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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유 Jan 03. 2018

헤어진 연인에게 왜 연락하면 안 되나요?

feat. 좋니 - 윤종신


우리는 너무 쿨한 것만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솔직한 게 가장 용기 있는 것인데 말이에요.






"윤종신의 [좋니]라는 곡 가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난히 바람이 차고 그래서 발그스름한 취기가 더 맴돌던 밤, 소개팅 자리에서 받았던 질문이다.


소개팅 상대는 호탕하고 솔직한 성격의 남자였고, 그래서인지 소개팅답지 않게 특이한 주제의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수 번의 소개팅 덕에 여러 가지 질문을 많이 받아봤지만, 저런 질문은 처음이라 살짝 당황하기도 했다. 그래도 [좋니]라는 곡은 가사 때문에 워낙 많이 듣기도 하고 좋아하던 곡이라 바로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사실 가사를 텍스트로만 봤을 땐 살짝 찌질한 전 남자 친구 모드가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멜로디로 제대로 들으니까 생각보다 너무 뭉클해서 찡했던 곡이에요. 어쩌면 누구나 다 이런 이별 경험이 있을 텐데 그 마음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 곡은 그런 마음을 대신 이야기해주니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좋아했던 게 아닐까요."


"맞아요. 좀 찌질하면 어떤가요. 조금 더 기억해달라는 마음이 뭐가 어때서. 우리는 너무 쿨한 것만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솔직한 게 가장 용기 있는 것인데 말이에요. 미유 씨는 헤어진 연인에게 연락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자니?' 같은 문자 말이에요?ㅎㅎ"


"꼭 그런 문자가 아니더라도, 그냥 가끔 안부를 묻는다던가.ㅎㅎ"


"음..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헤어졌다고 해서 무 자르듯 매정하게 남이 되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서로 함께한 시간이 있고 공유한 감정들이 있는데, 헤어졌다고 해서 마치 우리가 사랑했었던 시간이 없었던 일처럼 사라지는 건 너무 공허하잖아요. 어쩌면 서로를 가장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인데, 연인을 떠나 사람을 잃는 거니까.. 그리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할 수도 있고 보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물론 그때 서로에게 다른 사람이 없다는 조건 하에서요. 그건 새로운 사랑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 있으니까. 하지만 둘 다 혼자라면 가끔 연락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공감해요. 왜 헤어진 연인에게 연락하면 그것만으로 찌질한 전 남자 친구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어요. 게다가 [좋니]의 답가로 나온 [좋아]는 정말 실망이었어요.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지, 남자의 진심을 너무 무시한 거 아닌가요. 사랑을 시작할 때 얼마나 예쁜 지 아느냐는 예쁜 가사에 저렇게 답하다니, 너무 하잖아요."


"맞아요.ㅎㅎ 저도 답가 듣고 의아했어요. 물론 남녀관계라는 것이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이야기니까, 곡의 주인공들이 어떤 사랑을 했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조금이라도 같이 그리워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저도 그래서 원곡을 더 좋아해요."





실제로 나는 오랜 연애가 끝난 후 연락 한 통 없었던 것이 더 상처였던 기억이 있다. 준비가 전혀 안된 나에게 일방적인 이별을 고하고서 너무 잘 지내던 그였기에, 4년간의 사랑은 나 혼자 한 것만 같고 나 혼자만 힘든 것 같아 더 서러웠다. 그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별 후의 그는 내가 알던 사람과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어쩌면 나는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보다, 더 이상 그에게 내가 소중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자존감까지 무너진 탓에 그 이별에서 헤어 나오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려야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도 한동안 꽤나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친구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그도 이별은 힘들었지만 다시 만날 생각이 없는데 나에게 그런 마음을 드러내는 건 오히려 더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며 일부로 내색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얼음처럼 차가워진 그의 모습이 더 큰 상처였다. 더 이상 서로 사랑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뜨겁게 사랑했던 과거의 우리는 그리울 수 있지 않는가. 아무리 님이란 글자에 점 하나 붙이면 남이라지만, 둘도 없이 아끼던 님이 오히려 남도 못한 사이가 되는 것이 더 아이러니가 아닌가.


물론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한다거나, 상대에게 안 좋은 감정을 줄 만큼 과한 그리움의 표현은 지양해야 하겠지만, 꾹꾹 누르고 참고 참으며 수백 번을 고민하다 보낸 메시지라던가, 겨우내 각자의 삶을 살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궁금한 마음에 오랜만에 걸어본 전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지나간 사랑도 다 소중한 기억이고, 지나간 사람도 나에겐 소중한 사람이니까.


가끔은 조금 그리워해도, 그립다고 말해도, 궁금하다고 이야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https://youtu.be/b1kQvZhQ6_M



** 좋니 / 윤종신 작사, Postino 작곡

이제 괜찮니 너무 힘들었잖아, 우리 그 마무리가 고작 이별뿐인 건데 우린 참 어려웠어
잘 지낸다고 전해 들었어.
벌써 참 좋은 사람 만나 잘 지내고 있어,
굳이 내게 전하더라

잘했어 넌 못 참았을 거야,
그 허전함을 견뎌 내기엔
좋으니 사랑해서,
사랑을 시작할 때 니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
그 모습을 아직도 못 잊어 헤어 나오지 못해,
니 소식 들린 날은 더
좋으니 그 사람, 솔직히 견디기 버거워

니가 조금 더 힘들면 좋겠어.
진짜 조금 내 십 분의 일 만이라도
아프다 행복해줘

억울한가 봐, 나만 힘든 것 같아. 나만 무너진 건가
고작 사랑 한번 따위 나만 유난 떠는 건지
복잡해 분명 행복 바랬어,
이렇게 빨리 보고 싶을 줄

혹시 잠시라도 내가 떠오르면
걘 잘 지내 물어 봐줘

잘 지내,라고 답할 거야 모두 다.
내가 잘 사는 줄 다 아니까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너무 잘 사는 척
후련한 척 살아가

좋아 정말 좋으니, 딱 잊기 좋은 추억 정도니
난 딱 알맞게 사랑하지 못한
뒤끝 있는 너의 예전 남자친구일 뿐

스쳤던 그저 그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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