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창업, 멋지게 시작하고 싶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by 모아키키 단팥글방

창업자라고 하면, 대개 뉴스나 유튜브에서 투자 유치 성공담을 이야기하거나 명문대 출신으로 소개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화려한 배경과 스펙, 시리즈 A·B·C 투자를 연달아 받았다는 인터뷰는 분명 실제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는 ‘필터링’이 존재한다. 인맥과 네트워크, 그리고 스펙을 중요하게 여기는 투자자들의 분위기 속에서, 기술력 있는 인재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가 곧 회사의 가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만 보고 나 자신이 작아질 필요는 없다. 그들은 그들만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창업을 한 이유가 단지 외형적으로 멋져 보이는 것이라면,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결국 중요한 건 ‘잘 팔리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느냐’, 다시 말해 본질을 얼마나 잘 붙잡고 있느냐다. 창업 과정에서 매력적인 IR 발표나 VC 앞에서의 화려한 무대에 올라가게 될 수도 있지만, 그 모든 포장 뒤에는 ‘진짜 실력’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나는 지역은행에서 주관한 IR데모데이에서 2등 수상한 경험이 있지만, 후속 투자로 이어지진 않았다. 실제 제품 서비스에서 데이터는 있지만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엔 부족했고,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지 의문점이 많았을 것이다. 여기서 재밌는 건, 투자자들의 본질은 돈을 불리는 데 있다. 그들도 자신의 돈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금을 잘 불려야 할 사명이 있다. 이처럼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혼자서 다 관리하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팀 단위, 조직 단위로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잠시 내용이 샛길로 빠졌는데, 다시 주제로 돌아가서 내용을 이어가 보겠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시작할 때 흔히 빠지기 쉬운 유혹이다. 예를 들어 법인차를 구입(장기렌트, 리스)한다면, 처음부터 호화로운 외제차로 꾸미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초기에는 국산 SUV 정도가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기동성 좋고, 짐도 많이 실을 수 있고, 장거리 운전도 무리가 없어야 한다. 이런 ‘작은 선택’ 하나하나가 결국 고정비를 절감하고, 더 중요한 곳에 자원을 투입할 수 있게 만든다. 만약 창업 초기부터 “나는 창업자인데 좋은 차 정도는 당연히 타도 되지 않나?”라는 생각에 빠져버리면, 나중에 더 큰 비용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창업은 초반에 멋져 보이려고 하는 것보다, 길게 보고 진짜 본질에 집중할 줄 아는 지구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성공은 SNS나 뉴스 인터뷰 속 짧은 문장으로 요약되지만, 그 뒤에는 말로 다 못할 숱한 시행착오와 잡일, 때로는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경험이 깔려 있다.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화려한 배경과 성과는 그 사람만의 길일뿐, 나에게 맞는 해답이 아닐 수도 있다.


결국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시장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회사를 만드는 게 창업자의 최대 과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외형적인 스펙이나 폼이 아니라, 매일 마주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하나씩 배워가며 끈질기게 버텨낼 수 있는 태도다. 만약 내가 창업을 통해 조금이라도 ‘멋져 보이고 싶다’는 기대를 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진짜 추구해야 할 멋짐은 ‘이 일을 왜 시작했고, 어떻게 가치를 만들어내는가’에 달려 있다. 탄탄한 본질 위에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멋짐이 생겨난다.

그러니 세상이 말하는 화려한 이미지를 좇기보다는,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와 부족한 부분을 솔직히 마주하자.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모르며,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하는 과정이 곧 창업의 본질이다. 그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 누구보다도 단단하고 멋진 모습으로 서 있게 될 것이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01화성공한 창업자들은 왜 잡일부터 시작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