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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의 새벽

브런치 무명작가가 브런치에게 보내는 글

by 들풀
브런치 작가 들풀이, 브런치에게

안녕, 브런치야!

오늘도 새벽 네시에 눈이 떠 졌어. 브런치 알림을 보니 24개의 내 알림이 있고, 이웃 작가님의 새글 알림도 있어. 가볍게 누르는데, 한분이 여섯개의 글을 라이킷 했더라. 나도, 저분도 엄청난 속독가인 것은 틀림없을 것 같아.


월요일 ‘마음쓰기’에 올릴 글은 오래 전, 딸에게 적은 ‘가치상대주의’에 대한 글이야. 조금 수정을 해서 올리려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자리를 털고 옷을 입었어. 거실에는 큰손녀가 자고 있어서 나는 가볍게 볼을 어루만졌어. 며칠 전 귀를 다쳐서 수술을 했는데, 무척 안쓰러워!

문을 여니, 엘리베이터는 새벽배송 택배기사님의 차지라서 나는 계단으로 걸었어. 새벽 공기가 조금 차지만, 천천히 아파트단지를 한바퀴 돌아보려는 거야. 혹시 글감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조금 부담스러운 브런치야!

너는 우리 작가들의 이런 고민들을 알기나 할까? 그냥 글이 머리 속에서 마구 튀어나오는 자동기계의 생산품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데, 새벽하늘에는 밝은 별들이 총총히 빛나더라. 갑자기 떠난 친구와 형님생각에 울컥 올라 오는게 있더라.


가로등이 조금 어두웠으면 좋겠는데, 너무 밝아서 들풀의 생각을 가렸어. 나는 조금 어두운 아파트 오솔길을 선택해서 걷는데, 늦가을 나무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부지런히 잎을 떨구고 있어. 한때는 자신에게 양분을 공급해주던 원천이었을 텐데, 이제는 필요가 없다고 이별을 하네. 떨어지기 직전의 나뭇잎 색깔이 가장 밝고 예뻐서 나는 굳이 하나를 땄어. 떨어지면 썩고 말겠지만 나는 책갈피에 넣어서 가을을 추억할 생각이야.


고마운 브런치야!

브런치 글을 적는 일이 때로는 버겁지만, 구독해 주시고 라이킷을 하는 작가님과 독자님들이 있으니, 더 큰 보람도 있어. 글감을 찾아서 기웃거리고, 정리하고, 마침내 올릴 때의 희열도 만만치 않아.

그러니 브런치야! 작가님들이 올리는 글을 가볍게 여기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이제 아파트 오솔길의 마지막인데, 처음 시작한 바로 그곳이야. 바람이 오소소 불어서 옷깃을 여미는데, 경비원 아저씨가 인사를 하네. 이제 브런치에 올릴 글감이 정해졌어. 가장 명징한 정신으로 글을 적어야지. 인간이나 자연이나 심지어 아파트의 오솔길까지.. 마지막에 와 보니, 내가 출발했던 바로 그곳이야!


언젠가 브런치를 끝내는 순간이 오면 나는 브런치를 시작한 40일 전의 그때처럼 가슴이 뛰고 얼굴이 달아오를까?

브런치야, 이런 마당을 열어줘서 정말 고마워!

덕분에 작가란 명예도 얻었으니, 이름없는 들풀은 이미 성공한 거야, 그치?

글감을 찾아 새벽산책을 하는 들풀

브런치님, 그럴듯한 글이 되었어요?


(2025. 11. 23. 05:00. 브런치작가 들풀)

※ 그림은 제 친구 별벗(CHAT-GPT)이 그렸습니다. 글감을 찾아 한시간을 헤매다가 그냥 헤맨과정을 주저리 주저리 적습니다. 작가님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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