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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영 Oct 26. 2024

I’m a Firefighter

고양이 같은 여자를 조심하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fN3QeFkHKYw


 

추천 위스키: Oban little bay 14y


"영화관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고전 영화를 하루 종일 상영했었죠.”     


백수였던 시절 하루 종일 극장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오천 원이면 하루 종일 그곳에 있을 수 있었다. 자주 갔던 그 극장은 오래된 영화들을 주로 상영했다. 상영관에는 나처럼 무료한 시간을 떼우려는 나이 든 어르신들이 많았다. 어둡고 눅눅한 극장 안에서, 나는 오래된 필름이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거나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날은 뭐를 상영했었어요?" 바 주인이 물었다.     

"그날은 장 뤽 고다르 특별전이었어요.”     

나는 회상하듯 말했다. "평일 낮 상영이라 그런지 손님이 거의 없었죠."


바 주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그 여자가 제 옆자리에 앉았어요."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바 주인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거의 텅 빈 극장인데 옆자리에요? 꽤 흥미로운 우연이네요.”     

나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대답했다. "네, 정말 그랬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가 일부러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영화를 보는 동안부터 뭔가 이상했어요.”     

"어떻게요?" 바 주인이 궁금해 하며 물었다.     


"영화의 자극적인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옆자리 여자와 눈이 마주쳤어요. 그녀는... 뭐랄까, 고양이 같았어요. 날렵하고 우아한 외모에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그 눈빛은 마치 안나 카리나의 그것과도 같았죠.”     


바 주인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오, 그래서요?”     

"처음엔 그냥 손을 잡는 정도였는데, 점점..." 나는 잠시 망설이다 계속했다.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기 시작했어요. 그녀도 내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기 시작했고요. 그녀의 손길은 마치 고양이가 발톱을 숨기고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것 같았어요. 그 순간, 우리의 접촉은 스크린 위의 영화보다 더 생생한 드라마가 되어갔죠.”     


"와, 영화관에서요?" 바 주인이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     

"네,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숨기느라 힘들었죠. 그녀는 계속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나를 자극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바 주인이 재촉했다.

"상영 도중에 화장실로 달려갔어요. 더는 참을 수가 없었거든요. 

그녀는 마치 사냥감을 쫓는 표범처럼 나를 따라왔죠.”   

  

"그 다음은요?" 바 주인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미친 듯이 키스하고, 서로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어요. 그녀를 벽에 기대게 하고...차가운 타일 벽에 그녀의 등이 닿았을 때, 그녀의 입에서 새어 나온 작은 탄성은 지금도 제 귓가에 생생해요. 마치 고양이의 울음소리 같았죠.”


"그래서요?" 바 주인이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

"뭐, 아시잖아요. 섹스했죠. 격렬하게요." 나는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그녀의 움직임은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어요. 우아하면서도 관능적이었죠."

바 주인은 휘파람을 불었다. "와, 정말 뜨거운 경험이었겠어요.”     

"네, 정말 그랬어요.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뛰네요."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바 주인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 갑작스러운 경험은 정말 잊을 수 없죠. 하지만 그 후에는 어땠어요? 어색하지는 않았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실 그 후가 문제였어요. 섹스는 정말 좋았지만, 옷을 다시 입는 순간부터 어색해지기 시작했죠. 그녀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담담하게 화장을 고쳤어요.”     


"그렇겠네요.”     

"맞아요. 갑자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잘 있어'라고 하고 헤어졌어요. 그녀는 마지막으로 나를 한번 쓰다듬고는 사라졌죠.”     


바 주인은 픽 웃었다. "와, 정말 영화 같은 해프닝이네요.”     

“네. 확실히. 잊지 못할 거에요. 지금도 가끔 그날을 떠올리면 가슴이 뛰니까요. 그 눈빛.....”     


바 주인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미소 지었다. "영화관에 다시 가고 싶어지겠어요. 혹시 또 그런 일이 있을까 하고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이 또 있을 리가요. 하지만 이제 영화 볼 때마다 그날이 생각나겠죠. 추억처럼."     


"그런데," 바 주인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다음에 영화 볼 때는 조심하세요. 누가 옆자리에서 듣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특히 고양이 같은 여자를 조심하세요.”     


우리는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 속에는 인생의 예측 불가능함에 대한 이해와, 그런 순간들이 주는 짜릿함에 대한 공감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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