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킨 소로야 <strolling along a seashore>
햇살을 머금은 파도가 부서지고, 눈부시게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두 여인을 향해 해변의 바람이 부드럽게 춤을 춥니다.
소로야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화사한 빛이 화폭을 뚫고 눈앞에 펼쳐지다가, 마음속까지 깊이 스며드는 착각이 듭니다.
마치 그 빛을 따라 해변을 함께 걷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빛의 화가’라고 하면, 클로드 모네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소로야의 그림을 보면 더 밝게 살아나는 빛을 만날 수 있습니다.
모네가 새벽의 빛이라면, 소로야의 빛은 생기 가득한 한낮의 빛처럼 느껴지죠.
바람이 스치고, 옷자락이 흔들리고,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한 이 장면은 마치 마음의 표면에 쌓인 먼지를 햇살로 천천히 털어주는 듯한 힘이 느껴집니다.
특히 그림 속 두 여인들은 현실보다 더 밝고, 자유롭고, 아름답습니다.
서로의 보폭을 억지로 맞추지 않고, 마음의 속도를 가만히 맞춰가는 시간.
바람과 햇살에 자신을 맡기고 함께 걷는 이들의 산책에는 깊은 신뢰와 편안함이 흐릅니다.
말없이 함께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어지럽던 파도는 잔잔해지고 복잡한 생각들은 모래 위로 천천히 흘러내리죠.
혼자 견디는 일이 버겁다면, 함께 걸어줄 누군가를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그림 속 해변을 함께 걷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소로야의 생명력 있는 빛이 감사한 이유는, 우리를 저 빛나는 장소로 데려다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림 속 해변에서 함께 걸을 상대와 마음의 보폭을 천천히 맞춰 볼까요?
빛나는 햇살에 부드럽게 밝아지는 표정, 해변의 바람을 따라 멀리 흩어지는 마음의 먼지들,
함께여서 외롭지 않은 그 시간이, 당신을 따뜻하고 잔잔하게 위로해주길 마음 깊이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