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된걸 부모님께
임밍아웃의 순간은 정말 오랫동안 시뮬레이션했었다. 우리만큼이나 아기를 기다려오셨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 감격을 전달하는데 치밀하게 계획 하에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산부인과 첫 진료를 마치고 나자마자 임밍아웃 이벤트는 아웃오브안중.
“오빠, 나 엄마랑 통화하고 싶어”
“나중에 서프라이즈 안 하고?”
“원래 그러려고 했는데 빨리 엄마한테 알려주고 싶어. 내 마음이 그래. “
B는 엄마 사랑이 각별하다. 그만큼 장모님이 B를 아끼는 마음도 그대로 느끼고 있다. 아기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B는 감격과 함께 장모님을 떠올렸다. 그 순간 이벤트 같은 것들은 부차적인 거라고 생각이 들었고, 우리는 마트 주차장 차 안에서 장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엄마! 이거 봐봐.”
한참을 일상 이야기를 하다, B는 장모님 톡으로 초음파 사진을 보냈다.
“어머, 이게 뭐니. 애기 생겼어?”
장모님은 한참을 사진을 보시다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그리고 조금 흐느끼시도 하셨다. 얼마나 기도하셨는지, 그 마음이 느껴지는 순간들. 장모님 그런 목소리에 B도 같이 훌쩍거렸다.
우리 집도 같았다. 조금 시간 텀을 두고, 이벤트 같지 않게 편지를 가장한 초음파 사진을 줬다. 아빠가 읽어보더니 “어!” 외마디 반응을 하시더니 곧이어 엄마에게 초음파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을 보자마자 엄마는 울음을 터뜨렸고, B와 부둥켜안고 같이 울었다.
차 안에서 장모님과 통화하는 그 순간, 엄마와 B가 부둥켜안았던 그 순간. 순수한 기쁨으로 가득한 기억. 가족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그 기쁨.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 순간, 그 기분, 그 두근거림이 또렷하다. 아마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