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문화를 만드는 것도 창업자의 몫이다. 하지만 사실 회사 문화라는 게 그렇게 큰 게 없다.
복잡한 미션, 비전, 핵심가치 이런 거 말고 진짜 중요한 건 다음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1. 일 잘할 수 있는 사무실 환경 세팅
2. 적당한 회식
3. 연차 쓰고 싶을 때 아무 이유 없이 쓸 수 있는 분위기
이게 전부이지 않을까?
어차피 다들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할 때 당장 떠오르는 게 휴가, 연차, 반차 이런 거 얼마나 자유롭게 쓸 수 있냐 이거다.
이거만 보장해 주면 "이 회사 나름 괜찮다", "평균 이상의 회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거창한 복지보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훨씬 중요하다.
아 물론 돈 많이 주는 것도 좋긴 하지만, 대개 돈 많이 주면 쉬는 시간이 없더라. 그렇지 않나?
주주 아니고서야 직원에게 돈 많이 주면 빡세게 일해야지 않을까? 일단 이 글에서는 돈을 다루는 게 아니니깐 패스.
회식도 술 자주 안 마시고 점심때 맛있는 거 먹는 회식 말이다. 어차피 업무의 연장이라면 술 안 먹고 금요일 점심부터 회식할 수도 있다. 다 같이 영화도 보고 말이다.
근데 요즘 영화를 영화관에서 안 보고 집에서 OTT로 보니깐 문화 활동을 하는 게 좋을까?
아마 개별로 무언가 문화 활동 보고 오라고 티켓주면서 자유로 풀어주면 너무 좋아할 듯하다. 그러면서 회식 마치면 일찍 퇴근하는 거다.
이런 회사 문화는 신생 회사 아니면 잘 없긴 하다. 그만큼 회사도 먹고살만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사람 사는 세상이니까 직원들도 휴식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기본적으로 업무 시간에 지켜야 할 기본 도리는 잘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복지만 생각하는 것도 극단적이다. 균형이 제일 좋다.
나 같은 경우에는 업무 시간에 해줘야 할 업무들은 잘해놓는다면 자기 개발을 위한 공부 하는 거 터치 안 하는 편이다.
직원들이 일 잘할 수 있는 환경에서 본인의 역량을 가꿀 수 있는 여분의 시간까지 있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너무 좋은 것이다.
직원들이 자투리 시간에 쉬는 것과 휴가를 자주 가는 것에 불편함을 느낄 때도 있을 수 있다. 대표도 사람이기 때문에 "일 언제 할까?" 하지만 너무 앞에서 티 내지 말자.
업무를 위한 2보 전진을 위한 잠깐의 쉼이라고 생각한다.
창업자의 욕망을 솔직히 인정하자. 혼자만 쉬려고 사무실에 없으면 생각보다 일이 잘 안 돌아간다.
창업자는 잘 생각해야 한다. 본인도 시스템 만들어두고 일 재밌게 하면서 돈 벌고 싶을 거다. 나도 마찬가지니까.
욕망에 솔직해지면 그만큼 이 욕망을 어떻게 고급스럽고 회사에 컨버팅 해서 직원들에게 베풀 수 있을까 고민해 보면 좋겠다.
- 내가 편하게 일하고 싶다 → 직원들도 편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 내가 성장하고 싶다 → 직원들의 자기 개발도 지원
- 내가 쉴 때 쉬고 싶다 → 직원들도 자유롭게 휴가 사용
- 내가 인정받고 싶다 → 직원들의 성과도 제대로 인정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직원들에게도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 또한 리더십이니까 말이다.
회사 문화는 복잡할 필요 없다. 기본에 충실하고, 서로 배려하고, 일과 휴식의 균형을 맞추는 것. 그게 전부다.
글쎄 그래서 거창한 슬로건보다는 "연차 쓰고 싶을 때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는 회사"가 직원들에게는 훨씬 의미 있다.
창업하면서 깨달은 건, 좋은 회사 문화는 만드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창업자가 먼저 모범을 보이면, 그 문화는 저절로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