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나를 돌아보고 정리하기
늦가을에서 겨울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첫 추위가 살며시 내려앉더니
뼛속 깊이 스며드는 서늘함이
오늘따라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아, 겨울이 문 앞에 와 있구나
그럼에도 한낮의 햇볕은
마지막 따스함을 품은 채
고요한 숨결로 내 마음을 감싸주었다
이제는 한 해를 접어둘 시간
경험이 남겨준 작은 깨달음의 씨앗들을
차분히 마음속 항아리에 담아두고
실수 위에 조용히 내일의 길을 그려보는 시기
해마다 이 즈음이면
마음을 정리하는 일이
마치 나만의 작은 의식처럼 찾아온다
여유롭고 느긋해지려 다짐했지만
세상의 속도는 늘 나를 재촉했고
나는 허둥대며 흐름에 떠밀리듯 바쁘게 뛰었다
급히 끓였다 식혀버린 하루들 속에서
정작 나만의 리듬과 정속(定速)을
잃어버린 듯한 순간이 많았다
계획은 있었지만
마음은 늘 그보다 조금 뒤에 머물렀다
그 간극은 때때로 아쉬움이 되어 남았다
겨울이 시작되는 어느 날
외로움과 고단함이 밀려올 때면
나는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조용히 한 해를, 그리고 나를 들여다본다
그 속에서 헤매고 두리번거리는
또 다른 나를 마주하며
다시 나로 돌아온다
관계를 정리하든, 시간을 정리하든
정리한다는 것은 결국
한 해의 삶을 돌아보는 일이다
오직 자기 혼자 마무리해야 하는 일이다
매끈하게 단정할 필요도 없다
과거에 매달리기 위해서도 아니라
그리움조차 시간 속에 꾹꾹 눌러 담아
야무지게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기 위한
마음 정리의 시간이다
건강과 행복, 즐거움과 미소를 전하는 마법사 &
〈매일의 태도〉 저자 김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