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김 부장의 첫 집, 첫 인테리어 이야기
정부 정책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부동산 거래는 많이 줄어들었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많이 하게 된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만났던 모든 인테리어 업체 실장님들도 그렇다고 했다.
"고객님, 입주 시점은 언제세요?"
"내년 2월 초에 시작 가능합니다."
"음, 지금이 8월인데 저희 공사가 벌써 다 스케줄이 찼어요, 요즘 인테리어 알아보시는 고객님들이 정말 많으시네요"
동네 인테리어 샵이 되거나, 브랜드를 걸고 스튜디오처럼 운영하는 업체와의 미팅도 가능할 수 있다. 심지어는 1인 스튜디오로 운영되는 인테리어 업체도 만날 수 있다. 마음만 먹고 체력과 재력만 된다면 인간 알파고가 된 마냥 어느 정도 주변 인테리어 기업들의 시세나 견적서, 실장님들이 하시는 공동의 언어 등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업체 발굴 팁>
'만족했던' 후기가 많은 집을 소개받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남들이 좋은 평가를 냈다는 것은 그 사람이 그 업체와의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확인해 봐야 할 것이고, 공사 진행 방식이 마음에 들었는지, 견적이 마음에 들었는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는지, 어떤 디자인 취향을 갖고 있는지 사실 관계 등을 확인할 것이 너무 많아서 크게 신뢰하지는 않는 편이다.
"공사 과정은 트러블만 없으면 되오"
"내가 원하는 디자인대로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되오"
같은 성격차이(?)를 선호한다면, '내 스타일에 맞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업체'를 직접 가내 수공업으로 '뒤져서' 그 들의 연락처를 찾아내는 방법도 있다. 직접 인스타그램, 블로그, 카페에서 뒤지고 또 뒤져서 업체들을 리스트업 해서 개별 컨택하여 미팅을 진행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가깝고, 와이프는 전자에 가까운 성격인데 와이프가 평이 좋은 곳을 소개받아 디자인을 보니 취향에 맞아서 선택한 케이스이다. (업체명: 스튜디오 디자이언)
업체와의 미팅이 시작되면 상당 부분 우리는 정보의 비대칭과 전문성 부족으로 업체의 리딩에 몸을 맡기면 마음도 편하고 좋은 퀄리티도 얻을 수 있는 것은 불변의 진리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갱님'이 되지 않으려면 Client인 나 또한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호구 회피'를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적어도 상대방 업체에서도 나를 선택하고 우리의 집을 단순히 '돈 때문에' 인테리어 해주고 말아 버리는 프로젝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 나 또한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경험치 기준이다.
더 필요한 것도 있을 테고 인테리어 업체에서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은 유의 필요.
① 우리 집 도면은 내 도면이다. 빠삭하게 이해하고 미리 준비하자
어떤 업체는 직접 도면을 인쇄해서 준비해 두기도 했지만 집 구조와 동서남북, 치수 등은 완벽히 알고서 시작하자. 모르면 일단 민망하다. 알아 두면 상담받을 때도, 추후에 긴급히 의사 결정이 필요할 때도 유용하다.
도면은 네이버 부동산에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고, 관리사무소에 가면 정밀 건축도면도 받을 수 있다.
② 예산은 정밀하게 파악해서 넉넉하게 한도를 설정하자
미팅에서 항상 듣는 질문이다.
"고객님, 예산은 어느 정도 한도로 생각 중이세요?"
60평 인테리어를 하면서 2천만 원이요. 라면
'님, 나가는 문은 저쪽입니다'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제한적으로 수리를 하는 옵션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재정적으로 융통 가능한 범위를 정밀하게 사전 파악하는 것은 이 프로젝트가 성립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니 꼼꼼하게 정리해야만 시작할 수 있고, 나아가서 계약/중도/잔금 형태로 지급될 Cash Flow도 점검해 두면 완벽하다.
융통 가능한 규모가 점검이 되면, 요즘 인테리어 시세를 물어보면 좋다.
"사장님, 요즘 인테리어 평당 얼마나 해요?"
(이렇게 말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비슷하다.)
"어느 정도 고치느냐에 따라 다 달라요"
"-.-; 아.. 눼"
"전세 올 수리보다 조금 좋은 정도에서 수리하면 평당 얼마나 드나요?"
"최근에 이 아파트에서 인테리어 하신 분 있나요. 얼마나 견적이 나왔던가요?"
등으로 센스 있게 질문하면 "평당 000 정도요"라는 착한 대답을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더 과감하게 나가는 방법은,
원하는 인테리어 범위를 선택해서 / 절대로 이 업체에서는 수리받지 않을 것 같은 곳을 선택해서 가견적을 받아 보는 것도 시세 파악에 도움이 된다.
어느 정도의 요즘 시세가 확인되었다면, 내가 융통 가능한 재정 규모를 고려해서 수리할 범위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③ 취향 존중하오나, 원하는 것은 최대한 구체적인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화가님, 오리가 호수에서 쉬고 있는 저녁 시간의 그림을 그려주세요"
"화가님, 그림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동그란 호수에 흰 오리가 서쪽을 바라보고서
해가 수평선 너머로 지고 있는 그림을 그려주세요"
어떤 요청이 더 쉽게 다가올 수 있고, 결과물도 서로가 만족할 수 있을까.
"깨끗하고, 밝고, 따뜻하지만, 아늑한 집이면 좋겠어요"
라고 상담 실장에게 이야기하면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아씨... 어쩌라는 거야'
색상 / 질감 / 구조 / 샘플 사진 정도는 구역별로, 위치 별로, 기능별로 구체적으로 설명할 준비를 해야 미팅 시간도 길어지지 않고 서로 조율하는 과정도 쉽게 끝날 수 있다.
④ 사진, 사진, 또 사진뿐이다. 스크랩 많이 해두고 모아 둬야 한다.
백문이불여일견은 어쩌면 인테리어 상담을 위해서 생겨난 한자성어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구체적으로 설명해도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 있다. 원하는 취향이 담긴 집 사진을 많이 수집해서 모아둬야 한다.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해야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 서로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다.
나아가서 부엌 / 화장실 / 아이방 / 안방 / 세탁실 등 공간별로도 원하는 느낌의 사진을 스크랩해서 분류해 두면 수월해진다.
인스타그램이 열일 해줄 수 있다. Source는 많다. 부지런히 많이 모아야 한다.
" 다만 거실은 북유럽, 부엌은 모던, 아이방은 앤틱하게 꾸며주세요"는 성립되기 어려운 공식이다. 따로따로 다른 느낌으로 꾸미지는 않는다. 전체적인 느낌은 통일해야 하는 것은 기본일 테니 우리도 지조를 지키자!
⑤ 견적서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최소한의 자재, 표기 이름 등은 파악해 두면 좋다.
자바라, 600각, 젠다이, 헤바, 오로라 막스, 강마루, 강화마루, 원목마루... 등등등.
"자바라가 뭐예요?"
"헤바가 뭐예요?"
"강마루, 강화마루, 원목마루 차이가 뭐예요?"
이렇게 상담하다 끝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상담이 끝나면 견적서를 보내오는 업체도 있는데 (어떤 곳은 상담이 끝나면 바로 시스템에서 보여주는 곳 도 있을 정도) 여기서 표정 관리하려면 미리 견적서를 샘플로라도 찾아보는 것이 좋다. (박목수 카페도 체험하기에는 괜찮다.)
업체들과의 지루한 미팅이 계속되면서 집안은 온통 견적서 종이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눈알 빠지도록 비교하고, 항목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공부하기 시작했다. 뭔가 호갱이 되기 싫은 느낌, 속고 싶지 않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내 집을 만드는 데 있어서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이 집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은 고지식한 마음이 더 컸다.
아름답디 아름다웠던 인테리어 사진 찾기 취미가 고상함을 다소 덜어내고 견적서 파먹기 취미로 바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