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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霜降) 서리 맞은 감

by 봉진

2025년 10월 23일(목)

최저온도 8°/ 최고온도 23°


서리가 내리는 절기. 상강(霜降)

기온차가 커지면 아침 풍경이 달라진다. 주변에 강이 있어서 인지 아침마다 유독 안개가 짙고 어두워 오늘 날씨가 흐린가? 하고 핑계처럼 괜히 이불속 시간이 늘어난다. 날이 밝아지고 안개가 걷히면 흐린 줄 알았던 하늘이 더없이 맑아 청명하다. 가을의 끝자락, 겨울이 너무 이르게 오는 거 아닌가 싶어 찬공기와 청명한 하늘을 보면 가을을 불러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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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추수는 끝났다. 며칠 비가 와서 추수가 늦어지나 했는데 기다리는 농부님들 마음을 알았는지 일기 예보와 다른 맑은 날 부지런히 마을 추수는 다 마무리되어 있었다.

콩이 자라던 밭에는 이미 마늘, 양파가 심겨있다. 마을 중간에 자리 잡은 할머니가 돌보시는 작은 밭에 1년 사이 여러 가지 작물이 자랐다. 감자가 있었다가 깨도 있었다가 콩, 호박도 있었다.

시골 텃밭의 묘미를 제대로 즐기고 계신 할머니의 밭은 제일 먼저 겨울 준비를 마치셨다.


동네에 감나무가 많아 감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데 무슨 이유인지 우리 집 감나무는 올해 감 열매가 부실하다. 우리 집 감으로 곶감을 만들려던 계획은 멀리 날아갔다.

동네 감나무들은 다 익어 그 무게 때문인지 감이 매달린 가지는 축 늘어졌다. 서리를 맞은 감이 달아진다고 하는데, 혹자는 서리가 내릴 정도로 기온이 떨어지면 감이 추위를 견디기 위해 당분을 더 내뿜어 감이 더 달다고 했다. 늦가을 과실이 단맛을 품는 이유가 꽤 그럴듯하고 조상들은 그런 걸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우리 집 감은 이미 물건너가고 나니 남의 집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들만 부럽게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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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695.JPG 동화공원 황화코스모스

색이 짙어지고 무르익는 시월.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시월은 발음도 가을 같다.

여름에는 우뚝 선 해바라기가 여름과 닮아 있었는데 가을에 핀 꽃들은 떼 지어 핀 모습이 가을과 닮았다. 겨울은 아무래도 야외활동에 자신이 없어 부지런히 가을 끝자락을 눈에 담으려 오늘도 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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