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 되어 주는 엄마이고 싶다
부모님으로부터 아무런 재산을 물려받을 게 없던 남편이 어느 날 말해주었다.
자신의 부모님은 가난했기 때문에 돈이든, 땅이든, 집이든 물려줄 수 있는 것이 없었고,
그래서 아버님께서는 '신앙심'을 물려주고 싶어
그동안 교회에 출석하는 것을 자녀에게 강요해 왔다고. 아버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러한 이야기를 듣고 나는 무어라 섣불리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물질적으로 줄 것이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정신적인 요소나마 물려주고 싶었다는 부모님의 마음의 일부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앙심을 강압적으로 심어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건대, '민족의 얼'이니 '전통적인 정서'니 하는 것들의 이어져 내려온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완전히 부정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여하튼,
그렇다면 나는 우리 아기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이것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인만큼
나에게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인만큼
좋은 것들을, 최대한 많이 주고 싶다.
함께 지내는 동안은 물론, 내가 세상을 떠나 혼자 남은 삶을 살아가는데 힘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주고 싶다.
1. 재산.
동산과 부동산. 쉽게 말해 돈과 집, 혹은 땅.
그렇지만 현재 내 명의의 집과 땅이 없는 상황에서 남은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일구어 나가
나의 아이에게 남겨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 내가 둘째 계획이 없는 이유 중 하나에 이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물론 나의 나이가 적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요,
정신적인 여력과 신체적인 에너지가 부족한 것도 하나의 이유기는 하다만
재산을 물려주기에도, 하나가 아니면 둘이 쪼개어야 하니...
그럼 많지도 않은 재산 쪼개어 이도저도 보탬이 안 될 거 같아.
그냥 한 아이에게 무엇 하나라도 주는 것이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그냥 애당초에 둘째 생각은 안 하기로 다짐했다.
내 집을 마련하게 되면, 그 집 하나라도 죽을 때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을 테니...
(물론 그 집에 현재 아기가 거주하게 하고자 함은 아니고 자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2. 함께하는 시간. 추억
아이가 하나 있을 때의 장점과 단점, 여럿일 때의 장점과 단점은 각각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떠한 결정이 더 좋다는 '정답'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각 가정 상황에 맞게, 그리고 부모의 가치관에 맞게 가족계획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간혹 다자녀를 둔 지인들이 둘째와 혹은 셋째가 있으면(아이가 여럿인 경우를 의미한다.)
어느 정도 큰 후에는 자기네들끼리 놀면서 시간을 보내고 서로 자극이 되어
동생들의 경우 성장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며 나에게 둘째 계획을 권하기도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기는 하나
나는 나의 아이와 최대한 오래 시간을 함께 보내며
(본인이 스스로 거부하기 전까지? 사춘기가 되면 독립성이 강해지면서 부모를 벗어나고 싶어 하는 시기가 올 테니) 다양한 추억거리를 만들고 싶다.
나의 삶에도, 그리고 아이 삶에도 오래오래 간직하고 살 수 있는 따뜻한 추억들을 남겨주고 싶다. 힘들 때마다 슬쩍 하나씩 꺼내어 볼 수 있는 마음속 앨범 같은 것들을 말이다.
3. 기타
또 내가 부모로서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이 외 크게 떠오르는 것이 없다.
친구? 친구는 부모가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고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자양분을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부모는 조력하는 정도일 테니. 제외
건강? 건강 또한 물려줄 수 있는 요소는 아닌 것 같아. 제외하였다. 병은 99프로 정도 유전력으로 발현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지만... 의도하지 않은 나의 병력이 유전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므로 제외.
이런 식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요소들을 제외하고 나니,
약간의 재산과 함께하는 추억 정도가 현재로서는 다 인 듯하다. 생활하면서 추가되는 것이 생긴다면
그때 덧붙이더라도 늦지 않으리.
이 두 가지를 채워 주는 것도 수월한 일은 아닐 테니
오늘 하루도 아이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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