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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세연 Oct 19. 2020

누구에게나 자신이 빛나는 자리는 있지

공부보다는 신나게 놀 때 더 빛났던 프리랜서 동생의 생각

같은 배에서 나왔는데 이렇게 다르다고?
사회가 정해준 길을 착실히 밟아온 6년 차 직장인 언니와 길 너머에는 뭐가 있는지 탐험하는 3년 차 프리랜서 동생의 일과 삶에 대한 교환 일기
* 출간 전 미리 연재


첫 번째 주제 : 불안-3, 동생 씀


한동안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았다고 해도
그 시간들을 후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나를 보고 방향을 찾았다니, 언니가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 있는 것 같아 너무 고맙네. 정말 감동스러운 일이야. 언니 글을 보니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나도 기억해. 중학교 3학년 때 준비하던 외고 입시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새벽 일찍 일어나 셔틀버스 타고 학교를 다니던 언니 모습.  


언니가 한동안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았다고 해도 그 시간들을 후회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었잖아. 그리고 그랬기 때문에 언니는 늘 최세연의 능력치 플러스알파의 결과를 펼쳐왔어. ‘취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이렇게 열정적이게 달려와 슈퍼 골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적어도 내 주변엔 23살에 대기업을 최연소로 들어간 사람은 언니가 유일해. 분명 이 시간들은 나중에 언니가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좋은 자양분이 될 거야.


아무튼, 언니 글을 읽으면서 ‘우리가 같은 집에서 자랐지만 정말 다른 환경에 놓였었구나’ 다시금 생각했어. 그리고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니 그 이유는 학창 시절 영향이 큰 것 같아. 언니는 어려서부터 나보다 공부 머리가 훨씬 뛰어났고, 언니 또한 공부에 욕심이 있어 외국어 고등학교에 자랑스럽게 입학했지. 그 학교에는 하나같이 공부 좀 어느 정도 한다는 사람들이 모였고, 게다가 다들 욕심 있는 사람들이니 얼마나 치열했겠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학창 시절의 언니의 자존심과 승부욕은 '공부, 성적'에 맞춰져 있었을 거야.


반면에 이 시절 나는, 공부를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어. 나 또한 자존심과 승부욕이 매우 강했는데, 단, ‘공부’라는 영역에서만 나에게 관대했지 (하하)


나는 어딜 가나 리더 역할을 도맡곤 했었는데, 축제 같은 큰 행사를 앞두고는 스케줄에 허덕이는 연예인이 된 마냥 매일 바쁘게 움직였어. 축제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수업시간 외에 댄스 동아리 멤버들과 매일같이 연습했고, 체육대회 치어리딩 반대 항전에서도 우리 반을 1등으로 이끌기 위해 밤낮으로 안무를 짜며 궁리를 했어.


이 외에도 학교생활 내내 점심시간만 되면 운동장으로 뛰쳐나와 친구들하고 배드민턴, 발야구, 피구를 하는 게 내 행복이었고, 스승의 날이 되면 어떻게 선생님을 기절초풍하도록 서프라이즈를 성공시킬까 고민하는 게 나의 한 학기 큰 미션이었지. 성적표에 1등급이 찍히는 것보다, 축제에서 우리 댄스동아리가 대상을 타는 게 더 좋았고, 공부하는 시간보다 야자 시간에 땡땡이치고 친구들이랑 무지개공원에서 깡통차기, 경찰과 도둑 놀이를 하는 게 내 하루의 진짜 행복이었어.


내 주변을 살펴보면, 치열하게 공부하는 친구들은 소수였고 피아노를 치는 친구, 미술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 가수를 준비하는 등 저마다의 진로를 일 쪽이 정한 친구들이 반, 그리고 공부를 놓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따라가는 중위권의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지. 나도 여기에 포함되었고. 이것만 들어도 언니랑 내 환경이 많이 다르지 않아?


최근에서야 인정하게 된 사실이 있는데, 나는 주목받고 빛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 그런데 학창 시절을 돌이켜 회상해보면, 공부는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가 빛나는 순간은 오지 않았어. 공부를 하는 그 순간들도 내가 스스로 멋있다고 느껴진 적도 없었어. 어쩌다 나온 성적 1등급이 나를, 혹은 엄마를 잠시 뿌듯하게는 해 줄지 언정 그게 나를 빛나게 해 주지는 않았던 것 같아. 그런데 내가 동아리에서 팀을 이끌어 멋진 무대를 꾸려 우승을 하거나, 반장이 되어 우리 반 화합을 이끌어 단합 최고 반으로 인정받을 때, 이럴 때 나는 내가 빛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았어. 학창 시절 이야기하다 보니까 그리워서 눈물이 난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빛나는 자리가 있는 것 같아.


아무튼, 누구에게나 자신이 빛나는 자리가 있는 것 같아. 그 자리는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찾아가고 만드는 거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프로듀스 101처럼 피라미드 형태로 특정 자리에 가야만 빛나는 게 아니라, 평평한 밤하늘과 같아서 우리는 어디에 수놓아져도 빛을 밝힐 수 있는 존재라고 믿어.


참, 언니 글에서 ‘인생을 레벨업이 필요한 게임처럼 본다’라는 말 정말 공감해. 가끔은 ‘대충 살자~’ 싶다가도, 대충 사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님을 이제는 깨달았거든. 그래서 항상 어떻게 레벨업을 할지 고민하는데, 나에게 있어 레벨업은 학생-직장인-승진? 과 같이 그 나이에 따르는 보통의 퀘스트를 깨는 것과는 달라. 생각해보면 내가 레벨업을 했던 순간들은 모두 ‘새로운 도전’들을 했을 때야. 그래서 나는 ‘레벨업=도전’의 공식이 성립한다고 봐.


우리 앞으로는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숫자를 빼고 생각해보는 거 어때?


우리 앞으로는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숫자를 빼고 생각해보는 거 어때? 언니의 문장을 빌려 보자면,  ‘23살에 취업해 20대가 7년이나 남았다. 그다음엔 도대체 뭘 해야 할까?’가 아니라 “취업을 해서 시간이 많다. 뭘 할까?” 가 되는 거지.


같이 도전하자. 따분한 시험공부, 토익 900점 따기 이런 거 말고. 체력 거지인 우리가 히말라야 등반하기, 꾸준함이라곤 1도 없는 우리가 출판에 도전해보기, 요리 젬병인 우리가 일주일에 하나씩 요리를 해보는 등.

내가 대학생 때 공부 말고 도전을 더 많이 해본 사람으로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데, 이렇게 내 마음 가는 대로 도전하다 보면 내 길이 만들어지더라. 가끔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길로 이끌어주는데, 이게 바로 도전의 매력이야. 내가 이 매력에 빠져버려서 인생이 아주 바쁜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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