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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감자 Mar 01. 2024

방주

어쩌겠는가, 더 노력해야지

방: 방황하는

주: 주제에 기후변화라니

나의 유일한 소장 작품

내가 처음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10년 전만 하더라도 기후변화는 하나의 경각심을 알리는 주제였다. 엘 고어의 TED 강연부터, 다양한 환경단체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막연한 희망 또한 공존했다. 지금부터 우리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면 우리는 어쩌면 기후변화라는 또 하나의 인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마치 1980년대 빈곤이라는 주제가 전 인류의 공통 관심사였고 해결한 것처럼 말이다. (참고로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돈과 토지 면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작다.)


그러나 기후변화 심각성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2023년 3월에 발표한 기후변화 종합 보고서(IPCC, CLIMATE CHANGE 2023 Syntehsis Report, 2023)에 따르면 온도상승, 기상 이변, 중대한 환경 변화는 한 번도 좋아진 적이 없으며 현재 산업화 이전 대시 1.1도 온도가 상승했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 전쟁은 분명 기후변화에 대한 주의를 분산시켰다. 장기적으로는 아니겠지만, 중간단계로써 에너지 전환의 핵심이었던 천연가스는 유럽의 에너지 전환의 가교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정학적인 변화와 치열한 AI 및 반도체 경쟁 속에서 기후변화는 또다시 관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또한, 기후변화 업계의 악몽 같은 미 트럼트 대통령은 재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기후부정론자의 대표주자인 트럼프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재생에너지 정책에 재동을 걸 것으로 전망되며, 다시 화석연료 기반의 경제성장을 주장할 것이다. 트럼프는 값싼 에너지 가격이 미국이 유럽보다 성장하게 만든 한 요소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사실 그 주장 자체는 맞는 말이다. 어쩌겠는가 기후변화라는 것은 각 국가의 과제가 아닌 전 인류의 조별과제인 이상 각국의 정책을 강요할 명분은 없다. 


기후변화를 연구하고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지난 10년간의 인류 행보는 낙제점에 가까우며 희망적이지 않다. 가끔 유튜브 알고리즘에 올라오는 기후부정론자들의 억지스러운 주장은 언제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또한, 불안한 미래를 앞두고 있는 30대 초반에게 시대적 고민은 사치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당장 내 앞가림조차 하지 못하는데, 늘어나는 부모님의 흰머리, 주름과 지나친 고민은 언제나 사치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사람은 살면서 돈을 벌어야 하며 그 과정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노동을 하면서 때로는 인생의 가치를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글을 읽으신 분들은 눈치를 채셨겠지만 이번 에세지 집은 전문 서적이 아니다. 명쾌한 인사이트나 정보를 기대한 것이라면 다른 전문 칼럼을 읽으시는 것을 권한다. 한국에는 이미 훌륭한 전문가들이 많으니 말이다. 이번 책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기후변화에 일하는 사람의 일종의 푸념집이자, 다짐모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분야에 종사하다 보면 정치와 신념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내가 약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융통성 있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부족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 사념을 풀고 싶었다.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우리는 지금까지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했다. 

2. 정치적인 환경이 낙관적이진 않다. 

3. 정작 나의 삶도 방황 중이다. 


나의 한숨을 늘어놨지만, 나는 포기할 생각은 없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이 분야가 힘들지만 재미있다. 그렇다. 나는 아직 철이 없다. 아직은 이 분야가 재미있다. 과학과 사회, 정치, 경제가 뒤섞여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에너지, 환경규제, 탄소가격, 정부의 정책들이 흥미롭고 나를 몰입하게 만든다. 내가 아직 부족한 점도 많고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 많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모든 경험은 다 나를 성장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 대부분의 시간이 힘들지라도 계속 삶은 이어져가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이 실패할지라도 우리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며 또 다른 방법과 길을 찾아야 한다. 비록 내가 가까운 이웃이자 가족들에게도 잘하지 못하지만 언젠가 더 멀리 있는 이웃들에게도 힘이 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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