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로 가는 길
아침에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포르투로 가는 기차를 탔다.
포르투는 리스본에서 북쪽으로 300km 정도 떨어진 포르투갈 제2의 도시다. 국가명인 ‘포르투갈’도 ‘포르투’에서 나왔다. 이 나라를 처음 세운 옛 수도라고 볼 수 있다. 경주도 서울에서 약 300km 정도 떨어졌다. 그 정도 거리가 새로운 도시를 세우기 좋은 걸까.
매시간 있는 기차표를 사고 플랫폼에서 기다리며 콜라를 마셨다. 생각해 보니 코카콜라는 거의 매일 마셨다. 서울에서는 그렇게 열심히 마시지 않았는데.
포르투갈은 인구가 천만 명 정도 된다. 영토는 대한민국 보다 약간 작은데 인구수는 20% 정도 된다. 리스본 인구가 50만 명 좀 넘고, 포르투 인구가 20만 명 좀 넘는다. 인구 집중도가 낮으면서 사람들은 국토 여기저기에 퍼져 살고 있다.
3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가면서 풍경을 열심히 보려고 했다. 기차에 비친 포르투갈은 어떤 모습일까. 푸른 초원이 윈도우 배경화면처럼 펼쳐진 곳도 있어 내려서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이 있었다. 중세시대에 지어졌을 법한 시골의 성당이 그림처럼 나타나서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기차는 내 맘도 몰라주고 갈 길을 달렸다.
아름다움 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폐허처럼 버려진 집들이었다. 드문드문 반복되어 나타난 버려진 집들. 소설 <포르투갈의 높은 산>에서 극중 인물이 예전 주인이 버리고 사라져 남겨진 집에 살게 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이런 집들을 보고 있으니 충분히 그런 이야기를 상상해 볼 수 있겠다 생각했다. 왜 이 집들은 버려졌을까.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마침 이런 집들이 기찻길 옆에만 있을 수도 있다. 난 거기에 시선을 좀 더 뒀을 뿐이다.
나는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싶었던 걸까. 어떤 역사의 화려한 면일까, 지금 맛있게 즐기는 시간일까, 지금 이곳에 사는 사람들일까. 무너져가는 집에서 나는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손에 있던 콜라를 다 마셨고, 포르투에 도착했다. 흐릴 것으로 예상했던 하늘은 해맑게 나를 환영했다. 새로운 곳에 발을 내딛는 일은 언제든 두근거리는 순간이다.
ps.
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1편은 여기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