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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역 Feb 18. 2021

클럽하우스 1주 차의 짧은 소회

2월 들어 인스타에서 지인들의 클럽하우스 후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내 첫 시작은 FOMO(Fear of Missing Out) 때문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목소리를 나눈다고 생각하니 느낌이 이상하기도 하고 오글거리면서도, 궁금하고, 새로운 건 꼭 해봐야 하는 성격 상 빨리 해보고 싶고.
 
누구나 자기를 드러내고,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요즘 시대에 딱 맞는 새로운 SNS 같았다.

클럽하우스 경험 1주 차 후기는, 아직까진 굉장히 흥미롭고 신기하다는 점. 세상에 이렇게 말 잘하는 사람이 많구나, 다들 관심사가 엄청 다양하구나,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많구나. 마치 북적북적한 시장에서 여기저기 다양한 상점들을 둘러보는 느낌 같다. 잘 정돈된 세련된 편집샵 느낌은 아니다.

근데 가장 많이 든 생각, “다들 이걸 어디서 언제 하는 거지?”

내 일상에 비추어 보자면, 집에 와서 방에 누우면 10시~11시고,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보다가 잠들기 바쁜데. 다들 밤부터 새벽까지 이렇게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다니 체력이 진짜 최고다,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면… 다들 다음날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나? 이런 정말 현실적인 생각들이 앞서며... 대단한 사람들이 참 많다고 느꼈다.

내가 추가해둔 관심사는 음식, 와인, 사진, 글쓰기, 운동, 커리어 등등. 내 관심을 끄는 흥미로운 주제의 방들은 수시로 열린다. 내 관심사가 넓고 다양한 건 알았지만, 이번에 클럽하우스를 시작하며 또 알게 됐다. 나는 정말 두루두루 관심이 많다.

근데 막상 방에 들어가 내 시간을 들여 몇 시간을 참여하는 게 쉽진 않았다. 내 관심 주제에 대해 오가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은, 딱히 정해진 틀도 없고, 경계도 없고, 꽤 흥미로운 대화들이 오가긴 했으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주최자인 모더레이터와 그가 선택한 스피커 위주의 진행이다 보니 세미나나 강연 같은 곳에서 손을 들고 말하는 몇몇 사람들의 Q&A를 듣는 느낌 정도였다.

브런치 관련 주제의 방에서 한번 손을 들고 스피커가 돼 봤다. 이것도 모더레이터로 나온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정도였지, 내가 그 분야에 대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말할 수준은 아니다 보니 수많은 리스너 중 하나에 그쳤다.

내가 현재 리스너로 들어가 있는 방, 스피커로 말하고 있는 방들이 내 팔로워들에게 낱낱이 실시간으로 보인다는 점도 조금 꺼려졌다. 회사 사람이나, 업계 사람들이 팔로워로 있다 보니 내 분야와 직무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가도, 조금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얼굴은 드러내지 않지만, 내 프로필과 관심사가 그 어떤 SNS 보다도 내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그것도 불특정 다수에게. 인스타그램은 비공개로 해놓으면서, 클럽하우스에는 온갖 내 관심사를 낱낱이 드러내 놓고 있는 게 웃기다는 생각도 했다.


이 흥미로운 SNS가 앞으로 어떻게 대중화될지 궁금해진다. 어디까지 확장이 될지, 아니면 잠깐 반짝하고 끝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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