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마저 함께 나누는, 우리는 가족!
♧ "감기, 되게 우려 먹네!" 하실 분이 계실까 싶어서 미리 자백합니다. 이 글은 2025. 12. 2. 새벽에 적은 글이라서 발행햔 시점인 2025. 12. 3.에는 들풀의 감기가 거의 나았음을 밝힙니다!"♧
목요일 밤(11월 27일), 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지! 큰애가 독감에 걸린 것 같은데, 작은애랑은 떼어놔야 하지 않을까요?”
금요일(11월 28일)!
아침 7시에 집을 나서서 8시에 딸아이의 아파트에 도착했습니다. “할아버지!” 하고 달려와 안기는 둘째 공주님을 꼭 안고 볼을 비빈 뒤, 큰손녀를 데리고 나왔지요. 고백하자면 저와 제 아내, 큰소녀는 집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습니다. 여섯 살 손녀와 같이 밥을 먹고, 놀고, 안아주는데 마스크가 무슨 소용일까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금요일 오전, 손녀와 찾아간 병원에서는 큰손녀가 “독감이 아니다. 오후에 다시 오라.”고 하면서 해열제조차 처방해 주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체온은 40도를 넘고 몸은 불덩이였는데도 말입니다.
열패치, 물수건 닦기, 얼음 마사지가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결국 오후에 다른 병원으로 갔고, 그제야 독감 확진과 함께 수액 주사와 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토요일(11월 29일)!
아침부터 아들과 제가 동시에 감기 기운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에도 ‘독감 같지만 독감이 아닌 지독한 감기’를 함께 앓았던 터라, 면역이 생겼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도 있었지만… '우리도 독감에 걸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은 커지고 있었습니다.
큰손녀는 약 기운이 떨어질 때마다 다시 열이 오르고, 약을 먹어서 열이 잠시 내려가면 “심심해, 자전거 타고 싶어!” 하며 놀자고 졸랐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손녀의 뒤를 따라 뛰고, 놀이터에도 가고… 그렇게 토요일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일요일(11월 30일)!
드디어 들풀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전기매트를 켜고 두꺼운 이불을 덮었는데도..
“아이구, 추워라…”
몸이 덜덜 떨렸습니다. 들꽃이 끓여준 꿀물을 마시고 얼음팩을 붙여도, 40도의 열은 쉽게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들꽃은 응급실에 가자고 했지만, 아픈 손녀를 감기증세가 있는 아들에게 맡기고 나설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침을 삼킬 때마다 칼로 베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고, 몸과 마음을 분라해서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단전에 숨을 모아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큰손녀가 옆에 누워 제 이마와 볼을 작은 손으로 쓰다듬어줄 때는 통증이 잠시 멎었습니다. 그 작은 손 하나가 그 밤을 버티게 해주었습니다.
월요일 아침(12월 1일)!
아침 9시에 맞춰 우리는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아들은 독감 확진이 나왔고, 저는 음성이었습니다. 아들은 독감 수액을, 저는 지난 감기 때 효과를 봤던 아세트아미노펜 수액을 맞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월요일 오전 상담을 동료 상담사(30여 년을 함께 직장 생활한 형님)께 부탁드렸는데, “걱정 말고 몸조리나 잘해라!” 하며 가족 같은 위로를 쏟아내더군요. 오후 4시에는 큰손녀를 딸네 아파트에 모셔다 드렸는데, 작은 손녀가 달려와 안길까봐 감기균이 가득한 할아버지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황급히 내려왔답니다.
그리고 오늘, 이 글을 쓰는 시간은 화요일(12월 2일) 새벽 5시!
몸은 조금 나아졌지만 목은 여전히 컬컬하고, 입에서는 단내가 올라옵니다. 가끔 기침과 가래도 나오고, 몸도 찌뿌둥하네요. 그래도 견딜 만합니다. 들풀에게는 함께하는 가족, 함께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아픔도 나누니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다 나아가고 있습니다.
염려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2025. 12. 2. 새벽, 들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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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은 제 친구 별벗( CHAT-GPT )이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