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정상적인 사람에게는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필요할 '단주'에 관한 이야기이다. '단주'가 간절하게 필요할 단 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자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약 70여 일의 시간이 흘렀다. 브런치 작가 신청 시점에서 계획한 글들의 90%를 작성한 것 같다. 단주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를 올리고 난 다음에는, 미흡한 글들을 수정하거나 빠져있는 내용들이 있는지 검토하여 매거진 자체를 보강하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
점점 심각해지는 알코올성 치매 시대
[서울경찰청] ㅇㅇ구에서 실종된 ㅇㅇㅇ씨(남, 00세)를 찾습니다.
이런 안전 안내 문자가 부쩍 많아졌다. 생각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실종되고 계시고 그 연령대도 많이 낮아졌다. 다행히 안전 안내 문자 덕분에 많은 분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계시지만, 한국의 치매 발병률은 2018년부터는 65세 이상 인구의 10%를 넘어섰다. 길에서 만나는 65세 이상 '어르신' 10명 중에 한 명은 치매라는 이야기다.
치매를 유발하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술도 그 원인 중에 하나로 꼽히고 있다. 장기간 술로 인한 뇌 손상이 치매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가 없다. 서울아산병원 자료에 따르면 '알코올성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젊은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것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술을 끊은 지 275일이 지난 드백이가 느끼는 것은, 손상된 해마와 연결된 정보들은 복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치 한 섹터가 고장이 나서 '드륵드륵'거리던 3.5인치 플로피디스크와 같다. '에이, 설마 정말 그러려고?'라고 뿌연 기억을 어떻게든 이어보고자, 오만 인상을 쓰면서 기억을 떠올리지만 통로가 막힌 느낌으로 절대로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 손상된 해마와 연결된 기억들은, 이전 사진들을 보거나 메모, 또는 구글 검색을 통해서 다른 부분에 채워 넣고 있다.
어떤 이는 이런 이야기에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벌써 뒤로 가기를 눌러 이 글에서 벗어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술 자체가 이런 사태를 유발하지 않는다. 술은 죄가 없다. 술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우리의 행동이 이런 사태를 유발하는 것이다. 어느덧 고전이 되어버린 '영웅문'의 한 장면에서, 술을 꿀꺽꿀꺽 마시며 '약지'를 통해 술기운을 내려보내는 모습은 소설일 뿐이다. 과한 술에는 장사가 없다.
가족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을 것인가?
시작하면 절제를 못하고 마시는 술과 1년 주기로 반복되는 조울증(특히 울증)의 콜라보는 실로 대단했다. 가족들과의 시간을 돌이켜 보면, '오은영 박사님'의 상담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심각한 문제를 가진 가정의 아빠.. 그게 딱 나였다.
주말에는 침대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물론 독신이나 결혼 초기에도 피곤함을 이유로 침대 밖을 나가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내 경우는 그것과 많이 달랐다. 산 송장이 따로 없었다. 딱히 피곤하지 않아도 이 시간을 버티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마치 코로나 환자처럼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에 누웠다. 애들이 놀이터를 가고 싶다고 졸라도, '엄마랑 가'라고 화를 내고 침대 속으로 숨어들었다.
술을 먹으면 힘이 났었다. 신도 났고, 기분도 좋고. 지금은 마시지 못해 아쉬웠던 고량주는 특히나 작은 양으로도 빨리 취기가 오르기 때문에, 고량주의 힘을 빌어 신나는 마음으로 아주 짧은 시간을 보낸 뒤에는 다시 더 깊은 마이너스 상태가 되기 일 수였다. 그리고 어떤 것도 실천하지 않았다. LED등 하나가 고장 나서 화장실이 어둡다는 아이들에게, '기다려'라는 말만 하고 무려 1년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무책임한 아빠였다.
내 인생 꿈이었던 "외벌이"라는 것도 버거웠고, 서울이긴 하지만 대기업을 다니는 가장이, 나까지 겨우 4명이 먹고사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든가에도 짜증이 났었다. 흔히 이야기하는 인스타도, '조증'이 심할 당시는 병적으로 업로드하고 소통하다가, '울증'이 찾아오면 말 그대로 '잠수'를 탔다. 남들의 행복을 웃으며 '좋아요'를 눌러줄 힘이 없었다. 그리고 화살표는 나를 향했다.
이렇게 살다 간 우리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로 기억에 남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고, 자꾸만 나빠지는 기억력에 (가족 행사에서 내가 예전에 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나도 언젠가는 알코올성 치매에 걸려, 우리 아이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날이 오겠구나..라는 체념도 했었다.
단주 후 달라진 나
곰이 100일 간 '쑥과 마늘'을 먹고 인간이 되었다면, 드백이는 150일간 '술'을 먹지 않고 인간이 되었다. 중간중간 불안감과 알 수 없는 감정이 들 때면 '감정 정화' 네 마디를 통해서 걱정과 근심을 비웠다. 약 150일이 지난 다음에야 내가 사람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시점이 찾아왔다.
'실천'을 하게 되었고, 이어 가족들의 삶도 같이 풍성하게 되었다. 하루를 보내도 그냥 보내지 않는다. '본캐'인 진짜 나를 위한 시간, '회사 부캐'를 위한 시간, '우리 가족'을 위한 시간.. 하루가 정말 짧다. LED등이 고장 나면, 이제는 반나절 안에 고친다. 주말에는 늘 시간 순삭 중이다.
23년 1월 1일은 아래와 같이 하루를 보냈다.
05:30 기상 후 10분 책 읽기, 20분 글 쓰기. 루틴 후 유튜브 업로드 콘텐츠 제작
09:00 친척 분들께 새해맞이 영상 통화 하기
11:30 첫째 따님과 헤어컷 하러 갔다가 집 와서 점심
14:00 첫째 따님과 인근 커피숍 : 수학 문제 & 브런치 글
16:00 첫째&둘째 같이 교보문고 : 마인크래프트, 로블럭스 책 구입(LP판도 구경)
18:30 집에 와서 저녁 식사 후, 개인 메모지 보면서 남은 개인 일 처리
23:30 취침
아직 내 삶이 최적화되었다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어제도 오늘도 지금 이 순간도 나는 최적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1분 1초가 매우 소중하게 느껴진다. 30분 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누구보다 알차게 쓸 자신이 있다.
더불어 내 삶을 타이쿤처럼 즐긴다. 월급이 입금되면 내가 가진 기회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 그 결과를 체크하며 과정을 즐긴다. 아이들과 시간을 가지는 주말 역시 너무나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 "단주"와 "브런치"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늘 발생했던 조울증의 "조증"만 봤던 부인님에게.. 그리고 무책임했던 나를 아빠라고 믿고 부르고 의지해준 우리 아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피스..
ㅁ 치매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