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남자끼리라면 미국 서부지

여행에세이 베스트셀러 <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by 김지수

여행에세이 베스트셀러 <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기분은 앞섰지만 출발 날짜만 결정되었을 뿐

모든 것이 백지 상태였다.


부지런히 여행 일정을 짜지 않으면 삼대의 낭만은 자칫 삼대의 절망이 될 수 있었다. 도움이 될까 싶어 인터넷에서 여행 준비하는 법부터 검색했다. 여행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개인의 취향껏 준비하세요.’


더 답답해졌다. 그다음으로 우세했던 ‘여행 가이드북부터 구매하라’는 조언에 따르기로 했다. 자존심을 낮추고 나 스스로를 여행 초보라고 정의한 뒤 서점으로 향했다. 사전 조사 없이 갔더니 충동 구매한 미국 서부 여행 책 한 권만 덩그러니 손에 들려 있었다.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하지만 읽고 또 읽어도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았다. 내용들이 눈앞에서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랄까.


‘아, 책을 잘못 샀나? 딴 책 살걸.’


두꺼운 종합 여행 백서를 쳐다보고 있자니 이내 지쳐 책을 덮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싶었다. 왜 미국에 가려고 하는지, 여행을 다녀와서 무엇을 얻길 바라는지 말이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대자연 탐방’이었다. 10년 전에 봤던 라스베이거스 사막 위의 직선 도로가 자꾸만 아른거렸고, 무엇보다 미국의 거대한 자연이 내 취향과 꼭 들어맞았다. 평소 스마트폰 바탕 화면 사진조차 광활한 자연 이미지를 깔아두지 않았던가. 또한 아들 녀석에게도 미국의 광활한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미국에는 국립공원이 정말 많다. 2018년 기준 59개라고 하는데, 잘 알려진 그랜드 캐니언도 국립공원이다. 미국의 국립공원을 떠올리면 전문가 사진으로만 구경할 수 있는 멋진 이미지가 그려졌다. 더 고민할 필요 없이 이번 여행은 미 국 국립공원 탐방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 미국의 국립공원 지도라고 한다. 많다. 출처_인터넷


일단 지도부터 펼쳤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 칭하고 싶은 구글 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미국 서부를 이 잡듯 밑바닥부터 쌍글이 배로 모두 끌어 보물 찾기를 하는 마냥 뒤져 보기 시작한다.


일단은 누나가 살고 있는 시애틀이라는 동네로 접근했다.


'음, 미국에서 누나네를 Join시켜 이동하면 되니, base-camp는 시애틀이 되면 좋겠군.'

'꾸물 거리지 말고 비행기 표부터 예매하자'


라는 생각으로 손쉽게 결정을 내려버렸다.


비행기 예약도 끝났다. 두꺼운 미국 서부 책도 내 손에 있다.

당장 떠나도 아쉬울 게 없었다.



입국은 시애틀이다


어디로 떠나든 여행 시작은 시애틀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애틀이라는 도시는 미국의 가작 북서부에 있는 위치 해 있다. '최 북서부'라는 부분이 여행 경로를 설계하는 내내 제약이 될 줄은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아무것도 모른 채 설계를 시작한다.

# 시애틀은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도시이다. 한국와서 강릉에서 여행을 시작하는 느낌이랄까. @출처_World Atlas


이제 여행 중 들를 곳을 정해야 했다. 한국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미국의 국립공원은 아마도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이 아닐까. 미국에 처음 가는 아들을 생각해서 가장 대중적인 그랜드 캐니언을 핵심 지점으로 지정하고 인근 지역에 있는 국립 공원을 살폈다. 그 지역의 국립공원 포인트를 여행하면 ‘그랜드서클 여행자’라는 멋진 수식어도 붙는다고 했다. 목적지마저 이리 쉽게 정해도 되나 싶을 만큼 거침없이 속도를 냈다. 그러나 그랜드 서클이 어디서부터 어디인지 여행 상품을 설계한 여행사마다 설명이 달라서 혼란스러웠다. 지도를 자세히 보니 나름의 공통 거점이 나와 첫 번째 경로를 잡아보았다.


총 (이론적) 소요시간 58시간.

총 (이론적) 이동 거리 3,570 miles.

총 (이론적) 이동 거리를 킬로미터로 환산하면 5,745km!!

서울-부산 왕복 6번 정도 오가는 거리.


"괜찮네! 멋지네!"


라며 그리 하자!라고 샴페인을 터뜨렸다.


# 첫 번 째로 완성한 서부 종주 여행 코스



설계한 여행 경로를 감수받다


5,745킬로미터면 서울-부산을 여섯 번 정도 오가는 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네! 멋지네! 그리 하자!”라며 서둘러 결정해버렸다. 곧바로 비행기에 올라타도 될 자신감이었다. 여행 경로를 계획하는 2박 3일 동안 잠을 거의 못 잤으나 거점은 물론 주변 호텔까지 찾아보는 즐거움이 컸다. 역시 여행은 준비 과정이 제일 즐겁다는 말이 맞는 듯했다. 야심 차게 마무리한 경로를 여행 멤버에게 선보였다. 아버지께 일차 감수를 요청했는데 이번에도 경상도 남자답게 말이 없었다. 미국에 있는 누나에게도 감수를 요청했다. 감사하게도 대답이 돌아왔다.


“바쁘니까 퇴근하고 볼게.”


그 후 누나는 일주일 넘게 연락이 없었다. 나는 이미 미국에 있는 기분인데 아무도 연락이 없었다. 틈날 때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운전 중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너무 완벽해서 더 볼 게 없는 것일 수도 있어. 바빠서 연락을 못 주는 거겠지.’


여행 떠날 채비나 하자며 스스로를 다독이던 어느 날 미국팀의 멤버인 매형이 한국으로 출장을 왔다. 공항에 매형을 마 중 나가 살짝 물어보았다.


“매형, 여행 경로 보셨나요? 어때요?”


'처남, 봤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무제-3.jpg

책 더 둘러보기


1) 교보문고 링크 클릭

2) Yes24.com 링크 클릭




#두사람출판사 #그렇게몽땅떠났습니다 #미국여행 #미국서부여행 #신간 #책 #책스타그램 #여행에세이 #여행서적 #시애틀 #라스베가스 #오레곤 #그랜드캐년 #캐피톨리프국립공원 #브라이스캐년 #자이언국립공원 #포레스트검프포인트 #아치스국립공원 #홀슈밴드 #앤틸로프캐년 #올림픽국립공원 #김지수


Screenshot 2019-12-28 at 20.56.55.jpg


keyword
이전 04화세기의 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