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휴가가 아니라 근무입니다

손가락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이 가능한 세상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수요일부터 재택근무 중이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근 10일 정도를 재택하게 되는 셈인데, 이렇게 전 직원 재택근무 공지가 내려오기까지 참 잡음이 많았다.

맨 처음 회사의 공지 '가급적이면 출근 유동 인구가 적은(?) 시간대인 10시 이후로 출근하세요' 이후 많은 이들의 반발이 있었고 (왜냐면 이미 우리 회사는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 후 두 번째 공지, '희망자에 한해 부서장 승인을 받아 재택근무하세요'

아무도 모르는 '희망'의 기준... 때문에 또 한 번 잡음이 있었고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난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전 직원 6일까지 재택근무'라는 명확한 공지가 내려진 후에서야 모두들 안심했다.

사실 지난주 출근을 하는 내내 생각했다.

이미 대면회의, 외부 미팅은 줄줄이 취소가 되고 다 각자 자리에서 메신저, 이메일, 전화로만 일을 하는데 굳이 다 모여 있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역' 이 곳에 천 명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과연 합리적인가.

누군가는 재택근무를 하면 회사에서만큼 일을 안 하고 효율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그건 진짜 한가해서 하는 소리다. 재택휴가가 아니라 근무 잖아요.

집이던 사무실이던 메일로 자료를 공유하고 보고하고 전화받고 회신하는 일들은 똑같고

오히려 집에 있으니 잠시 머리를 식히러 커피를 마시러 가거나 외근 중 잠시 이동하거나 이런 시간들이 없어져 그 시간만큼 자리에 더 붙어 일을 많이 한다.

오죽하면 내 재택근무를 며칠간 지켜본 엄마는 '너 회사에서 매일 이렇게 일을 많이 하니?'라고 물어볼 정도다.

진짜 어떤 일 없는 월급루팡 인간이 재택 하면 일을 안 한다는 똥소리나 하고 앉았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회사들도 이제 이렇게 일하는 환경이 서서히 변해가고 또 이런 모습들이 꽤 자연스러워진 게 신기하다. 물론 좋지 않은 이유가 계기가 됐지만.

코로나가 어서 잠잠해지고 재택이던 사무실이던 일하는 장소는 회사 매출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증명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