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 속에서도 너는 멀어져만 간다
친구를 기다릴 겸 테라스에 자리 잡아 생맥주 한 잔을 시켰어. 홍대 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맥주집이라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며 저 자리 참 좋다 소곤거리며 갑자기 가던 방향을 틀어 내 옆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어. 좋은 자리를 잡았구나 생각하며 거리를 멍하니 바라보는데, 떠오르더라. 이 거리, 내가 널 데리러 왔던 거리구나.
네가 다른 사람이랑 놀고 집에 안 들어간 날 있었잖아. 그 날 사실 너를 찾아 이 홍대를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몰라. 내가 항상 골목골목 다 잘 안다고 외치던 홍대는 그날따라 처음 와 본 낯선 동네가 되었고, 웃으며 지나치는 사람들은 이유 없이 원망스러웠고, 나는 울상을 짓고 없어진 너를 찾아다녔지.
술에 취한 사람과 낯선 상대방, 이라니. 이 조합이라면 어떤 타이밍으로 만난 사이라도 부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달까. 그 조바심을 누르며 너를 찾아다니러 몇 시간을 보내니 점점 포기하고 있는 나 자신이 보이더라고. 마음이 힘든데 뛰어다니다 보니 몸까지 힘이 들더라. 결국 졌어. 내 의지력에.
다음날 너는 술에 취해 근처에서 묵었다고 연락 왔었지.
이런 연락을 해도 되는 사이였어 그때의 우리는.
내 짝사랑이었으니까.
다른 사람과 하루를 같이 있었다는 연락에 왜 나는 바로 씻고 나갈 준비를 했을까. 왜 너를 지금이라도 찾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을까. 어쩌면 이 날부터 우리 관계는 정해졌을지도 모르겠어. 그 뒤로도 나는 언제나 너를 찾아 헤맸고, 지칠 때쯤 너는 너의 위치를 알려주었고, 나는 다시 힘을 내어 너를 찾으러 갔으니까. 쫓고 쫓기는 관계의 시작은 그 날부터였어. 이 거리에서 나는 하루 종일 찾아 헤매던 너를 그 다음날 다시 만나게 되었어.
너에 대한 기억은 다 장소로 남아있어. 이 장소는 어느 날 찾아 헤맸던 곳, 저 장소는 그때 찾아 헤매던..
내 기억 속에서도 너는 멀어져만 간다.
내가 뛰어가야만 너의 기억을 잡을 수 있어.
그렇지만 내 머릿속의 너를 따라가는 일을 이제 멈췄어.
그래서 인가 봐. 이 거리를 보며 너와의 추억을 바로 떠올리기보단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웃음소리, 거리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어.
너는 점점 더 멀어져 가.
하지만 나는 여전히 널 따라가지 않고 있어.
이제는 이 여유를 즐기고 싶어 졌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