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빠져나기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치는 것
사랑하는 딸!
거센 태풍이 지나가고,
맑고 편안한 아침이 밝았구나.
바람은 살랑이고, 햇살은 포근하고,
참으로 여행 떠나기 좋은 계절이야.
어제 너의 엄마가 그러더구나.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을 보다가,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그런데 말이야,
꼭 구름 위를 날아야만 행복할까?
길가에 피어난 들꽃,
스치는 산들바람,
강아지풀 하나에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어.
마음을 열면, 그 무엇도 우리 가슴 속으로 들어오지.
한평생 살면서 가장 낯설면서도 설레는 여행—
아버지는 그게 바로 ‘결혼’이라고 생각해.
처음 보는 사람과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고, 사랑하고…
하지만, 사랑한다고 꼭 결혼하는 건 아니고,
결혼한다고 사랑이 저절로 시작되는 것도 아니지.
결혼, 축하해!
결혼은 사랑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둘이 함께 만든 울타리야.
그 안은 아름다울 수도 있고,
가끔은 지저분할 수도 있어.
모두 꾸미기 나름이니까.
그러니 진짜 중요한 건
결국 ‘사랑’이야.
사랑이 내용이라면, 결혼은 그걸 담는 그릇이지.
예전에 읽은 라즈니쉬가 쓴 책에..
이런 내용의 이야기가 있었어.
♡ 어느 먼 나라에,
조금은 수수하지만 아름다운 공주가 있었대.
스물아홉이 되었을 무렵,
왕은 세상에 선포했지.
"공주의 신랑감을 찾노라."
온 나라에서 수많은 왕자들이 몰려왔고,
그중 가장 괜찮은 두 명이 남았어.
공주는 그들과 차례로 데이트를 했지.
첫 번째 왕자는 말했어.
“공주님, 저와 결혼해 주신다면
아침마다 따뜻한 밥과 오십첩 반찬을 차리고..
설거지, 빨래, 다림질, 육아까지 모두 제가 하겠습니다.
분리수거, 청소, 장보기까지요!”
그대들의 행복한 낙원
왕자의 말은 현란하고 완벽했어.
공주도 잠시 마음이 흔들렸어.
하지만 함께 산책을 하던 중에
공주가 조용히 말했어.
“좋아요, 결혼해요.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왕자님의 집은 이 왕궁 끝에,
제 집은 반대편 끝에 지어요.
설거지도, 청소도 안 하셔도 돼요.
그저 호수를 걷다가 우연히 만나면 인사하고, 차 한 잔 나누고..
어쩌다 함께 밤을 보낼 수도 있겠지요.
그럴 수 있죠?”
왕자는 멋쩍게 웃고 말했지.
“그게 무슨 결혼이에요? 전, 싫어요.”
그리고 조용히 떠났어.
이제 남은 한 사람,
마음을 담고 다가온 또 다른 왕자.
사랑하는 사위님!
이제 당신은 공주님의 마음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요? ♡
가정이란 커다란 궁전일 수도,
작은 아파트 한 칸일 수도 있어.
하지만 크기는 중요하지 않아요.
아무리 넓어도 믿음이 없고 사랑이 없다면
그곳엔 파랑새가 머물 수 없어.
하지만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서로를 존중한다면 파랑새는 언제나 두 사람 곁에 머물게 되지.
파랑새를 새장에 가두려 하지 말고,
그저 함께 날아다닐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품으면 되는 거야.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제 공주의 ‘부마’가 되셨어요.
사위님과 따님!
아름답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사랑하는 마음, 서로를 향한 존중,
그리고 손을 꼭 잡아주는 순간들만 있다면,
파랑새는 언제나 당신들의 집 창가에서
가장 고운 소리로 지저귈 거예요.
언제나 응원할게. 우리는 너희편이야!
결혼이라는 긴 여행을 시작한 두 사람,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엄마와 아버지는
너희를 언제나, 더 많이 사랑해요.
☆♧ 2019. 10. 4. 아버지 ♧
♧ 아이들이 결혼한지도 6년이 지났네요.
공무원 부부인 딸과 사위는 여섯살, 네살된 두손녀와 함께 알콩 달콩 잘 살고 있어요.
파랑새는 언제나 아이들 집에서 지저귀고 있고..
저희가 보기에 미리 연습한 완벽한 아빠와 엄마 같습니다.
할아버지는 손녀들이 좋아할 이야기꺼리와 노래를 찾아서 모으고 있답니다.
다음에는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줄겁니다.
손녀들은 지금 케데헌에 빠져 있는데..
저도 부지런히 따라가야겠어요.
제가 몸이 안 좋아서 한참을 만나지 못했는데..
손녀들이 무척 보고 싶습니다.
ㅎㅎ..
#들풀편지 #들풀의사는이야기 #들풀의 마음쓰기
#결혼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