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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석양과 라디오가 빚어내는 작은 틈새

by 모아키키 단팥글방

사무실을 나서 차에 오르면, 하루치의 피로가 몸속에 잔뜩 스며 있는 게 느껴진다. 거기에 서서히 퍼지는 노을까지 더해지니, 묘하게도 특유의 공기가 물씬 차오른다. 본격적으로 차를 몰아 집으로 향하기 전, 라디오의 볼륨을 조금 높이는 순간이 꽤 소중하다.


클래식 채널을 틀 때도 있지만, 대개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곤 한다.


석양에 비치는 도로 위, 시그니처 라디오 BGM이 흘러나오면 그 어울림이 참 묘하다. 바쁘게 움직이던 하루가 뒤로 멀어지고, 차창 밖으로 흐릿하게 지는 해가 붉은 빛깔을 드리울 때쯤이면, 사무실과 집 사이 어중간한 공간에 내가 홀로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 막 퇴근한 사람들의 차가 도로에 보이지만, 모두가 자기만의 속도로 귀갓길에 오른다. 신호등 앞에 잠시 멈춰 있을 때 듣는 멘트나 음악 한 곡이, 오늘 하루를 퇴근길용 ‘플레이리스트’로 정리해 주는 것만 같다.


문득 창밖을 보며 “조금만 천천히 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집에 도착하면 또다시 일상의 분주함이 시작되겠지만, 이 짧은 순간은 온전히 나만의 음악 감상실이니까.


“사무실과 집 사이, 석양과 라디오가 있는 이 틈새를 소중히 여기자. 숨 돌릴 시간도 없이 바쁘게 지나간 하루일지라도, 이 순간만큼은 마음이 느긋하게 달래져도 괜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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