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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MON Nov 14. 2017

책 읽는 맛

책 읽는 소녀_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Girl Reading_Pierre Auguste Renoir


며칠 전 시내에 나갔다 온 언니가 [제인에어]를 사왔다. 

언니가 다 읽었다고 책을 넘겨줬다. 

이게 그렇게 재밌단다. 벌써 읽은 친구들은 난리가 났다. 

책가방을 던져놓고 기쁜 마음으로 표지를 넘기는데 밑에서 엄마가 부른다. 

'엄마 심부름 좀 해줘.'

아 젠장. 블랑제리에서 바게뜨 사오란다. 

부리나케 준비하고 가게로 뛰어간다. 빵집은 분명 지척거리인데. 왜케 멀게 느껴지지?

빵집 문을 열자마자 빵 집어 들고, 폭풍 결제하고, 거스름돈 받고, 기다린 빵을 옆구리에 들쳐맸다. 

돌아오는 길. 작은 동전 가방의 짤랑거리는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지나간 흔적을 남기며 바람처럼 달려왔다. 

부엌에 가서 테이블에 바게뜨 던져놓고, 남은 거스름돈 고이 놓아두고, 방으로 뛰어올라가는데 뒤에서 또 엄마의 목소리가 달려온다. 

'밖에 나갔다가 손은 씻었니?'

햐...방향을 바꿔 화장실로 잰걸음을 한다. 

씻는 둥 마는 둥, 물만 닿은 손은 수건에 닿기도 전에 벌써 치마에 슥슥 비벼버렸다. 

방으로 내달려 던져 놓은 책가방을 폴짝 뛰어넘고 의자에 가뿐히 앉았다. 

책을 손에 쥐고 첫장을 넘기기 전, 설마 엄마가 또 부를까 싶어 잠시 밑에 소리를 살폈다. 

자...이제 책을 읽을 시간이 드디어 왔다. 

경건하게 표지를 넘기고,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제인은 어느 순간 빨간 방을 나와 로우드 학교에서...로체스터의 환청까지 순식간이었다. 

뭔가 환청이 들리는 듯 했다. 

'쿵'

성난 문이 열리며 짜증난 얼굴의 엄마가 소리를 질렀다.

'밥 먹으라고 몇 번을 불러야 올거야?!'

슬며시 책을 뒤집어 놓고 엄마 뒤를 따라 나섰다.

하지만 온통의 관심은 과연 제인과 로체스터는 만났을까 뿐. 

궁금해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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