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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Jun 23. 2022

인테리어 업체와 101번째 소개팅

40대 김 부장의 첫 집, 첫 인테리어 이야기

인테리어 업체와 미팅을 했다.

정말 여러 번을 만났다. 사실, 여러 번이라는 단어도 한참 부족할 만큼 만나고 또 만났다. 찌는 듯한 더위에 시작된 첫 업체와의 미팅은 가을이 될 때 까지도 끝 모른 채 계속됐다.


"팀장님, ㅇㅇㅇ는 수요일까지 마무리하고, 목요일에 휴가 좀 내겠습니다."

"... 어. 그러세요"


그해 가을, 조금씩 중압감이 찾아왔다. 내년 2월부터 공사가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제는 슬슬 '내 짝'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림자 뒤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회사에서의 휴가 = 인테리어 업체 미팅'이라는 공식도 그 시기에 성립됐다.


물론  연출 사진 (출처=https://unsplash.com/)




사실 이번 인테리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와이프에게 일임할 계획으로 시작되었다. 크고 지루하고 골치 아픈 과정을 모두 그녀에게 맞기 고서,


'어 그래그래, 이게 좋겠다'

'잘 모르겠는데, 이것도 괜찮은데'


와 같은 영혼 없는 대답으로 냇가에서 풍류나 즐기려는 회피 목적은 아니었다. 결혼 13년 차에 처음 '내 집'에 들어갈 수 있게 된 와이프를 위해 해 주고 싶은 선물 같은 것이었다.


"원하는 대로 꾸며!"

(돈다발을 하늘에 뿌리며)

"촥~! 이 돈으로 인테리어 해!"


영화 같은 장면도 연출해 보고 싶었지만, 나보다 더 훨씬 차분하고 꼼꼼하면서 A와 B를 날카롭게 비교하는데 프로페셔널한 와이프를 전적으로 믿고 응원하면서 지원해 줄 생각이었다.


꿈을 꿀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던가? a.k.a. 여행은 준비할 때 가장 즐겁다고 했던가. 와이프의 즐거운 비명 소리는 인테리어 업체 와의 첫 미팅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렸고,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 손에 이끌려서 병원에 끌려가는 아이처럼, 나는 와이프가 내비게이션에 입력한 주소지로 첫 미팅을 떠나는 운전기사 노릇으로 역사는 시작됐다.



미리 말 하지만, 나는 그 이후로 미쳐 버리게 된다. 매일 밤 퇴근하여 집 도면을 펼치고서 수백 장의 레이아웃을 그려냈다. CAD, Sketchup Pro 같은 전문적인 Tool은 쓸 줄을 몰라서 PPT로 한 땀 한 땀 그려가면서 말이다!. 미련하고 무모한 짓을 이끄는 원동력은 단 하나, '재미'였다. 너무 재미있었다. 내 집을 상상하면서 방 위치, 부엌 위치, 안방의 구조를 그려본다는 것이, 심지어 실내 풍수지리까지 전선을 넓혀서 집 구조를 고민했으니 '미친놈' 소리 들을 만도 했다. 다른 업체에서 온 Spy 취급도 받았으니 욕 꽤나 먹었던 시즌.


눈 비비며 PPT '선그리기'로 한땀한땀 그린 도면이다.


[ 아주 약간의 팁 ]

PPT로 한 땀 한 땀, 정확히 말해 네모 상자와 선 그리기 옵션만으로 그려낸 수공업도 접근하기 어렵지 않은 방법이었지만, 도면만 그리면 3D로 집을 보여주는 무료 사이트도 있다!

https://floorplanner.com/




인테리어 업체와의 소개팅 경험담을 풀기에는 장편소설이 될 것 같다. 삼가겠다. 하지만 '여행기' 차원에서 가장 짧게 요약이라도 해 보면,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업체라는 업체는 다 연락을 해봤다고 봐도 될 것이다. 심지어 서울에서 몇 시간을 달려 경기도 모 지역의 업체까지 찾아가서 미팅을 한 적도 있었고, 하루에 2탕(?)을 뛴 사례도 있으니 여행기는 끝.


(사실 1개 업체 미팅도 고단하다. 단 한 번의 미팅으로 동태 파악이 어렵고 서로 주고받는 조건/자재 등에 대한 분석 등 상당히 많은 부수업무가 뒤따른다.)

(그 짓을 열손 가락 모자라게 했다. 해냈다)


성격상 쉽게 만족을 못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만족할 만한 업체가 없어서는 꼭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만나고 또 만났다. 디자인은 모두 취향에 맞는 비슷한 느낌의 업체들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만날 수록 경험치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딱 3가지가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이 되기 시작했다.


1. 제시하는 견적서가 예산 범위 내에 들어오는가.

예산은 모든 과정의 기준 축이다. 버퍼까지 포함해서 견적서가 총예산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좋은 집, 좋다. 하지만 예산이 더 중요하다. 여유를 두지 않으면 비굴한 순간을 마주 하는 건 필연이 된다.


2. 꼼꼼하고 정성을 다해서 상담해 주는가.

정성적 기준이기는 하나, 상담 과정에서부터 최선을 다하는 곳이 내 집을 고쳐줄 때도 최선을 다한다고 믿게 되었다.

실력만 있으면 무슨 문제일까 싶기도 하다만, 미팅이 거듭될수록 업체 간 비교가 되기 시작했고, Client가 정성을 다해 상담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업체와의 긴 프로젝트를 해낼 자신이 없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기준은 개취.


3. '지조'가 있는 업체인가.

이 또한 정성적인 평가 기준이기는 하나, 상담하는 실장 또는 대표가 가급적 인테리어에 미쳐있는 사람이길 바랬다. 최선을 다해서 함께 고민하고, 무조건 쉬운 방법으로만 해결하지 않으면서도, 디자인의 심미적인 측면에서도 생각이 뚜렷한 업체가 믿음이 갔다.  

인테리어 공사는 집 구매 다음으로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항목 중 하나가 아닐까. 철학과 신조와 지조가 있는 업체를 골라야 결과물도 만족스럽다. 이 부분은 상담할 때 느낄 수 있다.




그렇게 긴 소개팅의 실패를 겪고, 우리의 운명의 짝이 선정됐다.

신생 업체였다. 항간에는 신생 업체는 가급적 후순위로 두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만나보니 느낌이 달랐다. 실장님도 젊었고 말투와 행동에 자신감이 넘쳤다. 견적도 범위 내에 들어왔고 그동안 쌓아 둔 포트폴리오도 취향저격이었다. 기계처럼 돌아가는 업력 많은 기업체 레벨과 비교했을 때에는 분명 장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최소한 우리 집의 대변신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실 느낌이 크게 와닿았다.


"괜찮은데?"

"그렇지? 대부분이 우리 조건에 맞는 듯"

"그래, 하자. 포트폴리오도 이쁨."


와이프와 큰 고민 없이 그렇게 짝을 선택했다. 후회 없이 '소개팅'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새로운 만남은 낭비였다. 그렇게 짝을 찾았다.


"디자이언, 황승호 실장님, 짝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eZion (디자이언)
황승호 대표/실장
http://instagram.com/de__zion
https://blog.naver.com/studio_dez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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