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날 병원에 진료받으면서, 주치의에게 조금 혼났다. 병원에 오는 걸 한 달씩 미루는 게 좋은 징조는 아닐 것이다. 아직 완전히 우울감이나 무기력함이 나아진 게 아니기에 꾸준히 다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미루게 된다. 약 복용은 느려지고 일터에서도 중간중간 기분이 오락가락하고 말도 잘 들리지 않고 티키타카도 어려워지곤 했다. 재밌던 것들이 지루해지며 갑자기 신경질도 나는 게 느껴질 정도여서 한 달가량 컨트롤 하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농담도 줄이고 시끄럽게 오래 이야기하지 않고 증상에 대해 생각에 빠져 지낸 듯하다.
이 상황까지 오게 되면 속상한 마음 반 , 너무 자만했나 싶은 마음 반. 괜히 내가 화났다거나 분위기를 축 쳐지게 만들거나 말을 무시했다고 할까 봐 자책감이 들었다. 하긴 컨트롤이 자유롭게 되지 않으니까 치료를 받는 거겠지. 싶은 마음도 든다.
우울과 불안 감소라는 목표를 두고 치료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희미해질 때 참고하고 싶어서 주치의에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알려 달라고 했다. 그러니 그가 하는 말은 간단했다. 내가 지금 어떤 것을 찾고 싶은지를 알아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즉 삶의 인사이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요즘은 질문하는 법과 모닝페이지를 더 잘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치료가 늦어지고 있다는 말에 미적거리고 있다는 자책감도 들긴 했지만 그래도 속도대로 가보련다. 어차피 근본 원인도 파악해야 이 기나긴 우울과 불안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