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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정은 Oct 18. 2019

프롤로그

세 도시의 엄마

HOW were you born and raised?


“어떻게 나고 자라냐”는 한 인간의 삶에서 그 사람의 본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우리는 프랑스식 식사 예절, 일본식 인사법 등은 (지식인처럼 보이기 위해) 공부하려는 의지는 있으면서도 외국의 육아와 교육 방식에 대해서는 그렇게 공부하지 않는다. 물론 식사 예절이나 인사법처럼 단시간 내에 간략한 정보로 익힐 수 있는 지식이 아니어서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시간을 들여서라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타 문화의 육아법을 관찰하며 오히려 내가 속한 문화를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미국 생활 13년. 한국에서 출산 후 영국으로 간 만 30살의 나는,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는 한국인으로서는 나름 세상을 많이 경험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5년간 서울, 런던과 도쿄에서 미취학 아동 둘을 육아하고, 다양한 문화의 엄마들과 교류하며 나는 나 자신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인지 깨달았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지만, 우리는 “동물”이라는 부분을 대개 잊고 산다. 여자의 인생에서 가장 동물적인 본능이 나오는 때가 바로 출산과 육아를 하는 시기가 아닐까. 한 사회의 육아 방식이란, 그런 동물적인 본능을 가장 인간답게 승화한 그 집단의 가치관을 보여준다. 별거 아닌 일상 속의 사소한 모든 것이 (이를 테면, 잠은 어떻게 재우는지, 목욕은 어떻게 시키는지, 어떤 육아용품을 골라 사는지 하는 등등의 것들) 부모와 가족, 크게는 사회 전반의 가치관을 토대로 결정된다.

세상 모든 엄마는 본인이 아는 지식 안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자기 자식을 키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엄마의 육아와 교육방식은 그녀가 보고 느끼고 자란 세상을 반영하며, 또 나아가 그녀가 자식에게 선사하고 싶은 행복의 의미를 반사한다. 내가 만난 세 도시의 엄마들은, 모두가 세계화를 바라보며 비슷한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각각의 사회 속에서 엄마로서의 가치관과 삶은 놀라울 정도로 달랐다.



나는 지난 5년간 겪은 이 세도시의 엄마들의 삶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누구나 겉모습만 보고 각자 자기만의 착각으로 “이렇다” “저렇다”라고 판단 짓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나 또한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이기에, 그 착각에서 벗어날 수 없겠다. 그래도 그 사회의 일원으로 직접 엄마들의 세계에 몸을 담가 겪은, 세 도시의 문화와 가치관이 어떻게 다르고 비슷한지를 최대한 냉정한 관점으로 설명하여 우리가 각 문화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세상에는 다양한 육아법과 교육법이 존재하고, 본인이 속한 사회에서 알려주는 방법이 항상 정답은 아니며, 아이들의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지역 또는 문화에 상관없이 같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받고.



2019년 도쿄에서 
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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