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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Jun 17. 2022

여보,
당신 댁에 인테리어 좀 놔드려야겠어요

40대 김 부장의 첫 집, 첫 인테리어 이야기

인생사 끝없는 고민의 연속.


전셋집에서 쫓겨났지만 내 집을 찾았고, 계약을 마친 뒤 입주 날짜를 받았다. 행복한 시간이 가득 넘쳐야 하는 것이 순리이나, 행복은 잠시.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다른 고민이 3번 두더지가 자기 순서를 기다렸다는 듯이 머리를 밀고 떠오른다.


"여보, 도배는 해야겠지?"

"무슨 소리, 장판도 해야지"

"그.. 그래, 알겠어"



도배와 장판이라는 단어는 참 묘한 단어인 것 같다. 전세든, 월세든, 매매든 부동산 계약 한번 해본 사람에게는 '서태지와 아이들', '남철 남성남', '철이와 미애'처럼 떼려야 뗄 수 없듯 따라다닌다. 고난 끝에 집을 계약한 우리에게도 수학 방정식처럼 '도배 장판'이 등장을 했고, 앞으로 벌어질 엄청난 고난의 시작을 알리는 불꽃같은 단어였다.


"여보, 그 집 싱크대도 좀 낡지 않았어?"

"그.. 그렇긴 하지"

"장판을 하는 게 좋을까, 마루를 깔아 버리는 게 좋을까?"

"...?"

"화장실도 고치고 싶은데"

"그냥, 오래 살 집인데 인테리어를 업체 끼고 할 까?"

"...?"




내 집을 마련할 때 거짓말처럼 따라다니는 것들이 하나 더 있다. '도배와 장판' 방정식도 등장하지만, '헌 집 새집' 공식도 뒷따라 등장한다. 새 집에 갈 것인지, 헌 집에 가서 뜯어고칠지를 고민하는것은 당연한 처사인걸까, 정말 인생사 끝없는 고민의 연속이다.


1. 신축단지, 청약을 받거나 입주한 지 얼마 안 된 단지로 이사 간다.

  - 단지가 깨끗하다.

  - 아파트 실내도 기본적으로 인테리어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정돈이 되어 있다.

  - 하지만 비싸다.


2. 10~15년은 된 구축 아파트를 매매해서 원하는 대로 고쳐서 산다.

   - 단지는 상대적으로 올드하다. 단지 내 보도블록이 울퉁불퉁한 것 쯤은 애교다.

   - 구조가 구형이다. 어찌 보면 가장 무난한 구조이긴 하지만.

   - 신축보다 싸다. 예산 세이브해서 인테리어 할 수 있는 비용이 생긴다.

  

사실, 신축 단지를 갈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구축 아파트를 선택했고, 내 집을 취득 후 따라오는 '도배와 장판' 셋트의 공격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 때문만이 아닌, '헌집 고칠께' 방정식으로 인해서 어쩌면 우리는 인테리어를 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수순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았을까도 싶다.


'아, 인테리어를 해야겠구나' 


어딘가에 속는 듯한 묘한 기분도 있었지만, 달콤한 그림이 그려지는 상상이기도 했다.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던 우리 집 인테리어 현장 도촬 사진. 기대하라 우리 집의 변화를. 기대하라 누가 이 집을 이토록 멋지게 바꿨을지!




드디어 결정의 순간이다.


선택은 3가지 옵션!


간단하게 도배와 장판만 하고 입주할 것인가,

아니면 간단한 기본 인테리어를 할 것인가,

더 나아가서 '레노베이션' 수준으로 올 리모델링 인테리어를 할 것인가?


큰 결정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내 몸에 맞지 않게 논리적인 판단을 해보려 노력한다.


1. 도배장판은 비용을 가장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옵션.

   - 하지만, 각종 몰딩 등이 낡았다면 효과는 크지 않다.

   - 특히, 화장실이 수리가 필요하다면 도배 장판만으로는 큰 변화를 느낄 수 없다.


2. 도배장판에, 욕실, 부엌을 수리하면 가장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옵션이다.

   - 하지만, 화룡점정이 없는 그림이 될 수 있다.

   - 깔끔한 신발장, 딱 맞춘 붙박이 장 등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 어디 소개해도 아깝지 않은 '로망 집'을 얻고자 하는 욕심은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는다.


3. 올 수리. 첫 집에 대한 보상, 오래 살 것이라는 약속. 효과는 최고다.

   - 하지만 다 돈이다. 비싸다.

   - 예쁘게 만들어 내는 데도 돈이오, 예쁘게 꾸미는데도 다 돈이다.

   - 나중에 되 파는 경우가 생길 때 조금의 이득은 있지 않을까? 싶은 자기합리화가 가능한 옵션

   


정리를 해보아도 논리적인 해석 기능은 이날 따라 잘 작동하지 않는다. 이성적인 판단이 점점 힘들어진다. 원흉은 아무리봐도 인스타그램의 사진 때문인 것 같다. 수많은 '예쁜 집', '인테리어 집'이 시각적으로 원초적 자극을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서는 자기 합리화가 시작된다.


"우리 가족이 오랫동안 살 집인데 적당히는 안되지!"

"당신한테 첫 집인데, 원하는 대로 인테리어 해봐!"

"가자!!"


우연히 발견한 '림디자인' 인테리어의 안방 사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처렁 멍하게 한참을 바라봤다. (개취 존중)

사진출처 = https://www.instagram.com/rimdesignco/




시간이 흘렀다. 입주 8개월 전, 더운 여름이 왔다.


모두가 미쳤다고 말했다.


"무슨, 벌써... 인테리어 상담을 받아?"


견딜 수가 없었다. 집 도면 한 장을 달랑 손에 들고서 인테리어 업체를 무작정 찾아갔다. 강북에 있던 한 업체. 첫 미팅이라 모든 촉각이 쏠려 있었다. '모두 올 수리'를 마음먹고, 예산을 책정한 뒤, 샘플 사진을 들고서 찾아간 첫 미팅이었다. 세상에 태어 나서 처음 해보는 인테리어 미팅이었다.


손에 쥐고 있던 도면 사진 1장


오후 4시 미팅.

하지만... 이렇게 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현빈 사진을 들고 가서 성형 수술을 해달라는 것과 다를바 없었다.


그들이 깔깔깔 비웃으며 속삭임을 하는 것 같았다.


'인테리어는 과학입니다.'


그해 여름, 가을, 연 이어서 겨울까지.  

퇴근 후에 인테리어를 씹어먹을 각오로 공부를 시작했다. 디자인, 건축 자재, 최상의 레이아웃. 심지어 풍수지리까지 공부를 했다.  


도대체 나는 성격이 왜 이럴까.

전문가에게 믿고 맞기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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