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서울
대학 재학 시절,
처음으로 카메라를 장만했었다.
평범했던 등교길도 카메라를 메고 나면 이유 없이 행복했다.
사진을 공부해보겠다고 전공 서적보다 두꺼운 책도 사서 읽고, 이런 저런 의미를 담아서 사진을 찍어보려 애썼다.
그 당시에는 사진을 찍을 때 마다 흥분하고 모든 사진이 마음에 들곤 했었는데, 지금에 와서 들춰보면 대부분 형편없는 아마추어 사진일 뿐이다.
다만, 사진을 시작했던 그 때 그 시절의 서툰 마음이 생각날 때가 종종 있다.
여전히 집으로 향하는 길이면, 충동적으로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자주 가는 곳이 선유도다.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을 가득 실은 버스 안에서 한강 다리를 건너다보면 어쩐지 급하게 내려 걷고, 사진을 찍고, 쉬고 싶다.
한 시간이고 두시간이고 한강을 따라 걷고 고요한 강변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사진을 찍는 일은 그 옛날 대학생 때에도, 지금도 변하지 않는 취미가 되어버렸다.
비가 오는 한강은 평소보다 사람이 적다.
가끔 우산을 쓰고 어디론가 향해 가는 사람들이 보일 뿐이다.
어디로 가는 걸까.
빗소리에 사람의 목소리, 발소리 마저 가려지고 나면 사람이 더욱 궁금해진다.
특별히 비 오는 한강에선 RF카메라의 진가가 발휘되곤 한다.
한손에는 우산을 들고, 남은 한손에 카메라를 존 포커싱으로 맞춘 다음에 셔터를 누르면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문처럼 뚫린 뷰파인더를 통해 무언가 특별한 장면을 포착하는 순간, 그 장면의 앞 뒤 상황을 모두 볼 수도 있다.
그 날도 역시 뷰파인더를 통해 누군가와 마주쳤고 그들이 걸어가는 거리를 오랫동안 바라보면서 멀어졌다.
1) 선유도 : 양화대교 중간에 위치한 선유도공원은 과거의 정수장 건축구조물을 재활용하여 국내 최초로 조성된 환경재생 생태공원이자 “물(水)의 공원”이다. 당산역, 합정역, 선유도역에서 하차하여 갈 수 있다. 개방시간은 6시부터 24시까지다. (http://parks.seoul.go.kr/template/default.jsp?park_id=seonyudo )
2) RF 카메라 : 거리계연동카메라(Range Finder Camera)는 거리계(range finder)와 카메라의 초점기구를 연동시킨 카메라로, 초점기구를 움직임에 따라 초점 검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이다. RF 카메라는 미러 박스와 펜타프리즘이 필요 없기 때문에 SLR에 비해 작다는 강점을 가진다. 미러의 움직임에 의해 생기는 미러 쇼크가 없기 때문에 사진의 흔들림이 적은 것도 이점이다. 숙련된 사진가라면 삼각대 없이 1/15초까지도 흔들림 없이 촬영이 가능하다. 또한 미러업에 의한 블랙아웃 현상이 없기 때문에 사진가는 언제든지 주변 상황을 관찰해가며 상황에 대처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렇기에 많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RF 카메라를 주력 기종으로 사용하고 있다. (위키백과 참고)
3) 존 포커싱 : 존 포커싱이란 RF카메라에서 사용하는 팬 포커싱을 이용한 기술이다. AF 렌즈처럼 빠른 포커스를 위해 촬영시의 노출조건을 감안해서 조리개나 셔터스피드를 고정하고 피사체의 거리를 파악한 후, 피사계 심도를 이용하여 초점을 맞추지 않고 촬영하는 것이다.
Camera : Leica M3, Leica M7
Lens : Summicron M 35mm F2 1st, Summicron M 35mm F2 asph.
Film : Portra 160nc, natura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