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3일 차, 수술 후 처음 대면하는 나의 아기.
수술 3일 차, 아기가 태어난 다다음 날 드디어 신생아 실에서 아기를 볼 수 있게 되었다.(둘째 날은 아기가 b형 감염 1차 주사를 맞은 날)
남편은 오전까지만 함께 있고 오후에 퇴실해야 했고, 나는 아직 혼자 걸을 때 통증이 있어 진통제 엉덩이 주사를 한 대 더 맞고 아가에게 갈 준비를 했다.
두근두근.
아기를 보러 갈 생각에 설레, 심장이 마구 뛰었다. 모자동실 대기를 예약해서 신생아실에서 연락이 오면 그 시간에 맞추어 기다렸다가 입실. 그러면 간호사 선생님들이 아기들을 데리고 나와 산모의 주민번호 앞자리와 성명을 확인한 뒤 산모에게 신생아를 안겨주신다. 내 이름의 발찌를 차고 있는 아주 작은 아기가 품에 들어왔다. 그런데... 분만 중 보았던, 내 기억 속의 뽀얗고 예쁜 아기가 아니었다. 눈은 가늘고 길게 쭉 찢어져 있는 모습이 몽골인의 모습이었다. 극히 드문 일이긴 하겠지만... 드라마나 영화처럼 아기가 바뀐 게 아닐까 싶었다. 남편도 나도 둘 다 눈이 작은 편은 아닌데 우리 아기는 눈이 왜 이렇게 작은 건지...
아기를 낳으면 모성애가 뿜뿜 할 줄 알았는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이 작디작은 존재가 한없이 낯설기만 한 게... 내가 낳은 아기가 맞나 싶었다. 나는 모성애가 부족한 것인가...
젖 물리기 연습을 해야 하는데 나는 모든 것이 어설픈 초산모인 데다가 가슴엔 젖이 돌기 시작해 돌처럼 딱딱해진 상태. 아가도 세상에 처음 나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반사작용으로 입을 빠꿈거리며 엄마 젖을 찾아 헤맨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이런저런 감정이 뒤범벅되어 복잡하고도 미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20분~30분의 첫 모자동실 시간은 그렇게 끝나버렸다. 감동스럽고 감격스러우면서도 그렇지만은 않은, 사랑스럽고 귀여우면서도 그렇지만은 않은... 나와 아가의 첫 만남은 그러했다. (두 번째라고 해야 하나)
남편에게 연락을 했다.
'오빠, 아기를 보고 왔는데 우리 아기가 아닐 수도 있을 거 같아. 눈이 너무 작아... 아기가 바뀐 건 아닐까?'
아기가 바뀐 게 아니란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사뭇 진지하게 보낸 나의 메시지를 보고 남편은 빵 터져 웃었다고 한다.
신생아는 양수에 있었기 때문에 쭈글쭈글하고 부어 있기도 하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해서, 눈이 작을 거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내 예상보다 훨씬 못생긴 아가가 너무나 낯설기만 했다.
친구에게도 연락을 했다.
'방금 아기를 보고 왔는데... 난 모성애가 없나 봐... 냉정한 엄마인 거 같아.'
그랬더니 친구가 자기도 첨부터 모성애가 있던 건 아니라며 아기와 함께 하면서 서서히 생기는 거라고 안심시켜 주었다.
간절하게 원했던,
너무나 만나고 싶던,
어렵게 만난
너무나 소중한 나의 아기인데
첫 만남에 애틋한 모성애로 품어주지 못했던 것이
아가는 물론 모르겠지만 두고두고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