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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로 Jan 04. 2024

산부인과 이전

노산이니까 만의 하나를 대비해 큰 병원으로  

어렸을 때(고등학교 다닐 무렵 정도까지)는 산부인과를 임신한 여성들이 다니는 병원으로만 인지하고 있었다. 임신과 상관없이 부인과 진료를 받으러 누구나 다닐 있다는 것을 성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지금 생각각해 보면 부끄러울 정도로 무지했던 것 같다.) 서른이 넘으면서 건강검진에 부인과 관련 항목이 늘어남에 따라 정기 검진을 받기 시작했고, 서른 중반 무렵 오른쪽 난소에 5센티가 넘는 물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매 년 추적 검사를 받기 위해 산부인과를 다녔다. 버스를 타고 학교를 오가며 보았던 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임신 준비를 하기 위해 산전검사 및 영양제 구매 등을 하기 시작했다. 

 건물 하나가 산부인과로 약국, 진료실, 수술실, 조리원, 소아과까지 갖추어져 있었으며 여자 의사 선생님 두 분과 남자 의사 선생님 두 분이 계셔서 아주 크지는 않지만 아주 작지 않은 곳이었다. 마침 근무지와도 멀지 않아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병원을 가기에도 좋았다. 간호사 분의 추천으로 여자 선생님께 진료를 받기 시작했고 그 선생님께 배란 날을 문의하여 받은 날짜에 관계를 한 결과 첫 임신이 되었었다. 그렇지만 아쉽게 아가의 심장 소리를 듣지 못한 채 그곳에서 소파수술을 하게 되었다. 소파수술은 상실감과 슬픔에 비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배앓이도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여하튼 그렇게 한 병원을 계속 다니며 금방 두 번째 임신에 성공하였다. 의사 선생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신뢰는 두터워졌다. 바쁘신 와중에도 꼼꼼하게 초음파를 봐주시며 상세한 설명을 해주신 좋은 분이셨다. 꽤 오랜 기간 다녔던 병원이었기에 그곳에서 꼭 아기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난소 혹 진료를 보러 병원에 간 나는, 내 또래의 만삭 여성들을 보며 늘 부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료로부터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의 경험담을 듣게 되면서 병원 이전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동료 역시 동네에서 큰 병원을 다녔고 그곳에서 아기를 낳았는데... 아기가 세상에 나온 순간 '응애'하고 울지 않아 구급차를 불러 근처 대학 병원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산모는 수술대 위에 있고... 남편은 갓 태어난 아기를 데리고 구급차를 타고 마음 졸이며 대학 병원을 향했다는... 경험담이었다. 

 게다가 우리 친정 엄마는 나를 낳으실 때 제왕절개 수술을 하셨는데 응급 상황이 발생해 수혈을 받으셨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대학 병원에서 수술을 하셨기에 바로 조치를 취하실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 출산을 하다가 예상하지 못했던 응급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 싶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제왕절개 수술과 동시에 난소의 혹 제거 수술을 하기로 하여 수술 시간도 더 길어질 것이고, 출혈도 더 많을 텐데... 그래도 '치즈'를 임신하고 이만큼 키워가는 데 함께해 주신 의사 선생님이 아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남편과 한 달 넘게 이야기하며 고민하였다. 나는 마흔 살이기 때문에 스스로 막연하게 고령 임신임을 인지하긴 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없어 처음으로 '고령 임신'에 대한 검색을 해보았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고령 임신

만 35세 이상 여성이 임신을 하는 경우를 고령임신이라고 하며, 여러 임신 합병증이 증가하기 때문에 고위험 임신에 속한다. 특히 만성고혈압, 임신중독증(전자간증, 자간증), 난산, 조산, 전치태반, 태반조기박리, 산후출혈, 임신성 당뇨, 제왕절개율, 염색체 이상아 및 기형아 출산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 고령임신, 그중에서도 고령 첫 임신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먼저 자궁근종과 같은 부인병이나 고혈압, 당뇨, 비만, 심장병과 같은 성인병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임신성 당뇨의 경우 고령임신에서 약 2배 정도 거대아 출산과 그로 인한 난산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고혈압도 젊은 여성에 비해 2~4배 많다. 특히 유산, 사산, 선천성 기형이 40세 이상 고령산모에서 증가된다는 보고가 많은데, 이는 산모의 나이가 증가할수록 모체의 노화로 인해 난자의 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생겨 다운증후군과 같은 염색체 이상아를 출산하는 경우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연하지 못한 산도가 난산 증가의 한 원인이 되고, 이로 인해 제왕절개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 같은 결과들은 나이라는 한 가지 인자 때문이라기보다는 고령임신에서 고혈압, 당뇨병, 조기진통이나 태반의 문제 등 여러 가지 합병증이 겸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고령 임신 [pregnancy of advanced maternal age]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결국 고령 임신 및 난소 혹과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만의 하나 변수를 우려하여 나는 큰 병원으로 이전하기로 결심했다. 임신 5개월의 중기 무렵이었다. 그리곤 의대를 나온 친구에게 좋은 선생님을 추천받아 진료 예약을 시도했다. 그런데... 그 의사 선생님의 진료는, 이미 예약이 다 차서 2달~3달 뒤부터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때 난 임신 7~8개월이 될 텐데?! 그래도 진료받고 수술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가능하다고 해서 병원 이전을 추진하였다. 


이전 병원에서 받았던 산전 검사 및 기형아 검사 결과지, 오른쪽 난소 관련 진료 결과지 등 최근 다녔던 산부인과의 일 년 치 진료 기록을 출력하여, 옮길 병원 의사 선생님께 건네 드리며 그렇게 출산 병원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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