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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때 우린 살아남기 바빴다

#. 이상한 나라의 김자까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에세이입니다. 

등장하는 인물, 사건 등은 실제가 아닌 허구임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첫 직장은 방송국이었다. 괴랄한 인간들만 살아남는다고 악명이 자자한 곳. 

마음의 준비는 되었던가. 환상의 나라는 며칠이 안가 처참히 무너졌다. 


매일 이상한 나라로 걸어 들어가는 좀비같은 하루하루였다. 단 하나 희망이 있었다면 내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때가 언젠가는 올 거라는 믿음. 어딘가에서 들었던 대사가 생각난다. 

이건 최악의 희망인가 최선의 절망인가. 


보도국의 다큐멘터리로 방송을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방송일은 서툴러도 재밌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도 좋은 아이디어라 칭찬받고, 조금만 신경 써서 자료를 찾으면 고급 막내라고 인정받았다. 레벨이 다른 상타치 선배들과 방송을 만드는 작업은 에이스만 모아놓은 조별과제처럼 순조로웠고 나는 스펀지처럼 방송을 흡수했다.


다큐멘터리 한편을 마치고 서브로 입봉을 했다. 막내들 사이엔 종종 있는 일이었다. 아침방송의 사건사고를 맡으며 내 구성과 글을 끄적일 수 있게 되었다. 몇 분밖에 안될지언정 코너의 아이템부터 대본까지 완성하는 일은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어젯밤에 누가 한강에서 뛰어내렸는지 찾아보는 일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즈음 주변 친구들과는 자연스레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다. 매일 쳐내야하는 일들로 하루가 부족했다. 잠도 부족했고 돈도 부족했고 사랑도 부족했다. 


이상하고 부족한 나라의 김자까, 밤하늘의 별과 함께 시작이었다.


별을 보며 출퇴근하면서 나중에 내 작품을 쓸때 꼭 '별'이라는 이름을 넣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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