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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일공원 Oct 23. 2022

15살의 나에게 확신을 주고 싶다

많은 예술가들의 인터뷰를 보면, 자신의 어린 시절에서 많은 영감과 성향에 대한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한 사람이 일평생 살아가며 쌓아가는 취향은 이미 지난 어릴 적 몇 년간 보고 들은 것에 의해 만들어진 방향일 확률이 높다. 나 또한 그렇다.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지만, 가장 편하다고 느끼는 것들은 어릴 적 경험했던 무언가 일 때가 많다. 혹은 내가 강렬히 원하는 것들이 어릴 적에 내가 느꼈던 결핍에 의한 것일 때도 많다. 어릴 적에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에 따라, 어떤 사람은 부유한 환경에서도 결핍을 느낄 수 도있고 반대로 부족한 환경에서 풍족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현재 나의 상태가 어떤지를 떠나서, 어릴 적 나는 불안함과 고민이 많은 아이였다. 걱정이 참 많았고, 확신이 없었다. 그 점이 참 아쉽다. 지금의 나는 늘 자신 있고 확신하는 사람이지만, 그때의 나에게 확신을 주었던 사람이 좀 더 많았다면 좀 더 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린 시절 나는 전학과 이사가 잦았다. 너무 잦은 환경의 변화는 아이가 딛고 일어날 수 있는 지반을 깎아내리는 일이다.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만들기 위해 매번 나를 증명해야 한다. 검증받는 일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특히나 그 결과가 좋지 못했을 때 아이가 그것을 이겨내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그 모든 어려움들이 날 더 성장하게끔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그때의 시간이 참 어려웠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도 가까운 사람들이랑 속 깊은 대화를 하다가 보면 그때의 시간들을 꼭 이야기하게 된다. 그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았나 보다.


성인이 되고 나서 만나는 사람들 중 '이 사람 정말 근사하다'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사람을 종종 만나곤 한다. 그 사람들의 공통점은 직업과 환경보다는, 확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성격이 내향적인지, 외향적인지와는 상관없었다.) 나는 이 사람들의 성격이 주변에서 받은 많은 사랑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느낀다. 대부분은 가족에게서,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은 많은 친구들에게서 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였다.


가족을 제외한 내 모든 지인은 모두 내가 성인이 된 이후에 만난 사람들이다. 학교를 다니며 친했던 친구가 몇몇 있었지만, 졸업을 하고 각자의 환경이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연락도 끊어졌다. 생각해보면, 나와 그 친구들의 관계가 얼마나 잘 맞았는지를 떠나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충분한 사랑을 줄 수 있을 만큼 풍족한 사람이 아니었구나 싶다. 이전에는 그 친구의 성격이 맞질 않아서, 그 친구가 사람이 좋지 못해서 연락이 끊어진 거라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내가 그냥 더 친구들을 좋아하지 못해서 이렇게 된 거라는 생각이 든다. 15살 때를 비롯한 나의 어린 시절은 사람을 좋아하는 방법도 잘 몰랐고, 나에 대한 확신도 더 없던 시절이었다.


사랑을 주기 위해서는 많은 사랑을 받아야 한다. 사랑을 받으면, 사랑을 받는 내 모습을 통해 나를 더 잘 인지하고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지 확신할 수 있다. 반대로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어렵다.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기 어려울수록 누군가에게 사랑을 나눠주기도 힘들다. 사랑을 '한다'라는 것을 사랑을 하는 주체가 명확할 때 그 행위가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누군가를 좋아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그게 잘 안되었던 것도 그 이유인 듯하다. 뭐가 먼저인지, 참.


지금에서야 이런 결핍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나는 늘 확신에 차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예전보다는 많이 사랑받는다고 느끼고, 또 누군가를 열심히 사랑한다고 확신하다. 그래서 잘 못했던 그 시기를 회고하기가 좀 더 수월해진 듯하다. 지난날을 여러 번 돌아보다 보니, 지금의 나는 참 어린 시절에 많은 영향을 받았구나 싶다.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기보다는 뭐라도 하려고 하는 부지런한 내 성향도 돌이켜보면 그렇다. 지난 어린 시절 엄마가 종일 게으른 나를 새벽 아침 수산시장에 데려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세상에는 이렇게 부지런히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며 경험시켜줬던 일이나, 주말 아침마다 청소를 하거나 가구를 옮기기 위해 분주하게 나를 깨웠던 하루하루 등이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은 크게 없지만, 아이를 낳는다면 좋은 어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보다는, 좋은 어른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줘서 아이가 나를 참고 삼아 좋은 어른에 대한 본인만의 확신을 얻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세상은 너무 복잡하다. 좋은 사람의 기준도 저마다 다르다. 선의를 베푸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라는 것은 전래동화에서나 적용되는 말이다. 그래서 이 복잡한 세상에서 아이가 좀 더 나를 통해 확신을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랑을 받고 또 그 사랑을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었으면 좋겠다. 


+) 몇일 전 생일이었다. 올해는 케익을 3개나 먹었다. 이 얼마나 풍족한 삶인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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