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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가족을 위한 응급실 이용 팁

[응급실이야기 150817] 말기 암환자와 남은 가족들 #3

말기 암환자의 가족으로서 함께 아파하고 고생하시는 분들이 우리 주위에 참 많습니다. 오랜 병원 생활로 반 의사 같은 지식과 경험을 가진 보호자 분들도 보게 되고요. 헌데 응급상황은 항상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갑자기 나타나서 우리를 당황스럽게 합니다. 평소 간병하던 보호자가 없을 때, 잠깐 먼 곳으로 외출을 나왔을 때 등...


그래서 말기 암환자를 가족으로 두신 보호자 분들이 알고 계시면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따로 해드리고자 합니다. 옆에서 오랜 기간 간병해 오신 분 입장에서는 당연한 얘기를 뭐 이렇게 따로 하나 싶을 수 있겠지만, 의료현장에서 보면 모든 보호자분들이 반 전문가이신 게 아니더라고요.


병원을 옮겨 진료받고자 할 때, 진료 의뢰서와 검사 결과지, 영상검사 자료가 필요합니다


먼저 병력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응급실에 오실 때, 환자의 상태를 잘 아는 보호자가 꼭 함께 오셔야 합니다. 연락이라도 되어야 합니다.


환자가 병원을 옮겨 진료를 받고자 할 때, 검사 결과지와 영상검사 자료, 소견서 또는 진료 의뢰서를 작성해서 다른 병원으로 제공해 등록하는 절차가 있지요? 현재까진 병원 간 원격 환자 정보 공유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직접 환자 본인 또는 보호자가 정보를 복사해서 옮겨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 개인 정보와 병력 정보 보호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환자 병력 정보 유출 사건 참조)


그래서 응급상황에서는 평소 암 관리를 받던 병원이 아니라면 환자 정보 없이 응급실 진료를 시작하게 됩니다. 가령 어떤 종류의 암이고 병기는 어느 정도이고 치료는 어디까지 받았으며 현재 어떤 치료가 예정되어 있는지, 최근 받은 치료의 예상되는 합병증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 응급상황을 맞은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많은 정보가 필요하지만 처음 방문한 병원의 응급실에서는 전혀 이를 알 수 없고 보호자의 진술에만 의존해서 치료를 시작하게 됩니다.


만약 환자는 의식이 떨어지거나 호흡곤란이 있어 대화가 되지 않는데 함께 온 보호자가 전혀 환자 상태를 모르거나 119 구조대를 통해 환자만 보내고 보호자는 함께 오시지 않은 경우, 의료진의 입장은 눈 감고 치료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응급상황이라서 평소 진료받던 병원으로 바로 갈 수 없는 경우에는 근처 응급실로 오시되 상황을 잘 아는 보호자가 꼭 함께 동승해 주세요. 이전에 받았던 소견서나 퇴원설명서, 또는 현재 복용 중인 약의 리스트 또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인공호흡이나 심폐소생술에 대한 의사 결정을 미리 해두고 가족 간에 공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말기 암 상태임을 진단받고 이런 저런 검사와 치료를 받느라 환자와 보호자가 지치고 나면, 사실 이런 얘기를 꺼내기 힘드실 것입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평소 환자의 의견이 어떠했는지 미리 직접 물어보지 않으면 정말 필요할 때엔 물어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환자분께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에서 직접 명확한 표현으로 물어보세요. 만약 호흡이 곤란해서 목에 관을 넣고 인공호흡 치료를 해야 하거나 심장이 멈추어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면 진행하실 의향이 있는지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결정이 치료를 중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인공호흡 치료나 심폐소생술 외의 약물치료 등은 진행하겠다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명확한 의도를 확인했다면 미리 다른 가족들과 관련 내용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환자와 가장 가까운 보호자만 상황을 알고 있어 착오가 생기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됩니다. 급한 상황에서 동행한 보호자의 확인 하에 인공호흡기를 달고 나서야 가까운 보호자가 도착해 환자는 연명치료를 원치 않았다고 한다면, 그때엔 의료진으로서는 법적인 문제로 기관 삽관 튜브를 뺄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 참조)



언제나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고생하시는 119 구급대원


일단 두 가지만 잘 기억하고 계신다면 응급 상황에서의 대처를 마치고 필요한 경우 평소 진료 받던 병원으로 이송 가거나 퇴원하는데 어려움이 적어질 것입니다. 더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메시지 보내주세요. 시간이 허락하는 한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긴 암 투병으로 고통 받고 계신 암 환자와 가족들께 응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150817 최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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