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순음 파티, 정말 나를 부른 게 맞을까?
아이가 8개월 정도부터인가, 부쩍 인지력이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에 아이가 발화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이어리에 대략적인(상세하게 메모하지는 못했지만 정말 틈틈이, 대략적인 메모라도 하려고 노력함) 발화 과정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어떻게 말을 시작하게 되는 것일까.
이에 관련된 전문 서적을 찾아보지는 않아 그 과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나 혼자 추측해 보건대,
다물었던 입을 떼며 공기가 나가는 과장에서 발화되고
그렇게 두 입술소리 ㅁ,ㅂ,ㅃ,ㅍ와 같은 자음 소리가 나는 건 아닐까 생각해 왔다.
그리고 넘어가며 잇몸 소리에 해당하는 ㄴ, ㄷ 과 같은 소리
그렇게 구개음, 후음까지... 순서가 정확하지 않더라도 대략적으로 발음하기 쉬운 것부터
발화하게 되지 않을까 싶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기가 양순음 ㅁ,ㅂ,ㅃ,ㅍ를 발화하는 것 같다 생각 든 이후(이 타이밍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약 8개월 후반~9개월 진입 시기였으리라.)
엄마, 맘마, 아빠, 빵, 멍멍, 빠방과 같은 단어들을 많이 들려주고, 관련된 것들을 많이 보여주려고 했다.
40주 차, 282일이 되는 날에는 ㄱ, ㄷ 을 간혹 발음하였고
44 주자, 310일이 되는 날에는 ㄴ 발음을 하였다.
13개월~14개월 무렵에는 비록, 앵무새 같이 그냥 발음을 따라 하는 것뿐이긴 하지만 '아버지'라는 발음을 따라 하였고, 동시에 수용성 언어가 제법 늘어서 자주 본 그림카드는 척척 맞히기도 하고 마치 상대방의 말을 이해한 듯 '응'이라고 답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15개월 무렵에 아기가 할 줄 아는 단어들을 메모해 보았다.
엄마, 아빠, 빠빠(bye bye), 빵, 밥, 짹짹, 꽥꽥, 멍멍, 할부, 함미, 나나(바나나-바나나의 ㅂ과 ㄴ을 연결하여 발음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서 나나로 알려줬었음), 따따(딸기, ㄷ과 ㄱ을 연결하는 발음이 어려울 거 같아 재미있게 따따따 따 딸기,라고 알려줬었음), 빠방, 인형, 옳지, 가자, 나가 , 아키(키위), 수박, 맴맴(매미), 으라차(으랏차차), 치약, 오케이, 택시, 이뻐, 굿잡, 꿀꿀(돼지), 주스, 버스, 사자, 팔, 악어떼, 어흥, 떡뻥, 늑대, 양말, 신발, 낙타, 아스크(아이스크림), 가방, 블록, 소방차, 경찰차, 가지, 네, 의자, 사과, 열매, 양파, 책상, 까꿍, 깡충깡충, 가재, 냄비, 말랑말랑 등.
500일을 며칠 앞둔 지금, 약 50개 정도의 단어를 발화하고 있다. 그중에는 의미를 온전히 알고 말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그냥 앵무새 마냥, 발음만 따라 하듯 하는 단어들도 있다.
우리 아이보다 발달이 빠른 아이들도 많고
우리 아이 정도의 발달 단계를 거치는 아이들도 있고
우리 아이보다 발달이 조금 느린 아이들도 있다.
우리 아이가 조금 더 잘하는 영역이 있는가 하면
우리 아이가 조금 잘 못하는 영역이 있다.
(우리 아이의 경우 돌이 지나서도 혼자 걷지 못하였고, 14개월 정도에서야 걷기 시작했다. 지금 16개월,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거나 더 어림에도 불구하고 뛰어 다니는 아이들이 있는데 우리 아이는 아직도 밖에서는 잘 걷지 못한다.)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주변에 비슷한 또래를 보거나, SNS에서 비슷한 또래 아이들의 발달 상황을 보며
비교하고는,
우리 아이가 조금 빠르면 괜스레 뿌듯해지거나 기분이 좋고
우리 아이가 조금 느리면 초조해지거나 걱정이 된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현상들이다.
어른인 우리 역시 타인보다 잘하는 영역이 있는가 하면 타인보다 못하는 영역도 있으니
사람마다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것으로 바라본다면
우쭐하거나 초조할 일이 없다.
그래서 나는 의식적으로
'아이가 어떠하다.'는 판단 자체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아기를 세심하게 살펴보며 발달에 이상이 있을 정도의 느림은 아닌지(정상 범주 안에 들기만 하면 조급해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아이가 어떠한 것에 관심이 있는지
아이가 어떠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아이가 어떠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늘 관찰하고,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나는 아이 옆에서
아이의 눈빛을 따라가 관심사를 유추해 보고
아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아이가 최선을 다 하여 크는 모습에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