생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낯선 첫인상의 강렬함은 어느새 인간적인 진실함으로 다가옵니다.

그녀가 화폭에 그린 건 단지 ‘얼굴’이 아니라,

'진실한 고통' 그 자체였으니까요.


1925년,

열여덟 살의 프리다는

버스를 타고 가던 중 금속봉이 척추를 관통하는 끔찍한 사고를 당합니다.

온몸이 부서졌지만, 그때부터 그녀는 붓을 들었습니다.

침대 위에서, 붕대에 묶인 몸으로,

거울을 마주한 채, 자기 얼굴을 수없이 그렸습니다.

그녀의 자화상은 ‘견디는 얼굴’이자 ‘살아 있는 기록’이었습니다.

<The Broken Column>, 프리다 칼로, 1944.

<The Broken Column> 속의 프리다는 가슴이 갈라진 채 서 있습니다.

척추 대신 기둥이 몸을 지탱하지만, 그마저도 곳곳에 금이가 부서져 있습니다.

온몸에 못이 박혀있고, 얼굴에는 하얀 눈물이 흐릅니다.

그래도 그녀의 시선은 곧고 당당하게 정면을 응시합니다.

부서진 몸,

그러나 꺾이지 않은 눈.

그림 속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부서졌어. 그렇다고 무너지지는 않아.”


프리다는 아름다움을 부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진실한 아름다움’을 새로 정의한 사람이죠.

세상이 요구하는 단정한 얼굴, 온전한 몸, 조용한 여성상 대신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흉터를, 불완전한 육체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고통을 화폭에 올려놓았고,

그림 속에서 그 아픔은 하나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녀의 "진실"이자, "살아 있음의 증거"였습니다.



우리는 종종 고통을 감추려 합니다.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아요” 라며, 스스로 웃어보이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통증이 남아 있습니다.


프리다의 그림들을 바라보다 보면,

내 안의 고통을 마주할 용기가 피어나는 듯 합니다.

외면했던 상처, 애써 묻었던 기억들이

그녀의 붓끝을 따라 내 안에서도 서서히 떠오르는 걸 느낍니다.

그리고 그때 깨닫게 됩니다.


“나도 이렇게 아팠던거구나.

온몸이 무너져내리고,

못이 박힌 듯 아프고,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던 그때,

나도 그렇게 고통을 견디고 있었던거였구나."


그녀의 그림을 감상하며,

남아 있는 아픔을 마주하고,

상처를 감쌀 "고요한 위로"를 같이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요?

<두 명의 프리다>, 1939.



위로 message.

지금 당신이 감추려 했던 상처를 바라보세요.

흘릴 수 없는 눈물, 아무도 모르게 견뎌온 고통이

지금 당신의 얼굴에 작은 흔적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고통을 숨기지 마세요.

애써 괜찮다고 하기보단 그 상처들에 손을 얹어보세요.

부드러운 온기가 스며들도록

...

부서진 기둥 사이로도 빛은 들어옵니다.

빛은 당신을 따뜻하게 감싸고,

당신을 천천히 일으켜 세울 거예요.

그때, 우리, 평온한 시간을 함께 걸어요. 오솔길을 산책하듯, 호수를 유영하듯.


<프리다 & 디에고> 프리다 칼로의 삶에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녀의 남편이었던 화가, 디에고 리베라. 둘의 사랑은 결코 평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이 없었다면 우린 지금의 프리다를 만날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깊이 사랑하면서도 서로가 상처주는 일들이 너무 많았어요. 사랑을 "사랑스럽게" 표현하지 못했고, 결국 그 사랑은 아픔의 흉터로 남았습니다. 두 거장은 어쩌면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을지 모릅니다. 사랑에 대한 확신이 인생과 그림 곳곳에 살아있는데, 정작 둘의 사랑은 어설펐고, 지나고 나서야 진실한 사랑을 깨달은 "안타까운 사랑"이었습니다.
<디에고와 나>, 프리다 칼로, 1949.


“사랑한다면 사랑을 주세요, 상처로 사랑을 표현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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