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와 뿔

아스트랄 마이크로 단편선

by ASTR

그가 말하는 바를 알아채지 못했다. 눈썹을 위로 크게 치켜든 채 다시 물었다.

“뿔이 자라고 있다고요?”

“그래요. 여기 이 자리에 말이요.”

손으로 정수리를 가리킨다. 뿔이 두 개인지 이쪽 한번 저쪽 한번. 가만히 환자 A를 들여다본다. 진지한 얼굴에 나를 빤히 쳐다보며 눈을 껌벅인다. 머리에 뿔이 자란다는 이야기는 몇 번 들어본 적 있다. 하지만 티를 내진 않는다.


“역시 믿지 않는군.”

A는 입술을 내밀며 말한다. 당연히 그럴 것이라 예상했다는 듯이.

“네, 솔직히 믿지는 않습니다.”

“흠, 정신과에서는 환자의 이야기를 신뢰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상담이 되잖아.”

자연스럽게 말을 놓은 A를 보면서 나는 깍지를 끼며 말한다.

“그도 그렇죠. 뿔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사람이 내원한 것은 한 달 전이다. 시국이 시국인만큼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이었다. 우울은 전염이 강하다. 그들을 연달아 보고 있자니 대한민국이 그냥 우울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신과 상담의로서 그들에게 단순히 파이팅! 을 할 수는 없는 노릇. 본래 가지고 있는 우울의 근원을 발견하고 마주 보게 해야 한다. 내 역할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근원을 알 수가 없고 파면 팔수록 멀리 도망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상담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찝찝한 기분이 쓴 물처럼 올라왔다. 그러다 A를 만났다. 그는 접수 면접지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환자였다.


“그래서 한 달이 돼서 드디어 제게 털어놓으셨군요. 그러니까 거울 속에 뿔이 보이는데 남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 뿔이 점점 자라고 있다, 맞습니까?”

“맞네. 뿔이 자라는 속도도 점점 빨라져. 거울 볼 때만 그런 것도 아니고 손으로도 만져지고.”

손으로도 만져진다는 말에 다시 한번 A의 정수리를 슬쩍 본다. 전혀 뿔 같은 건 없다.

“엑스레이도 찍어봤네. 의사가 내 두개골을 보여주면서 깨끗하네요 라고까지 했어. 근데 납득이 안돼. 이렇게 뿔이 실제로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생각했지. 둘 중 하나구나.”

“그 둘 중 하나를 확인하려고 여기 오신 거군요.”

“그렇지. 목사가 정신과 다닌다고 하면 설교를 듣겠다고 하는 신도가 어딨겠소? 나는 그냥 확인을 하고 싶은 거야.”


“목사님.”

내가 몸을 앞으로 내밀면서 말을 건다.

“교회는 잘 되는 편이세요?”

“뿔이랑 교회 잘 되고 있는 게 상관이 있나?”

“그건 제가 들어보고 판단하죠”

“교회. 교회는 잘 되고 있지. 지금.. 어디 보자. 출석하고 있는 신도가 만 명 정도 되니까. 한 달 십일조가 1억 조금 넘어. 이 정도면 이 불경기에 잘 되는 편이지”

A는 팔짱을 끼고 의자를 뒤로 젖힌다. 드러내기 좋아하고 으스대는 사람의 전형적인 제스처.

“교회는 잘 되고 있다라. 교회 운영하다 보면 불협화음도 많다던데”

“불협화음은 사람 모이는 데는 다 있지. 우리도 있어. 근데 목사가 카리스마가 있으면 다 해결돼. 지금 잘 되고 있는 것도 다 그런 거고.”

“그럼 걱정이나 이런 것도 없나요?”

“걱정. 걱정은 있지. 나라 걱정.”

“나라 걱정이요?”


A는 이때다 싶었는지 갑자기 얼굴이 바뀐다. 이전까지 가면을 쓴 것 같은 무표정이었는데 이제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다. 입꼬리만 올라가 있는.

“지금 나라가 엉망이잖아. 내가 기도를 해보니 나를 광야로 나가라고 명령하시더라고. 광야로.”

“광야. 그게 무슨 뜻인가요?”

“글쎄. 하나님이 쓰시는 어린양을 연단한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고, 진짜 광장으로 나가는 걸 수도 있고. 그 광야에 내가 필요한 시대인 거야. 사람들이 끔뻑 죽거든 내 설교에.”

“언제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

나는 웃으며 A의 차트를 들춘다. 병명은 Delusional disorder, 망상 장애라고 적혀있다.


“그럼 이 뿔의 원인을 A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원인이라. 그걸 모르겠으니까 여기 왔지. 정체도 모르겠고. 나는 종기나 그런 종류라고 생각해.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사람들은 안 보인다니까 답답하지.”

“이게 실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마음의 병 같은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으세요?”

“마음의 병이라니! 나는 마음의 병 없어. 하나님이 세우신 종이야. 완전 깨끗해.”

“제 말은 다른 사람들 눈에 안 보이고, A 씨 눈에만 보이니까 합리적으로 의심을 해 본 거예요. 마음에 쌓여온 어떤 것이 실제 그런 것이 아닌데 그런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 저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보는데”

“착각? 이게 얼마나 생생한데. 착각이 아니야. 진짜 있다고. 여기 말이야.”

머리를 만지며 인상을 쓴다. 뭔가 억울한 표정도 있다.


“그럼 우리 원인을 찾아봐요. 뿔을 처음 발견한 건?”

“1년 전쯤? 그때가 언제였더라.”

A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한참을 있었다.

“그래, 그때가 언제냐면 가을이었어. 교회 사람들이랑 산악회 하는 게 있어. 내가 좋아하는 모자가 있어서 그걸 쓰고 가려고 했지. 아침에 거울 앞에서 모자를 썼는데 느낌이 이상 하대. 뭔가 걸려있는 것 같은. 모자가 제대로 써지지 않더라고. 그래서 모자를 벗고 손으로 정수리 부분을 만져봤어. 뭐가 만져지더라.”

“뿔이군요.”

“그래. 손톱 반쪽만큼 올라왔어. 머리카락에 덮여서 거울로 보면 티가 안 났는데 손으로 만지면 확실히 있었어.”

“가족 분들은 뭐라던가요?”

“와이프나 자식들은 내 외모에 신경도 안 써. 애인한테만 살짝 이야기했지.”

“애인이요?”

“자넨 없나? 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대화 잘 통하는 소울 프렌드 같은 거니까. 대화가 아주 잘 통해.”

“그렇군요.”

나는 볼펜으로 애인을 한자로 적고 동그라미를 쳤다.

“그럼 그 이후에 점점 자랐다?”

“처음에 손톱 마디 같은 것이 손가락 마디 만해졌고 이제는 엄지 손가락만큼 튀어나왔어. 나중에는 팔뚝 만해지는 거 아닌가 몰라. 계속 크니까 계속 신경 쓰이는 거야.”

“자라는 주기 같은 게 있을 것 같은데”

“주기라.”

A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주기라고 할 건 없고, 다만 패턴은 있는 것 같다. 패턴. 내가 더 신경 써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야외 성령 부흥회를 할 때가 있거든. 바로 직전에 한 부흥회는 5만 명이 내 설교를 들으러 왔어. 광장에 쫙. 내가 손 한번 들면 꺅! 광야에 나온 선지자 말씀을 다들 들으러 온 거지. 그제도 강단에 서서 마이크를 잡는데 정수리가 간질간질한 거야. 그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내려오면서 머리를 만져보면 이상하게 더 자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뭐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하나님 말씀을 전했는데 마귀 같은 뿔이 났다, 이런 건가요?”

“예끼. 이 사람이. 보기에는 마귀 뿔처럼 생겼지. 그런데 나는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아. 종기 같기도 하지만, 그 종기라도 역할이 있는 거야.”

“역할이라면?”

“하나님과 대화하는 레이더 같은 거지.”

A는 손으로 레이더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시늉을 한다.


A가 레이더 이야기를 꺼내자 나는 ‘종교의 연극’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종교적이라는 것은 알고 모르고의 차원이 아닌 믿음의 차원이라는 것이다. 내가 있고 A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삶 이후의 죽음이나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안다고 절대 이야기할 수 없다. 그저 믿는 것이다. 믿음과 아는 것은 다르다. 하지만 그 믿는 것을 모두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걸 종교의 연극이란 말로 설명하곤 한다. A가 그런 것처럼 보였다.


“믿음이 언제 생겼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내 믿음은 태초부터 있었어. 더 계획 아래 있어. 하니님의 계획.”

“어렸을 때 교회를 처음 나갔다거나”

“난 모태신앙은 아니야. 방황을 많이 했지. 사업 실패도 해보고.”

“사업도 하셨었어요?”

내가 놀라며 묻자 A는 과거를 회상하듯 했다.

“그런데 그게 다 나를 목회자로 이끄려는 계획이었어. 하나님 이거는 안 해요 나 목회자 안 해요 발버둥 쳤는데 결국 하게 됐지. 개척해서 20년 만에 이 정도 컸으니 잘한 선택이었지”

“지금도 하나님 음성을 듣습니까?”

“음성은 지금도 듣고 있지. 레이더 라니까.”

“지금은 뭐라고 하시는데요”

“가만있어보자. 하나님, 뭐라고요? 요한계시록 말씀을 전해주라고요?”


나는 웃음이 나왔지만 그럴 수 없었다. A는 마치 무성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진지했다.

“요한계시록에는 하나님의 표와 짐승의 표가 나와”

A는 요한계시록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도 잘 알고 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 이마에 하나님의 이름으로 표와 인을 받은 144,000명은 천국으로 영원한 기쁨을 - 짐승과 그 우상을 숭배하여 그 표와 인을 받은 사람은 지옥으로 영원한 고통을 -


“지금이 그런 시대야. 누굴 숭배하느냐 큰 갈림길이 있는 시대”

“하나님의 인을 받으셨다고 확신하세요?”

“그럼. 나는 진즉에 받았지. 지금 나 때문에 저기 힘 있는 분들도 덜덜 떨고 있어. 한쪽에서는 나보고 정치하라고 하라고 난리인데 난 안 해.”

“왜 안 하세요?”

“이게 천직이야. 사명이야. 나한테 딱 들러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하는데 내가 딴 걸 할 수는 없지. 뭐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때에 따라서 고려해볼 수도 있지만”

A는 여운을 남겼다.


성경에는 그 하나님의 표, 짐승의 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나와있다.

이 사람들은 여자와 더불어
더럽히지 아니하고 순결한 자라.

어린양이 어디로 인도하든지
따라가는 자며,
사람 가운데에서 속량함을 받아
처음 익은 열매로 하나님과
어린양에게 속한 자이니,
그 입이 거짓말이 없고
흠이 없는 자들이더라.


여자와 음행 하지 않고 순결한 사람. 여기서 여자는 당시 이스라엘을 지배하고 있던 로마로 보통 해석한다. 로마, 지배, 힘, 권력. 그러니까 힘과 권력, 돈에 가치를 두면 그게 음행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이런 현실의 가치 대신에 보이지 않는 믿음을 지키는 자들은 천국에 들어가게 된다.

성도들의 인내가 여기 있나니
그들은 하나님의 계명과
예수에 대한 믿음을 지키는 자니라


A는 자신을 순결한 사람으로 - 하나님의 인을 받은 사람으로 믿고 있는 - 알고 있는 것이 아닌 - 것 같았다. 그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여 몇 번 심하게 흥분을 했는데 지금 세상이 썩었다며 정부가 짐승의 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짐승의 표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했다.

“내가 지금 그걸 막고 있지. 핍박을 견뎌내면서 아주 적극적으로, 효과적으로 말이야.”


설교가 끝났다. 나는 차트를 덮으면서 A에게 말한다.

“이야기를 쭉 들어보니 이제 알겠네요. A 씨에게 왜 뿔이 생겼는지.”

“오, 그래? 한번 들어보지”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질문. 혹시 여기 들어오기 전에 어떤 길로 왔는지 기억하세요?”

“길? 그거야... 큰길로? 어라?”

“기억이 안 나시죠?”

“뭐야, 왜 기억이 안나지?”

A는 당황한다. 그도 그럴 거다. 여기 온 사람들은 모두 같은 반응이다.


“뿔의 징조는 죽음입니다. 죽음 이후의 방향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A 씨, 당신은 죽었습니다.”


정적. A는 나를 멀뚱히 한참 본다. 이게 무슨 개똥 같은 소리냐 라는 표정을 하고 있다. 그가 입을 열려는 찰나 내가 입을 막았다.


“지금 이렇게 내가 살아있는데,라고 하시려고 했죠? 설명하면 기니 짧게. 당신은 정확히 12월 10일 19시에 사망했습니다. 사인은 심혈관 질환. 평소에 운동을 안 하고 고기를 많이 드셨나 봐요. 식당에서 나오다가 쓰러졌고 당신이 애인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구급차를 불렀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뒤였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내 앞에 오게 됐죠.”

A는 아직도 벙찐 얼굴이다. 약간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장난치지 말아. 무슨 그게...”

“가혹하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A는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물론 문을 열린다. 하지만 A는 문 앞에 얼음처럼 서 있을 수밖에 없다. 문 밖은 시커먼 암흑뿐. A는 그렇게 까만 암흑을 처음 봤다. 그것은 영혼마저 빨아들이는 암흑이었다. 어떤 존재라고 지워버리는. A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암흑에 닿으려 한다. 그때,

“나라면 절대 그렇게 안 할 거요” 내가 말했다.


A가 한발 문에서 물러서자 문이 닫혔다.

“그래서.. 나한테 바라는 게 뭐요?”

“죽은 사람에게 뭘 바라지는 않습니다. 바라는 건 산 사람에게나 하는 거죠”

“영혼이라니. 죽음이라니. 아직 죽을 때가 아닌데.”

A가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서 있다.


“많이 정신없으실 텐데 연속으로 소식을 전해드려야 해서 죄송하네요.”

나는 차트를 손에 들고 A를 빤히 바라본다.

“좀 전까지 나눈 대화들로 당신의 심판은 끝났습니다.”

“심... 심판?”

“네, 심판이요. 천국과 지옥을 나누는.”


A는 나에게 달려와 양 팔을 잡아 흔든다.

“나.. 나는 어디로 가는가?”

“당연히”


지옥이다. 안타깝게도 A가 들었던 음성은 사단의 음성이었다. 사단은 그런 속임수의 제왕이다. 자신이 신의 일을 한다고 착각하면서 사단의 앞장이가 된 사례는 A 말고도 역사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속삭임을 듣고 행하다 보면 뿔이 자라난다. 사단의 능력을 행할 수 있다는 표식이랄까.


A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니야, 아니야 중얼거릴 뿐 눈동자는 초점을 잃었다. 나는 이제 이 환자를 계속 볼 일이 없다. 그동안 많은 기회를 줬으니까. 손을 한번 살짝 휘두르자,


어느새 A가 있던 자리에는 새로운 사람이 서 있다.

“네, B 씨, 어제 했던 이야기를 계속해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