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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감자 Mar 02. 2020

음식: 조금 덜 부끄러울 식탁을 위해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반성

음식이야말로 한 나라의 문화를 가장 잘 표현한 매개체가 아닐까? 한 가정의 식탁 위에 어떤 식물과 동물이 요리되어 올라오는지는 단순히 한 끼의 문제가 아니라 수천 년간 이어온 식습관을 어떻게 계승하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차별된 육식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한국은 몽골이나 중동처럼 대초원 지대가 없었기 때문에 대규모 축산업이 자리 잡을 수 없었기 때문에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사람들은 육수를 끓이고 동물의 내장을 먹으며 영양소를 채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 한국의 음식문화는 근현대 축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크게 변화했다. 개선된 축산기술과 시설로 넓은 초원 없이도 양산형 축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고 이제는 고기 없는 식사가 보기 힘들 정도로 돼지고기와 소고기는 한국인에게 이제 익숙한 식재료가 되었다.      


근 50년 사이에 급격히 변화한 우리의 식탁은 지극히 현세대의 효용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 사실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 미래를 생각할 여지가 없다. 내가 먹는 반찬이 혹은 찌개가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상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식사한다는 행위 자체가 식욕이라는 본능에 맞춰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먹는 고기가 50년 후, 후손의 삶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식탁의 무게는 사뭇 달라진다. 본인이 어제 그리고 오늘 먹은 삼겹살 한 점이 기후변화로 어떤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지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기후변화는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의 평균온도가 상승하는 결과를 의미한다. 이 개념 자체는 크게 호소력이 없을 수 있다. 한국처럼 연교차가 큰 지역의 사람일수록 기후변화는 냉난방 시설이 부재한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되는 위기는 자연재해, 해수면 상승, 질병 증가, 생태계 변화 등 실로 다양하며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는 특수한 임계점이 존재한다. 즉, 지구의 온도가 어느 정도 상승하게 되면 아무리 노력해도 돌아올 수 없다는 뜻이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World Economic Forum)의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큰 리스크는 기후변화이다. 낮은 예측가능성과 돌이킬 수 없는 경로를 생각한다면 이 이슈는 단순한 날씨 변화가 아닌 글로벌 경제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작년 세계통화기구(IMF) 또한 이례적으로 세계 경제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파리기후협약에서 약속한 지구온도 2℃ 제한목표를 달성해야 하며 탄소세를 온실가스 1톤당 75달러(한화 약 9만 원)로 인상해 세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019년 8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50차 총회에서는 ‘기후변화와 토지에 대한 특별보고서’가 채택되었는데 글로벌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71억 톤으로 이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14.5%를 차지한다.      


기후변화 이슈는 우리에게 돌아오는 피해는 50년 뒤에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고려하지 않고 우리의 식재료를 구성한다고 해도 향후 10년 혹은 20년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하는 축산업 생태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미래 기후변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고 후손에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당장 축산업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이 있다면 방법들을 찾아내 차근차근 개선하면 된다. 지방의 고령화 사회를 준비하는 정책 속에서 미래세대가 고려된 축산업 기술들을 연구해야 한다. 


작년 10월 충청남도는 한국 최초로 기상위기 및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선언했으며 일본을 비롯한 세계 여러 곳곳에서는 2050년 넷제로(총 온실가스 제로)를 선언한 지자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정책에는 근본적으로는 중앙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결국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한 개개인의 노력과 시선이다. 정읍시 또한 지자체로써 기후변화의 책임을 인지하고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축산업의 미래를 지향할 때, 우리는 대한민국 한 끼의 무게를 조금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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