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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배 Feb 20. 2022

안온한 대화, 대저 토마토 농부 심영호

프롤로그

사랑받은 일이 황송하기 그지없어  힘을 다해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던 때가 내게 있었다. 받은 사랑에 대한 예우란  그때 내게 그런 의미였다. 사랑을 받았다면 응당  나아진 모습으로 되갚아 주는 . 상대가 기꺼이 자신의 한때를 기울여 나를 사랑해 주는 시간이 무용한  되지 않으려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그것이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이며 사랑받은 자의 자세라 생각했다. 이는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어떤 사랑에 있어서는 나와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자신이 바란 사랑이 아닐 때의 이야기이다. 더욱이 자신이 바란 사랑도 아니건만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면, 그건 아주 불합리한 일이라고 누군가는 생각할 것이다. 이에 있어서는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내가 달라고 했던 사랑도 아닌데, 받았다고 하여 애써  나은 무언가로 되갚아  필요가 있겠는가. 더욱이 멋대로 나를 사랑한 상대가 보답을 바란다면, 나라면 화가  참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랑이 내가 바라던 것이라면 나아가  사랑이 내게 무엇도 바라는  없이 그저 기울기만 한다면,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받은 자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 이리 말하지 않아도 그런 도리와 예우 따위는 아주 자연스레 심연 속에서부터 싹을 틔워야 한다.


그런 사랑을 받고 살아가는 사람을 나는 알고 있다. 받은 사랑이 너무나 황송해서 자신을 끝없이 갈고닦는 사람. 보는 사람이 절로 탄복할 정도로 악착같이 무언갈 끝없이 하고 또 해내는 사람. 그러면서도 받은 사랑에 감사하는 일을 잊지 않고, 나아가 더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 그는 부산광역시 강서구 대저 2동에서 대저 토마토. 일명 '짭짤이'를 기르는 사람이다. 그 노력이 상상을 초월하여 경매가로만 7만원 8만원을 훌쩍 넘기는 이례적인 짭짤이를 만들고, 그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말하다가도 진심은 그로써 가족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바로 그이다.


남쪽의 뜨끈한 바람도 겨울의 한기에는 맥없이 식어버리는 오늘. 나는 그런 사람 '심영호'씨와 긴 이야기를 나눴다. 그의 성姓인 '심'이 어떤 뜻을 갖고 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왠지 '마음'을 가리킬 것만 같은. 심성이 고운 그와 함께한 한 시간 남짓의 시간은 내게 봄처럼 안온했음을 독자들에게 꼭 말하고 싶어 부랴부랴 이 글을 쓴다.


이 글은 그와 나눈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써내기 전에 급하게 입을 여는 프롤로그이며, 그 봄을 닮은 대화가 곧 찾아올 거라는 전조이다. 부족한 솜씨지만 최대한 빨리 그 이야기를 쓰고 고쳐 소개할 것이므로 부디 부푼 기대로 기다려주시길.



전성배田性培 : 1991년에 태어났다. [격간隔刊 전성배 산문]의 발행인이며, 농산물을 이야기하고 농부를 인터뷰한다. 농업계 이슈에 관심이 많고, 여러 주제로 글을 쓰지만 대부분 삶의 테두리 안에 머문다. 지은 책으로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가 있다. 계속해서 우리나라 농부에게 도움이 될 글을 쓰는 것과 더불어 문학적으로 완성도 있는 글을 쓰는 것이 목표이다.


aq137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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