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세이 베스트셀러 <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머릿속에서 매형의 말이 맴돌았다.
“차만 타는 여행은, 아이들도 있는데 힘들기만 하고 별로일 것 같아.”
맞는 말이었다. 허무함이 몰려왔다.
‘아, 며칠간 잠 못 자며 짠 여행 경로인데…….’
어쩔 수 없었다. 계획을 바꿔야 했다. 이 경로, 저 경로, 여러 가지 방법을 구상해보다가 지쳐 잠들고 출퇴근을 반복하다보니 어느덧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그사이 엄마의 기일이 되었다. 첫 기일이라 누나와 조카들이 한국으로 잠시 귀국했다. 누나도 준비 경과가 궁금했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누나가 어둠 속 한 줄기 광명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애들이 세 명이니까 아이들을 위한 여행은 어때?”
“어, 그래. 그것도 나쁘진 않겠다.”
“아버지가 싫어할 수도 있지만, 뭐 어때.”
무언가 감이 잡히는 느낌이었다. 시애틀에서 출발하여 라스베이거스 인근까지 이동하는 첫 설계도는 깡그리 잊고 새로운 경로를 만들었다. 혁명 수준의 변화였다. 아이들 중심으로 관점이 바뀌니 여행 스타일도 완전히 달라졌다. 국립공원 투어는 점점 놀이공원 투어로 바뀌었고 도시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미국에 살고 있는 조카 둘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못 가봤다며 아우성이었다. 한 번 가본 디즈니랜드에도 다시 가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게다가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 사이에 있는 레고랜드까지 가자며 어퍼컷을 날리는 게 아닌가. 아들 녀석도 레고에 빠져 있는 상태였기에, 레고랜드에 가자는 조카들의 제안은 파급력이 컸다.
캘리포니아주 3대 테마파크다. Universal Studio, Disneyland, Legoland
잠시 갈 곳을 잃었던 여행 설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았다. 목적지도 아이들을 위해서 로스앤젤레스로 바뀌게 되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각오로 계획 짜기에 박차를 가했다. 시애틀에서 차를 타고, 서부 해안가 도로를 따라 로스앤젤레스로 가면서 태평양 산들바람을 오른쪽 옆 구리로 느껴보자는 환상적인 경로 완성! 하지만 이 계획대로라면 우리에게 주어진 2주라는 시간이 부족할 듯했다. 시애틀에서 출발할 경우 차량 이동 시간만 편도로 31시간이었다.
#일단 시애틀-서해안도로-LA로 가는 길은 확정이 됐다. 31시간이다. 3박 4일은 족히 걸린다.
‘태평양이 친구 삼아준다지만 장시간 운전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강행군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여행으로 바뀐 만큼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런데 며칠이 흐르자 억울한 감정이 들었다.
그럼 어른들은?
계획했던 세기의 미국 여행이 놀이공원 투어에 그치게 되다니 서글펐다. 어른들을 위해 로스앤젤레스 말고 다른 경로를 추가하기로 했다. 며칠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새로운 경로를 발굴했다. 지도에서 동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환상적인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꼬리를 치고 있는 게 아닌가. 라스베이거스에 머물면 그랜드 서클 여행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이공원도 좋지만 미국에 가는데 국립공원도 들러야지.”
라스베이거스를 거쳐 국립공원을 둘러보는 일정을 그렸다. 마트에서 장 보듯이 국립공원을 골랐더니 이동 시간만 무려 45시간이 나왔다. 하루에 넉넉잡아 5시간 이동하면 여드레, 아흐레면 된다는 이야기. 문제는 여기서 계산한 이동 시간은 편도라는 점이었다. 편도로 45시간을 이동하면 시애틀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은 나흘에서 닷새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도 돌아가는 길은 쉽게 갈 수 있으리라 넘겨짚고 루트를 완성했다.
대충 이런 식의 루트가 그려졌다. 아, 다 왔다. 설계가 다 끝나간다.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된다!”
대략 65시간 경로가 완성됐다. 하루에 넉넉하게 5시간만 운전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소리치듯이 하늘에 선포하며 두 번째 여행 설계를 마쳤다.
그런데 충격적인 제안이 들어왔다.
“야, 그러지 말고 시애틀에서 비행기를 타자.”
“뭐? 비행기? 미국 내에서 비행기로 이동하자고?”
납득이 되지 않았다. 자고로 비행기라는 것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갈 때나 타는, 바다를 재빠르게 넘는 교통수단 아닌가?
미국 본토 내에서 국내선을 타자니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방법이라 멍해졌다. ‘로드 트립’, ‘거친 미국’이라는 환상에 매몰되어 있던 터라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미지의 신세계처럼 느껴졌다.
“저가 항공 타면 한 명당 71불밖에 안 해.”
‘비행기 값이 수백만 원이 아니라 7만 원? 똥개 훈련도 아니고, 지금까지 내가 짠 루트는?’
시애틀에서 3박 4일 동안 쉬지 않고 달려야만 나타나는 로스앤젤레스를 7만 원을 내면 두 시간 만에 갈 수 있었다. 덕분 에 여행의 품격이 십만 단계쯤 상승할 것 같았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하자, 그럼.”
두 번째 여행 경로마저 백지화하기란 아쉬웠지만 결국 부 들부들 떨면서 백기 투항했다. 곧바로 세 번째 전면 수정에 나섰다. 고맙게도 이번에는 누나가 바쁜 시간을 쪼개서 매우 적극적으로 여행 경로 설계에 개입했다. 누나와 함께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한 끝에 경로가 완성되었다. 호텔 검색 마무리까지되던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장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아버지의 카톡 메세지워낙 긴 내용이라 퇴근하고 자세히 확인해야겠다 싶었지만간단히 봐서는 여행 준비 상황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듯했다. 퇴근한 뒤에야 비로소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았는데 아버지의 메시지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내용이었다.
아버지의 장문의 메시지를 요약하면 이러했다.
① 고생했다.
② 하지만 너희가 설계한 길을 역방향으로 여행하자.
③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원? 너희끼리 나중에 다시 가라.
④ 로스앤젤레스는 빼라. 대신 라스베이거스 근처에서 국립공원을 자세히 돌아보자.
아버지의 메시지를 수신한 날은 정확히 2018년 5월 23일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한 달 하고 일주일 전이었다. 다시 여행 경로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 시간이 촉박했고 숙소를 단 한 곳도 예약하지 못한 상황이라 불안감이 컸다. 누나가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 결국 아버지가 제안한 경로대로 여행을 떠나기로 합의했다. 아버지의 기습 공격에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마지막 여행 설계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모든 파트너들의 도움을 얻어 그나마 수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떠나기 일주일 전, 그냥 마무리할래
우여곡절 끝에 설계를 마쳤다. 여행 주제도 놀이공원 투어 에서 대자연 탐방으로 다시 자리를 잡았다. 아버지가 제안한 ‘충실하게 그랜드 서클을 느낀다’는 방향대로 여행 준비가 완료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시애틀과 라스베이거스를 오갈 때 모두 비행기를 타기로 한 결정이었다. 시간을 충분히 벌어 각 지점을 더 충실하게 여행할 수 있게 되었고, 재빨리 시애틀로 돌아와 미국 북서부까지 돌아보자는 계획이었다. 길고 긴 여행 설계가 끝났다. 출국일은 6월 30일, 여행 계획의 마침표를 찍은 날이 6월 24일이었다.
이제 진정 비행기 표를 흔들며 인천 공항으로 출발할 일만 남았다. 눈앞에 공항이 아른거렸다. 떠나자!
[ 1주차 ]
O 경로
- 시애틀에서 비행기를 타고 Las Vegas로 이동 : LA, 샌디에고,팜스프링 보다 저렴
- Las Vegas에서 1주일 가량 Grand Circle을 중심으로 여행
- 다시 Las Vegas에서 비행기를 타고 Seattle로 복귀
#1주차 확정된 자동차 이동 경로이다. O 일정 (#이건 고급 정보다)
- [7/1] Las Vegas, The Venetian Hotel 1박
- [7/2] Las Vegas & Death Valley National Park, The Venetian Hotel 2박
- [7/3] Zion National Park & Bryce Canyon, Bestwestern Plus Ruby's Inn 1박
- [7/4] Capitol Reef NP & Moab, Springhill Suites Moab by Marriott 1박
- [7/5] Arches National Park & Monument Valley, Bestwestern Plus at Lake Powell 1박
- [7/6] Antelope Canyon & Horseshoe bend & Grand Canyon, KOA at williams 1박
- [7/7] To Las Vegas & Seattle 복귀
[ 2주차 ]
O 경로
- 시애틀에서 '아이팀'과 '어른팀'으로 구분하여 '어른팀'만 북서부 여행
- Palouse 라는 지역과, Mt. Rainier, Oregon 주 등을 차 타고 여행
- 2주차는 완벽한 '자유여행', 숙소도 예약하지 않기.
# 2주차로 계획한 자유여행 이동 경로이다. O 일정
- [7/8] Steptoe butte, Palouse, Colfax 인근에서 1박
- [7/9] Mt. Hood 등 서부 해안가 지역으로 다시 이동, Portland에서 1박
- [7/10] Eugene, Cannon Beach, Astoria 인근에서 1박
- [7/11] Olympic National Park Hoh Rain Forest 인근 1박, 시애틀 아이들팀 Join
- [7/12] Olympic National Park Hurricane Ridge, 시애틀로 복귀
- [7/13] 시애틀에서 쇼핑
- [7/14] 시애틀에서 출국
- [7/15] 한국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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