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챤 맥브라이드의 마스터클래스 영상에서 봤던 이야기입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떤 드러머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같이 연주하기 전까지는 정말 멋진 드러머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아마 누군가의 음반에서 인상적으로 들었다거나, 페스티벌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면서 무대 위에서 연주하고 있는 그를 듣게 되었거나 했겠지요. 그래서 언젠가 꼭 같이 연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근데 정작 그런 기회가 오게 되어서 같이 연주를 하게 되니 오 마이갓, 하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 양반 하고는 같이 연주를 하지 않았었다면 더 좋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군요.
크리스챤 맥브라이드쯤 되는 사람이면 까마득한 선배들부터 까마득한 후배들까지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평생 연주를 해 온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실력도 없는 이상한 드러머의 연주를 듣고 멋지다고 생각했을 리는 없겠지요. 그리고 결국 같이 연주하기까지 했다고 하니, 그 정도의 리그에 이미 올라있는 연주자라고 봐야 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연주를 시작하니 너무 불편하고 힘들었다는 얘기죠. 이게 참 뜻밖이었어서 한 시간 넘는 마스터클래스 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았습니다.
잘 안 맞는 건 내가 잘 못해서거나, 상대방이 잘 못해서인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어왔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크리스챤 맥브라이드처럼 베이스를 잘 쳐도, 크리스챤 맥브라이드와 같이 연주하게 될 만큼 드럼을 잘 쳐도 서로 안 맞을 수 있다는 건 오히려 놀라운 일입니다.
생각해 보면 유학시절에 저를 가르쳤던 선생님과 학교의 드럼 선생님은 서로 정말 안 어울리기는 했었습니다. 매 학기가 시작하면 교수님들이 모여서 faculty recital, 교수연주회라고 해야 할 공연을 했습니다. 근데 그냥 그랬거든요. 특히 드럼과 베이스 교수님이 서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역력할 정도였고요. 그렇다고 틀리고 서로 엇가는 그런 수준은 당연히 아니고, 뭔가 뻑뻑한 느낌?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고 계속 불편함이 깔려있는 상태였습니다. 매 학기 때마다.
하지만 언젠가 Jimmy Cobb이 학교에 마스터클래스를 하러 왔었고, 그때 우리 교수님과 같이 연주하니 갑자기 이건 뭐 천국 같은 소리가 나더군요. 둘의 머릿속에서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나 보다 싶을 정도로 말이죠. 둘 다 워낙에 old school이라 그랬을 것 같습니다.
드럼 선생님도 다른 베이스 주자를 만나면 그렇게 멋질 수가 없었고요. 로컬 베이스 주자건 좀 잘한다는 학생이건, 웬만하면 다 훌륭한 연주를 해냈었습니다. 그냥 우리 교수님 하고 안 맞는 거였어요.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때쯤, 전공 레슨 시간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드럼 교수님에 대해서도 슬쩍 말이 나왔습니다. 뭐 알잖아, 같이 연주하기에 쉽지 않다는 거, 그런 정도로 그쳤지만 눈빛은 ‘운챙, 이거 무슨 얘긴지 다 이해하지?’하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상대방과 나 사이에서 최선을 끌어내는 것 역시 경험과 노력을 통해 갈고닦아지는 중요한 스킬일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잘 맞는 사람과 유독 안 맞는 사람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