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관석 Aug 10. 2017

이른 아침의 거리, 여행지에서. #6

the Street of Early Birds @ Siem Reap

캄보디아 여행의 꽃이라는 앙코르 유적. 그중에서도 앙코르왓에서 일출을 보는 코스는 많은 여행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데요. 정말 많은 분들이 보러 오시지만 쨍한 일출을 허락하는 날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우기는 물론이거니와 건기에도 말이죠. 주변분들이 아쉬움을 토로할 때마다 저는 '그저 그 날 모인 사람들의 공덕이 하늘에 닿기를 바랄 뿐'이라는 말로 애써 달래곤 하죠. 날씨가 가장 좋다는 12월, 어머니를 모시고 간 그날도 그저 하늘에 맡길 뿐이었습니다.

the Street of Early Birds @ Siem Reap
the Street of Early Birds @ Siem Reap

5시부터 문을 여는 앙코르왓, 그 이른 시간에 당도해야 5개의 탑이 반영으로 비추는 연못 앞에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뭘 하나. 그저 모기를 쫓고 잠을 쫓으며 1시간여를 기다리면 됩니다. 붉고 탐스런 태양이 동그랗게 떠오르길 바라면서요. 조금 더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서라면 자전거, 툭툭보다는 차량 이동이 가장 빠르고 편합니다. 입장권은 새벽에 구입하기보다는 전날 미리 구입해두어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the Street of Early Birds @ Siem Reap
the Street of Early Birds @ Siem Reap

그렇게 하늘색이 차츰 변해갈 때 즈음, 모여든 관객들의 손가락도 분주해집니다. 스마트폰부터 DSLR까지. 너도나도 이 장관의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온 신경을 집중합니다. 이쯤 기다렸다면 동그란 해든, 네모난 해든 무슨 상관일까요.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에 맞는 사진만을 담으면 됩니다. 6시까진 그저 기대와 인내의 시간이니까요.

the Street of Early Birds @ Siem Reap
the Street of Early Birds @ Siem Reap

어머니의 선글라스에도 일출이 드리웁니다. 잠시 사진을 찍을 때 탄성과 함께 셔터 소리가 요란해집니다. 태양이 야자나무 사이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캄보디아의 일출 시간은 1년 내내 큰 변화가 없지만 태양이 떠오르는 위치는 미묘하게 변합니다. 5개의 탑 정 중앙에서 떠오르는 주기는 조금씩 변하는데 3월 경이면 5개의 탑 정중앙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꼭 태양이 동그란 모습으로 떠오르지 않더라도 매달 조금씩 달라지는 구름모양과 색 덕분에 언제든 새로운 일출이 기대되는 앙코르 유적의 아침입니다.

the Street of Early Birds @ Siem Reap

해가 떴으니 앙코르 유적의 약탈자(!)들도 일하러 나서나 봅니다 :)

이상으로 '이른 아침의 거리, 여행지에서' 연재를 마칩니다. 2주 뒤에 새로운 주제로 찾아뵐게요.


p.s. 9월 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성수동 갤러리 사진 창고에서 개인전 '앙코르-'를 갖습니다. 오프닝은 9월 2일 토요일 오후 5시에 있습니다. 오며 가며 들르셔서 사진도 보시고 좋은 이야기 나눴으면 합니다 :)



Location : Siem Reap, Cambodia

Date : Dec, 2014

Format : Digital (Color)

Camera : Nikon Df

Lens: af-s Nikkor 16-35mm f/4G ED VR

Editing : Adobe Lightroom 5.3

매거진의 이전글 익명의 거리, 뉴욕에서 일주일 #2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