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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k Dec 15. 2016

거:리의 거리 Street of Distance #03

남대문 시장, 서울


처음 시장을 혼자 가본 것은 4-5살 무렵이었던 것 같다.

어머니의 사촌이 소래시장 내에서 식당을 하고 있었고, 우리 가족은 인천 연수동에 살았었다.

매일같이 소래포구로 향하는 협궤열차를 타고 1시간 남짓 가면 시장에 도착했다.

비릿한 바다 냄새와 시끌벅적한 상인들의 호객 소리가 가득한 곳이었다.

좋아하는 요구르트와 새우튀김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어머니와 함께 그곳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그때 매일매일 탔던 협궤열차가 1995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멈춰 섰다.

협궤열차가 멈춘 것처럼 시장을 가면 어렸을 때로 돌아가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든다.


@ 남대문 시장, 2009.03

시간이 멈춘듯한 기분이 드는 시장을 갈 때면 꼭 흑백 필름을 넣어 카메라를 들고 갔다.

호피 재킷을 입고 무등을 탄 아이가 눈에 띄어 따라갔다.

따라가다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사진을 찍었다.


@ 남대문 시장, 2009.3

문구 매장들이 모여있는 곳을 갔을 때다.

수녀님 몇 분이 신학기를 맞은 아이들을 주기 위해서인지 선물들을 고르고 있었다.

보는 내내 그들의 취향인지 아이들의 취향인지 모르겠지만 진열대에 캐릭터가 그려진 스티커를 돌려가며 구경하고 있었다.


@ 남대문 시장, 2008.11

남대문시장에 유명한 호떡집 앞은 갈 때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아직 먹어본 적은 없는데, 그다지 맛이 없어 보여서 인지 선뜻 사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가 않는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호떡집 앞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는 쌀쌀해진 날씨에 몸을 한컷 움츠린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 남대문 시장, 2009.03

엄마와 함께 시장을 온 아이는 엄마가 양말을 계산하는 동안 가게 주인이 말하는 양말 가격에 놀란 건지 혀를 내밀며 놀란 모습을 했다.  


@ 남대문 시장, 2009.3

저녁 무렵 시장 안 포장마차에 한 외국인이 있었다.

왠지 낯선 모습이었다.

그는 맥주 한 병을 시켜놓고 족발과 잔치국수를 먹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담으려는 순간 포장마차 주인이 나를 쳐다보았다.



1) 소래 포구 :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있는 서해안가의 어항이자 포구. 원래 지명은 소래(蘇來)깨어나게 된다라는 뜻이다. 그 외에 소래포, 소래항'이라고도 불린다. (나무위키 참고)

2) 수인선 협궤열차 : 수원과 인천을 하나로 이어주던 열차라서 '수인선'이다. 1937년 8월 6일 운행을 시작한 수인선 협궤열차는 60년 가까이 서민들의 발 노릇을 하다가 1995년 12월 31일 소임을 다하고 사라졌다. (네이버캐스트 참고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72&contents_id=16129)


Camera : Leica M3, Leica M7

Lens : Summicron M 35mm F2 1st, Summicron M 50mm F2 DR

Film : 400 TX, 400 APX, 125 PX, 400 T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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