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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역 May 14. 2024

#16 결국 재밌는 건 못 이긴다

행운의 회사원

생계와 직결된 회사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세상을 바꿀 만한 대단한 사명감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재미를 느끼고 성취를 맛보는 일을 하고 있고 그걸 통해 돈을 벌어 다시 내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는 이 선순환은 꽤나 벗어나기 힘든 달콤함이다.


첫 회사에서 10년을 있을 수 있었던 이유도 재미 때문이었다.

그 재미가 시들해지고 나 스스로 재미없다고 느낄 무렵부터 몸이 들썩 거렸고 자꾸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몰입이 안 되니 계속 마음이 딴 데로 튀는 거다.


재미없음과 지루함을 제일 경계하는 사람이라 회사 밖에선 늘 새로운 경험과 자극, 안 해 본 것들에 대한 동경과 짜릿한 설렘을 좇는다.


그러니 회사 안에서 늘 했던 것만 하며 루틴 하게 일상이 돌아갈 때 제일 불안감을 느낀다. 노잼 시기에 허우적 댈 때는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이전 회사에서도 그랬다. 회사 안에서 새롭게 나가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아무도 시키지 않았던 걸 내 스스로 이것저것 해 봤는데, 결국 만족감은 나만 느끼고 있을 때. 그리고 크게 바뀐 것이 없이 그저 내 시도가 소모만 되고 있을 때 자아효능감이 확 떨어졌었다.


물론 그때도 여전히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금방 휘발되는 재미였다. 그 시점 나는, 재미는 외부 요인에 의한 인정 욕구로 완성된다는 걸 깨달았다. 나 혼자만의 재미 만으로는 진짜 재미가 채워지지 않았다. 회사는 지극히 사회적 공간이며 나는 그에 속한 사회적 동물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제 진짜 재미가 없어졌다고 느끼게 되니 딴생각이 들기 시작하며 다른 회사를 찾아보게 되더라.


재미가 없어지는 순간을 여전히 경계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 매일의 일이 재밌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 떠오르고 실행의 과정이 재밌으며 협업이 두근 거린다. 결과물에 대한 외부의 인정도 따라온다.


한 동안 노잼 시기에 빠졌었는데 다시 재미를 찾아 참 행운의 시즌이다 느끼며. 회사 생활이라는 건 내 맘 같지 않게 흘러가니 지금 이 시즌을 그저 만끽하는 것으로.


다들 나처럼 행운의 회사원 시즌과 노잼 시즌이 번갈아 오지 않는가. 어떤 한 지점에 빠져 허우적 대기보다는 그저 그 곡선의 사이클에 올라타 흔들거림을 즐기며 앞으로 나아가는 편이 더 현명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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