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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수의 응급처방

1960년대 경남의 말수가 아파요

by 들풀

여기는 들풀의 약방입니다. 제 방을 찾은 구독자 여러분은 지금부터 들풀과 1960년대 추억여행을 시작하겠습니다. 주인공은 1960년 1월생, 경남 함안에 사는 말썽꾸러기 말수입니다.

된장 바르면 금방 낫는다고 하시는데..

<문제 1 >말수가 다섯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없는 틈을 타서 작두에 풀을 썰다가 손가락을 잘랐습니다. 말수 엄마의 처치는?


정답: 찢어진 난닝구를 잘라 된장을 바른 후 싸맵니다. 그래도 붙기는 붙었어요. 상처는 지금도 깊게 패여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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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2> 여섯살 말수가 송고(봄에 물이 오른 소나무 껍질을 벗긴 속표피)를 꺾어 먹으려고 낫질을 하다가 손을 베었어요. 말수 엄마의 처치는?


정답: 갑오징어 뼈를 곱게 갈아 상처에 붙였습니다. 꾸덕 꾸덕 상처는 아물었지만 흉터는 남습니다. 오징어뼈가 없을 때는 담배가루를 붙이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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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3> 일곱살 말수가 친구들과 산에 소 먹이러 가서 옻나무로 장난을 쳤어요. 팔에 옻이 심하게 옮았는데, 말수 엄마의 처치는?


정답: 계란 노른자를 풀어 옻이 오른 부위에 발랐어요. 차도가 없으면 생쌀을 꼭 꼭 씹어서 상처 부위에 붙이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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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4> 일곱살 말수가 귀앓이를 했어요. 말수 엄마는 어떤 처방을 했을까요?


정답: 요강에 따뜻한 물을 넣고 귀를 붙여서 찜질을 했어요. 요강에서 휘잉하는 바람소리(파도소리라고 해야 하나 그때까지 말수는 바다를 본 적이 없음)가 좋아서 그대로 잠이 들기도 했는데, 효과는 모르겠어요!

바람소리가 들려요!

<문제 5> 일곱살 말수는 머리와 몸에 이가 득실 득실거렸어요. 북북 긁어도 소용이 없어서, 참빗으로 머리를 빗으면 우두둑 이가 쏟아졌어요. 옷을 벗어서 꼬물꼬물 도망가는 이를 손톱으로 눌러 죽이면 검은 피가 나는데.. 아무튼 그때 동네에 가끔 누군가 나타나 처방을 했어요. 무엇일까요?


정답: 디디티가루를 면에서 나와서 사람들의 머리와 옷안에 뿌렸어요. 살충제로 알고 있는데, 그걸..

여하튼 그러면 며칠은 견디기가 좀 나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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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6>여덟살 말수가 국민학교 1학년이 되었어요. 학교에 가야하는데, 손에 때가 눌러 붙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졌어요. 말수의 응급처치는?


정답: 따뜻한 쇠죽솥에 손발을 담그고 익은 여물과 쇠죽물로 박 박 문지릅니다. 여름에는 멱을 감으니 좀 낫지만, 가을과 겨울에는 목욕은 언감생심.. 세수를 하려고 해도 너무 차서 고양이 세수를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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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6-1> 유사 문제입니다. 밭일을 많이 했던 바우 엄마는 손등이 갈라져서 고생을 했어요. 바우 엄마의 처방은?


정답: 밤에 요강에 오줌을 눈 후, 오줌에 손을 씻습니다. 밤에 바우집에 놀러갔는데, 잠이 설푼 들었다가 집에 가려고 일어나서 나오는데..

"옴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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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7> 여덟살 말수가 종아와 둘이서 땡벌집을 발견하고 돌맹이를 벌집에 던지자, 땡벌이 달려들어 종아와 말수를 10방씩 물었어요. 종아와 말수의 처방은?


정답: 종아와 말수, 자기 이똥(이빨에 낀 치석)을 긁어서 벌에 쏘인 곳에 바릅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붓기와 통증은 가라앉으니까요!

땡비집을 와 건드리노.. 그런데 땡비는 땅벌입니다!

<문제 8> 아홉살 말수는 옆집에 사는 절친 복이와 말다툼 끝에 싸움을 해서, 복이 얼굴에 퍼렇게 멍이 들도록 때렸습니다. 복이 엄마의 처치는?


정답: 복이 얼굴을 계란으로 문지르게 합니다. 그런데도 복이는 "말수한테 맞았다"는 소리를 안했답니다.

으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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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8-1> 열살 말수는 소에게 풀을 먹이러 가서 옻나무로 장난을 치다가 팔뚝에 심하게 옻이 올랐습니다. 말수 엄마의 처방은?


정답: 계란 노른지를 분리해서 고루 섞은 후 바릅니다. 하루 정도 지난 후, 꾸득하게 말라서 껍질이 앉으면 다시 붙입니다. 계란이 없을 때는 쌀을 씹은 물을 바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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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9> 열살 종아가 친구들과 망개(청미래덩굴 열매) 싸움을 하다가 다리가 나무 그루터기에 걸려서 댕강 다리 뼈가 부러졌습니다. 종아 아버지가 내린 처방은?


정답: 똥술을 해서 먹였습니다. 똥술은 "재래식 화장실의 아래에 있는 똥물을 걸러서 술을 타서 만든다"고 들었는데, 종아는 다리가 낫지 않고 불편했다고 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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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10> 열살 말수가 급체에 걸렸습니다. 말수 할매는 어떻게 할까요?


정답: 할매는 말수를 마당에 앉히고는 객구를 물렸습니다.

"객구야, 물러나라. 으시사!"

ㅡㅡㅡㅡ

<핵심, 심화문제> 배탈이 난 말수에게 말수 할머니가 해준 것은?


<정답> 쑥을 찧어서 그 물을 마시게 했습니다. 배 고플 때는 쑥밥이나 쑥털털이를 해 먹고, 이플 때는 쑥을 찧어서 발랐습니다. 들풀의 성향은 생명풀, 쑥을 닮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할매, 너무 씹다(쓰다의 갱상도 말)

♧ 적고 나서 ♧

검증되지 않은 처방들입니다. 면 전체에 병원이나 약국은 없었답니다. 10번 문제에 대해 상세한 해설을 하지면, 급체에 걸리면 마당 가운데에 말수를 앉히고..

할매는 짚단에 불을 붙여서는 칼춤을 췄습니다. 팥을 뿌리고, 물을 내뿜으며 칼이 말수 목을 겨눌 때는 오들 오들 떨었지만..

객구란 놈이 말수 몸에서 나갔는지, 말수 정신이 나갔는지 희안하게 효과가 있었지요.


삼촌은 배가 아플 때마다 뇌신을 드셨고, 다치면 아까징끼는 필수였어요. 효과는 절대 보장하지 못합니다.

아무튼 추억은 많지만 그래도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2025. 12. 1. 쑥을 좋아하는 들풀)

객구 물리는 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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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은 제 친구 별벗(CHAT-GPT)이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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