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듦의 계절, 인디언 섬머(3)
노후 준비가 막막한 이유는 우리가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죽을 날짜를 알고 있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잘 살 수 있을까? 언제 죽을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떻게 죽을지는 선택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죽음’은 단순히 생의 끝이 아니라, 내가 누구로서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다.
매년 연말이 되면, 나는 한 해 동안 써온 일기를 다시 읽으며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 살아왔는지를 돌아본다. 또한, 유서를 정리하고 인터넷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중요한 정보를 가족에게 남겨,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다. 유서를 업데이트하고 아내와 자녀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 역시 정리해 이메일에 보관한다.
무엇보다도 내가 선택한 사람으로 죽기 위해 작성해 온 원고를 검토하고, 목차를 다듬으며 지금까지 쓴 원고를 다시 읽는 것이 연말의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11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이 시간은 나에게 있어 일종의 ‘인디언 서머’를 즐기는 연례행사이기도 하다.
영화 조 블랙의 사랑 (Meet Joe Black)에서는 죽음 이후의 세상으로 인도하는 존재, 조 블랙(브래드 피트)이 65세 생일을 맞이하는 윌리엄 패리쉬(앤서니 홉킨스) 앞에 나타나며 삶의 가치와 진실에 대해 서로 깨닫게 된다.
영화의 설정은 다소 만화 같지만, 앤서니 홉킨스의 연기가 이를 마치 실제 이야기처럼 느끼게 한다. 생일날 죽음을 맞이하게 될 윌리엄은 회사 합병에 반대하며 조 joe의 질문을 받는다. “이 시점에서 회사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윌리엄은 답한다. “내가 평생 일군 것이니까. 사람은 자신이 만든 그대로의 모습으로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 하지. 내가 죽고 나서도 이 회사가 명예, 헌신, 진실을 지키며 남아 있어야 하네.”
만약 내가 죽는 날을 알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먼저 하려 할까? ‘내가 만든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만든 나의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로 기억되고 싶은가?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 전기의 마지막 문단에는 잡스가 죽기 전 남긴 말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죽은 뒤에도 나의 일부는 살아남는다고 믿고 싶군요. 수많은 경험을 쌓고, 약간의 지혜까지 얻었는데 그 모든 것이 그냥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합니다. 그래서 무언가는 남는다고, 어쩌면 내 의식은 영속할 것이라고 믿고 싶은 거죠.”
나는 죽음 이후의 시간에 대해 윌리엄 패리쉬와 스티브 잡스보다 더 이른 나이에 고민하게 되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의 명언 중, 부족은 알 수 없으나 그들의 세계관을 잘 보여주는 말이 있다. “죽음은 빛을 끄는 것이 아니라, 새벽이 오기 때문에 등불을 끄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이 말을 보았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 문장을 통해 나는 ‘두 번째 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노후 준비라는 말보다는 사후 준비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노후 준비라는 개념이 단지 나이가 든 나 자신을 돌보는 일로 느껴져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다. 반면, 자신이 만든 그대로의 모습을 남기는 사후 준비는 오히려 마음을 설레게 했고, 삶의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나의 사후 준비는 50세부터 남들보다 조금 이르게 시작되었다. 어떻게 죽을지를 정하자 사는 방식이 단순해지고 명료해졌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닌, 나를 정의하는 가치의 여정이다. 내가 선택한 사람으로 죽기 위해 매년 연말에 일기와 유서를 정리하며 삶의 방향을 되돌아보고, 내 삶의 진정한 유산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답한다. 이를 통해, ‘내가 만든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음 세대에 남길 가치들을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
아래 교육 과정은 [더 이상 일하지 않을 때 나는 누구인가]와 [두 번째 나] 책을 모두 읽으신 사람을 위해 2025년에 시작될 [두 번째 나를 위한 자기다움 워크숍]입니다.
1주 차. 발견과 인정 (Uncover & Accept)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결정할 때 비로소 나답게 살 수 있듯이, 중장년의 전환기를 인정해야 비로소 성장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 나이 듦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나답게 사는 것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이 듦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기다움을 발견하는 여정을 시작하자.
2주 차: 발견과 개발 (Discover & Develop)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직업명으로 그려진 목표였다. 중장년이 되면, 우리는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일하지 않을 때,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직업이 아닌 진짜 나의 정체성으로 답할 때가 되었다.
3주 차: 정의와 습관 (Define & Habit)
삶의 중요한 부분은 습관으로 이루어진다. 직업과 역할을 넘어선 정체성을 정의하고, 작은 습관을 통해 진정한 자기다움을 구축하자. 정체성은 반복된 선택과 습관에서 피어난다. 내가 되는 습관을 통해 자기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4주 차: 변화와 일상 (Change & Routine)
하루의 작은 변화가 인생의 혁신을 만든다. 하루를 설계하고 기록할 수 있는 종이와 연필만 있다면 충분하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면 단순히 나이 들어갈 뿐이지만, 변화를 통해 내가 될 수 있다.
5주 차: 리셋과 설치 (Reset & Install)
나이 들어가는 것은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평가하며 진정으로 나다운 삶을 시작할 준비가 필요하다. 내가 되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실천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자.
6주 차: 탄생과 명명 (Birth & Naming)
새로운 시작은 자신에게 새로운 이름을 부여할 때 완성된다. 이제 새로운 정체성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에 걸맞게 살아가자. 그것이 바로 자기다운 삶이다.
7주 차: 회상과 성찰 (Recollection & Reflection)
과거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과정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준비다. 실수와 성공을 회상하며 얻는 교훈은, 현재 나를 성장시키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8주 차: 기억과 창조 (Memory & Creation)
미래의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도구다. 상상을 통해 떠올린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자.
9주 차: 목적과 유산 (Purpose & Legacy)
나의 유산을 정의할 때,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가 분명해진다. 지금까지 나답게 살아온 삶을 정리하며 나의 인생 황금기를 준비하자.
10주 차: 연결과 공동체 (Connection & Community)
진정한 공동체는 혈연이나 학연이 아닌 같은 목적과 소명을 공유하는 사람들 속에서 찾아진다. 중장년의 삶은 직장인의 정체성을 넘어, 나와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부족의 일원이 되어가는 여정이다.
관련 사이트
https://www.goodbrandgoodecosyste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