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린다
내 일상을 기록하는 건 오래된 습관이다
근심과 걱정이 넘쳐나서 해결되지 않은 일 때문에 속을 태우느라 끄적였다
힘들면 힘들어서, 아프면 아파서, 좋으면 좋아서 나에게 나를 떠들었다
가까이 있는 일기장에 안심했고, 그 자리를 휴대폰이 대신했다
가벼운 슬픔에 나라도 내 편이 되어야 했다
마음을 기대어 도움받을 곳이 없어서 나를 의지하며 지냈다
일찍부터 어른스러웠고, 스스로 어른이라고 여겼다
우울이다
임신, 출산, 육아는 내 우울을 알게 했다
믿고 의지할 이가 아무도 없었다
부모는 여전히 싸웠고, 남편은 밖에 머물렀다
두 아이를 데리고 어쩔 줄 몰라서 쩔쩔매면서 알았다
너무 늦었다
우울한 엄마는 나쁜 엄마다
엄마가 된 결혼에 만족하지 못한 건 당연했다
단식을 하고 나를 들여다볼수록 우울은 점점 더 깊어졌다
내 오랜 습관을 기억하는 남편은 나를 뒤진다
일기장을 읽고, 휴대폰을 샅샅이 들춘다
이번엔 뭘 읽었고 뭘 증거로 가지고 있을까?
상상하기 힘들다
대화를 나누면서 남편이 건네는 단어들이 귀에 거슬렸다
언짢은 느낌에 기분이 상했고, 말문이 막혔다
오늘도 나를 읽은 것 같았다
소름이 끼쳤다
술에 취해 잠든 남편의 휴대폰을 보았다
내가 나에게 쓴 글이 남편의 카톡에 있었다
긴 글들을 받아놓고 읽었나 보다
다 지워버렸다
휴대폰을 보는 동안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남편이 이 짓을 했다는 사실이 징그러웠다
너무 떨려서 더 볼 수가 없었다
앞으로 또 볼 일은 없을 것이다
남편의 휴대폰을 본 게 잘한 일일까?
아닌 게 맞다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이것도 아닌 게 맞다
아닌 건 아닌 거다
빨리 끝내자
끝난 줄 알았는데 진행형이다
얼마나 오래갈까?
지옥의 악순환이 거듭된다
괴롭고 힘들어서 다 잊고 싶다
난 잊는다 해도 남편은 잊지 못하겠지?
기억하는 건 남편의 몫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걱정과 근심인가?
내가 원하는 것이 우울인가?
내가 원하는 것이 무기력인가?
몸도 맘도 고통스럽고 아파서 살 수가 없다
아이들을 보면서 그냥 살까, 를 떠올렸던 순간을 지운다
부질없는 짓이다
관두자
잘 정리하기도 어렵게 됐다
어서 빨리 끝내자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자책이 끝없다
이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심장이 터져서 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