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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역 Mar 14. 2024

서른셋 11년 차 회사원이 됐다 (프롤로그)

나는 내 일을 진짜로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가

장래희망 : PD, 기자, 아나운서


한창 학교 생활기록부 조회가 유행이었을 때 거의 십 수년만에 찾아보게 된 내 학창 시절 장래희망이다. 막상 저 단어들을 보니 "내가 진짜?" 하는 기분이 들면서도 "그랬었지" 하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지금은 기억이 희미하지만 나는 글 쓰고 그림 그리고 무언가를 창작해 내는 걸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는 입시 때문에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살았지만, 대학에 와 홍보광고학을 전공하면서 글쓰기와 크리에이티브 모두를 충족시켜 줄 것 같은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를 내내 꿈꿨고 약간 결은 다르지만 나름대로 전공을 살려 기업 홍보팀에 입사했다.


홍보대행사 인턴, 미술관 도슨트 아르바이트, 교환학생 당시 커뮤니케이션 수업과 다큐멘터리 필름 수업 수강. 대학 때 경험했던 여러 외부 활동들도 그 당시엔 몰랐지만 다 크게 연관이 돼 있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그래서인지 홍보팀으로 일한 지난 10년간의 회사 생활도 나랑 참 잘 맞는다고 느꼈다. 기업과 서비스, 상품에 대해 대중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보도자료, 기획기사, 인터뷰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내 직무가 재밌고 보람찼다. 수많은 기자들을 만나 관계를 쌓고 회사를 대표해 그들을 설득하고 내 코멘트가 기사에 반영되는 이 일이 조마조마하면서도 재밌고 신이 났다. 가끔 기사거리가 안 되는 작은 이슈들도 기사화를 시키기 위해 트렌드를 발굴해 내고 글을 통해 내 아이디어와 세상의 흐름을 전하며 읽힐 만한 콘텐츠를 생산해 가는 일들로 성취감을 느꼈다.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싫증과 업종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을 10년 차에, 새 회사로 이직하며 내 관심 업종에서의 홍보 직무에 대한 만족감, 뉴미디어와의 접점 등 새로운 기회들이 늘어나며 다시 활력을 찾게 됐다.


#한 분야 11년 차. 나는 내 일을 진짜로 좋아하는가

지난 10년 동안 난 내 일이 아주 잘 맞는 행운아라고 느끼며 살아왔다. 11년 차가 되는 올해. 여전히 내 일은 재밌고 나는 일을 통해 자아효능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이제 시니어로 넘어가는 연차가 되면서 내 직무가 해야 하는 수많은 일 중 내가 좋아하는 분야(글쓰기, 콘텐츠 만들기)만 가려서 좋아하는 게 진짜 내가 이 일을 온전히 좋아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어떤 직무든 그렇겠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험한(?) 일을 많이 하게 된다. 언론사 데스크들과의 아주 어려운 협상, 접대, 기사 막기, 수많은 어려운 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만 한다. 그럼 스스로에게 의문과 의심이 든다. 과연 홍보맨으로써 나는 내가 온몸으로 막아 우리 회사를 지킬 수 있을 만큼의 연차 대비 책임감, 논리력, 설득력을 갖춘 사람인가?


20년 차에도 나는 내 일이 재밌을까? 내가 지금 느끼는 자아효능감을 10년 뒤에도 느끼고 있을까? 이런 의문에서 오는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 때문에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른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주변 친구들 대비 높은 연차가 된 점도 고민의 큰 몫이다. 나는 과연 내 연차만큼의 책임감과 퍼포먼스를 내고 있는 사람인가? 연차만 쌓인 것은 아닐까?


올해를 기점으로 여러 가지 고민들을 치열하게 해 볼 예정이다. 그런 과정들을 기록으로 담으며 나와 비슷한 상황, 나와 유사한 생각을 가진 30대 초반의 비슷한 연차 직장인들이 한 번쯤 공감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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