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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영 Oct 26. 2024

K

제발 나 좋아 하지마

https://www.youtube.com/watch?v=EPdLLxIs-JY


추천 위스키: Hibiki Japanese Harmony


"틴더에서 만났던 사람 중 좋아했던 사람은 있어요?"   

  

"물론 있죠. 정말 예뻤어요. 과거에 그녀는 배우였어요. 몇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나왔고 CF에서도 몇 번 나왔어요."     


"배우였다고요?" 바 주인의 눈이 커졌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름다웠죠. 하지만 그 아름다움 뒤에는 깊은 공허함이 있었어요. 마치 빛나는 별처럼 밝았지만, 동시에 그만큼 외로워 보였죠.”     


"그녀의 눈빛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어요. 마치 수천 가지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한... 때로는 반짝이다가도 순식간에 깊은 슬픔으로 가득 찰 때가 있었죠.“     


"둘의 관계는 어땠나요?" 바 주인이 물었다.     


"롤러코스터 같았어요. 어느 날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같다가도, 다음 날엔 지옥에 떨어진 것 같았죠. 그녀는 세상에 홀로 맞서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저는... 그녀를 따라가기에 바빴죠."    

 

"얼마 전 서울역에서 그녀를 마주칠 줄은 몰랐어요. 아마 서로를 알아봤을 거에요. 그녀는 오똑한 콧날을 옆으로 세워 돌리며 나를 회피했어요. 틀림없어요."     


“기분이 어땠어요?” 바 주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복잡했어요. 그리움, 후회, 안도... 그리고 약간의 분노까지.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끝났는지 생각하면, 그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죠."    

 

무더운 여름날, 그녀는 검은 에스틴마틴을 타고 카페에 나타났다. 그 강렬한 첫 인상에 나는 숨을 멈췄다. 마치 프랑스 배우 에바 그린을 떠올리게 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 그녀의 길고 검은 머리카락은 가슴까지 내려왔으며 블랙홀 같은 강렬한 눈은 깊었다.     


그녀의 우아하고 매혹적인 분위기는 주변의 사람들을 사로잡았고, 카페 안은 그녀의 아우라로 가득 찼다. 화려한 연극의 주인공처럼 빛났으며, 그녀의 존재는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 주인이 말했다.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나 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랬죠.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강렬함이 오히려 독이 됐던 것 같아요."     

이후 우리는 근처 횟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술이 몇 잔 더 돌고 난 뒤,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알잖아... 이 세계는 잘 안 나가면 끝이라는 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어딜 가나 각종 술자리에 불려 다니고, 스폰서 제안도 수도 없이 받았어. 나는 내가 가끔 창녀라는 생각도 들어 " 


그녀는 쓰게 웃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좌절, 그리고 자조가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눈빛에서 나는 강인함과 결연함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싶어 했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바 주인이 물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안타까웠죠. 그녀의 재능과 아름다움이 그저 소모품처럼 취급받는 현실이... 하지만 동시에 두려웠어요. 그녀가 그런 세계에 완전히 물들어버릴까 봐."     


몇 년간 실적 없는 연예인으로 살아온 그녀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없었다. 한때 빛나던 스포트라이트는 이제 그녀를 비켜갔고, 그녀는 자신의 위치가 점점 더 위태로워짐을 느꼈다.     

그녀의 소속사 후배는 얼마 전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인스타그램 속 그녀의 친구들은 모두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주변의 성공 스토리들이 그녀를 옥죄어오는 듯했고, 그녀는 점점 더 자신감을 잃어갔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그녀의 가슴에는 뻥 뚫린 공허함만이 가득해 보였다. 완벽한 메이크업과 최신 유행의 옷차림 아래에는 불안과 초조함이 숨겨져 있었다.      


"어어..위험해!!"     


술자리 후, 바람 쐬러 올라간 건물 옥상에서 그녀는 갑자기 발을 난간 밖으로 내밀었다. 발밑으로는 5층 높이의 아찔한 낭떠러지가 있었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고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삶에 대한 모든 미련을 버린 사람처럼, 이상하리만치 평온했다. 그 순간, 그녀의 미소는 나에게 안타까움과 알 수 없는 슬픔으로 뒤섞여 있었다.     


"그 순간 정말 아찔했겠어요." 바 주인이 말했다. 

"그녀를 어떻게 말렸나요?"     

"사실... 말리지 않았어요." 

나는 죄책감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저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죠. 나는 보았어요. 위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 속 공허를."     


첫 만남 이후 우리는 이틀 연속 함께 있었다. 첫째 밤은 아무런 일 없이 보냈는데, 아마 내가 살면서 그렇게 예쁜 여자를 본 적이 없어서 위축되었던 것 같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마치 예술 작품 같았어요.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마치 모든 게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죠. 너무 아름다워서 차마 다가가지도, 손을 대지도 못하겠더라고요.”     


"첫째 밤에 아무 일도 없었다니, 흥미롭네요." 

바 주인이 말했다. 

"보통은 그렇지 않잖아요, 특히 틴더에서 만난 사이라면."     

나는 웃음을 지었다. 

"네, 맞아요. 하지만 그녀 앞에서는 제가 작아지는 느낌이었어요. 자격지심이랄까... 내가 감히 그녀와 어울릴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죠. 감히 손도 댈 생각도 못 했어요.”     

"그럼 어쩌다 자게 됐어요? 둘째 밤이네요?" 

"평양감사 서경덕 코스프레를 했어요. 황진이가 유혹해도 넘어가지 않았던 그 이야기 아시죠?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바 주인은 웃음을 터뜨렸다. 

"와! 정말 재미있는 비유네요. 결국은 넘어갔군요?"

"네." 

나는 부끄러운 듯 대답했다.      


둘째 밤도 마찬가지로 나는 그녀 옆에 미라처럼 누워 있었다. 서로 등을 기댄 채로 대화를 나누다가, 우연히 한 단어가 우리 사이를 깨웠다. 동시에 고개를 돌려 눈이 마주쳤고, 그 순간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다. 그녀가 먼저 천천히 다가와 나에게 키스를 했고, 돌부처였던 나는 그렇게 무너졌다.    

 

"그녀의 도발은 미묘하면서도 강렬했어요. 손끝 하나하나, 그 작은 몸짓들 속에서도 나를 압도하는 힘이 있었죠.“     


조명이 희미한 방 안에서, 그녀의 실루엣은 고대 인도의 신 카마와 같은 매력을 발산하며, 눈빛은 깊고 블랙홀처럼 나를 끌어당겼다. 그녀의 손가락은 내 피부를 스치며, 전율을 일으켰다. 그녀의 숨결은 귓가를 간질이며,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그녀와의 섹스는 정말 황홀했다. 자극적이고 대담했다. 우리는 서로의 몸을 탐닉하며,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한 순간을 공유했다. 우리는 서로의 감각을 확장시키며, 마치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녀는 내게 속삭였다. 

"이 순간을 기억해줘."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그 속에 담긴 감정은 진실했다.     

섹스가 끝나고 담배를 피우며 대화를 나눴다.

"사실." 

그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처음 카페에서 만난 순간부터 너랑 잘 거라고 생각했어."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놀라며 눈을 깜박였다. 

"처음부터?"     

그녀는 담배를 깊이 들이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네가 나한테 어떻게 다가올지 지켜보는 게 재밌었어. 사실... 그게 더 귀여웠거든."     


바 주인은 담배 연기를 천천히 내뿜으며 미소를 지었다. 

“남자가 어떻게 나올지 기다리는 거죠. 그게 더 재미있을 때가 많거든."  

"우리는 한 달 정도 만났어요. 나는 그녀의 일을 정성스레 도와줬고, 가끔 운전기사도 되었어요. 그녀가 술에 취해 집에 갈 수 없을 땐 키다리 아저씨처럼 행동했어요. 좋아했죠. 그거 알아요? 정말 예쁜 사람이랑 거리를 다니면 남자들이 쳐다보는 게 아니라 여자들이 쳐다보더라고요.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바 주인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그 한 달은 어땠나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복잡했어요. 한편으로는 그녀의 아름다움과 재능에 매료되어 있었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녀의 불안정함이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어요."     


"어쩌다 헤어지게 됐어요?"   

  

나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가 좋아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점점 남자친구처럼 행동했는데 그녀는 그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아." 바 주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서로가 원하는 게 달랐던 거네요. 그녀는 자유를, 손님은 좀 더 깊은 관계를 바랐던 것 같아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제가 그녀를 붙잡으려 할수록, 그녀는 더 멀어져 갔죠."     


그녀와의 마지막 밤을 떠올렸다. 어두운 방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사정 후, 나는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너무 가까워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네가 나를 좋아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나는 누구랑 사귀는 관계가 싫어. 그게 너라서 그런 게 아니야.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제발 나 좋아하지마!”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어요. 그 눈물 속에 그녀의 모든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는 것 같았죠. 두려움, 고독, 그리고 어쩌면 나에 대한 미안함까지.”     


"그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셨어요?" 바 주인이 조심스레 물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죠. 하지만 동시에... 이해가 됐어요. 그녀는 자신의 방식대로 정직했던 거예요."     


그녀의 말은 날카롭게 가슴을 찔렀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항상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었고, 나에게도 그 수수께끼의 일부로 남고 싶어 했다.     


그녀는 부드럽게 내 손을 잡았다. 그 순간, 나는 그녀를 붙잡고 싶었지만, 그녀의 눈빛에서 단호한 결심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미소 지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따뜻하게 대해줘서 고마웠어.”    


그 미소에는 감사와 아쉬움, 그리고 어쩌면 후회의 감정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는 빅토리아 시크릿 팬티만 남아있었다. 나는 한동안 그녀의 팬티를 바라봤다. 우리의 관계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짧았지만, 강렬했다. 순간의 섬광처럼.     


"이후 연락은 없었어요? 왠지 왔을 것 같은데...”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실... 이주 후 즈음에 연락이 왔었어요. 저의 물건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그런데 그때 프로필 사진이 제가 찍어준 걸로 바꿔서 보냈더라고요. 사장님. 이거 제가 생각한 그거 맞죠?"    

 

바 주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연락 다시 안 했어요?”      


"두려웠어요." 나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다시 그 관계로 돌아가면, 또 같은 상처를 받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그냥 무시했죠. 지금 와서 생각하면 후회돼요. 적어도 대화라도 나눴어야 했는데."     


그 순간의 기억이 떠오르자 가슴이 아려왔다. 그녀의 연락을 받았을 때 느꼈던 그 복잡한 감정들이 다시 한 번 밀려왔다. 기쁨, 두려움, 그리고 혼란... 모든 것이 뒤섞여 있었다.      


바 주인은 서랍에서 거의 비워진 꼬냑 병을 꺼냈다. 그녀는 천천히 병을 기울여 내 잔에 따르며 말했다. "이런 자극적이고 강렬한 관계는, 잊기 힘들죠."     

그녀는 잔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눈빛을 교환했다. "그런데 말이야, 이런 경험도 결국엔 추억이 되는 거지. 그 순간의 감정을 소중히 간직해요."    

나는 그녀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이제 와서 보니 그 모든 경험이 저를 만들어왔네요.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조금은 성장한 것 같아요.“     

"그렇죠," 바 주인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는 바 주인의 말을 들으며 잔을 들어올렸다. 그녀와의 짧은 만남, 그리고 그 강렬한 감정들이 모두 이 한 잔의 꼬냑 속에 녹아있는 듯했다. 우리는 조용히 잔을 기울였고, 그 순간의 기억을 천천히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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