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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역 Dec 31. 2019

간접체험 워킹맘

두 개의 사회생활을 병행하는 사람들

팀에서 막내이자 유일한 미혼인 나는 의도치 않게 결혼생활과 육아에 대한 간접체험을 많이 하고 있다. 여자 분들이 많아 그런지 ‘워킹맘’들의 삶을 엿보고 경험한다.  

요즘 초등학교는 학부모 참관수업부터 학부모 상담, 녹색어머니, 아이들 생일파티 등등 직장 다니는 엄마들의 스케줄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불러 들이는 일정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워킹맘의 스케줄을 배제했다고 한 이유는 이렇게 엄마들을 부르는 시간대가 대체로 오후 4시, 5시, 오전 10시 같이 어정쩡한 시간대여서다. 회사에서 중요한 회의가 있을 수도 있고 미팅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는 시간대다. 하긴, 생각해보면 선생님들도 퇴근을 해야 하니 그들의 업무시간 안에 부를 수 밖에 없겠다.

생각보다 전업주부도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한 학급 엄마들 중 워킹맘이 몇 안돼서, 혹여 회사 일 때문에 엄마들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는 날엔 괜히 눈치가 보여 기프티콘 같은 것들로나마 마음을 전한다고.

워킹맘은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선생님들, 그리고 다른 엄마들과 관계를 맺고 괜히 아이들에게 해가 될 만한 불필요한 소문이 나지 않도록 부단히 애쓰고. 전업 엄마들은 모임에 자주 빠지는 워킹맘을 멀리 한다더라, 모임에 얼굴을 안 비치면 중요정보를 안 알려 준다더라 등등. 회사보다 말도 많고 소문도 빠른 또 하나의 사회에서 ‘더럽고 치사하네’ ‘유난이네’ 하면서도 애를 써서 이 커뮤니티에 속해야만 결국엔 아이들을 위해 좋은 것임을 알기에.  

집집마다의 자세한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대부분 그들의 어머니(아이들에겐 할머니)들은 여전히 육아를 하신다. 유치원, 어린이집, 학교에서 끝난 아이를 픽업해 오거나 밥을 챙겨주거나, 자잘한 살림들은 할머니의 몫이다. 회사에서 마련한 육아휴직, 자율출퇴근제, 사내 어린이집 같은 제도들은 분명 워킹맘들의 삶의 질을 예전보다 개선해 주고 있지만, 여전히 회사생활과 육아 모두 완벽하게 척척 해내기엔 그들  다른 누군가의 수고로움과 고생이  필요한 거다.

내 주변 워킹맘들은 회사에서 일을 다 멋지게 해낸다. 열정도, 의지도, 태도도, 보고 배울 만한 점들이 많다.
꼭 ‘생계’를 위해 맞벌이를 한다는 느낌보다 진짜 본인의 일을 위해, 커리어를 위해, 직업을 갖고 있는 느낌이 드니 더 멋있다. (물론 그들 자신은 현실 부정할 수도 있다)

또 하나 배울 점은, 그들의 생활이나 사고의 대부분이 아이를 위해 맞춰져 있지만서도 그 와중에 여전히 ‘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다.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본인 혼자일 때의 모습을 여전히 잘 지켜내고 있는 모습들.

그 모든 것들을 감내하며 결국엔 둘 다 척척 해내는 그들이 존경스럽다. 둘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 한데.

간접체험을 하면 할수록 왠지 모르게 난 둘 다 잘 해낼 자신이 없어진다.
오늘도 저 멀리 ‘다른 세상’ 이야기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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